42. 띳사 존자와 루비 도둑
우리 수행자들은 한 자 안팎의 배를 채우기 위해 날마다 걸식하러 나가야 한다. 띳사라는* 존자 한 분만은 우리들처럼 집집마다 걸식하러 다닐 필요가 없는 분이다. 보석 세공사 부부가 그분을 아버님처럼 생각하며 매일매일 공양을 올렸다.
*게시자 주: 법구경 게송 126을 참조하여 이름을 ‘때이사’에서 ‘띳사’로 바꿨다.
이제까지 12년이 다 되어 간다.
이렇게 걸식하러 다니지 않고 편히 잡수시는 그분에게 '복이 많으시구나' 하며 다른 스님들께서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분과 같이 날마다 공양을 올리는 공양 신자 한 사람이 생겼으면 하고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하루 생긴 일은 우리들 모두에게 경각심을 생기게 했다.
*
그 날 아침도 띳사 존자께서는 날마다 가시는 대로 그 공양 제자 집에 가셨다. 그 집 안주인이 미리 준비한 공양을 올렸고 존자께서는 드시고 계셨다. 그리고 보석 세공사는 쇠고기를 요리하기 위해 칼로 저미고 있었다.
그 때에 빠세나디 꼬살라 대왕이 일거리로 루비 한 알을 맡겼다. 루비를 빛이 반짝이도록 잘 간 다음 줄에 꿸 수 있도록 구멍을 내달리는 것이다. 보석 세공사는 심부름 온 이에게서 루비를 받아서 곁에 있는 상자 위에 놓았다.
마침 쇠고기를 저미고 있던 중이라 루비에 소의 피가 묻었다. 보석 세공사는 쇠고기를 끝까지 저며서 솥에 넣고 손을 씻으러 나왔다. 항아리에서 물을 퍼 손을 깨끗이 씻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꼬살라 왕의 값 비싼 루비가 깜쪽같이 없어졌다.
집안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그와 띳사 존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없었다. 마침 부인도 그때는 다른 일로 이웃집에 갔고, 루비를 전해준 사람도 일을 마치고는 곧장 떠났다.
그 두 사람 외에 목숨 있는 중생이란 집에서 애완용으로 키우는 거위 한 마리만 있었다. 거위는 도마 위에 남은 고기 부스러기와 핏덩이들을 쪼아먹고 있었다.
보석 세공사의 이마에 뜨거운 땀방울이 맺혔다. 꼬살라 대왕이 믿고 맡겨온 이 루비가 이유 없이 사라진 것이다. 이것으로 인해서 어떤 형벌이 돌아올 것인가. 다행히 형벌을 받지 않고 일평생 종살이를 하며 물어주어도 갚지 못할 만큼의 값어치가 나가는 것이었다.
어느 쪽의 길도 찾지 못한 보석 세공사는 공양을 막 끝낸 띳사 존자를 보았다. 12년 동안 줄곧 친아버지처럼 생각하여 모셔왔던 분, 자기들에게 나쁜 것을 막고 선업을 가르쳐 주시던 스승님이다. 그분이 루비를 감추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보석은 어디로 갔는가?
한편으로는 존경하는 마음, 한편으로는 보석을 잃어버린 것에 따른 걱정과 근심, 좋은 마음과 나쁜 마음이 서로 엎치락뒤치락 하지만 띳사 존자는 딱하게도 모르신다.
마음이 급해지자 평생을 존경하며 모셔온 그분에게 묻지 말아야 할 말을 여쭈었다.
*
"스승님, 루비를 가져 가셨습니가?"
"신자님, 루비를 내가 가지지 아니했소."
띳사 존자는 낮으나 분명하게 대답하셨다.
"스승님, 이 집안에 저와 스님만 있었습니다. 가져갔다면 스님이 가져가셨을 것입니다. 제자에게 루비를 돌려주십시오. 스님."
"신자님, 내가 루비를 가져가지 않았소."
"루비를 당신이 가지지 아니했으면 누가 와서 가져갔는가?"
걱정을 넘어 성이 나며 좋은 마음을 나쁜 마음들이 덮었다.
"그래, 그렇게 감추면 감추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리."
조용한 태도로 앉아 계신 존자를 거칠게 끌어내서 집 기둥에 튼튼한 밧줄로 묶었다. 마침 다른 집에서 돌아온 아내가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단단한 몽둥이를 내 보이며 물었다.
"자, 루비를 내놓겠는가? 아니면 이 몽둥이로 맞겠는가?"
"신자님, 나는 루비를 가지지 않았소."
존자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원하는 대답을 못 듣는 순간 보석 세공사의 손에 들려져 있던 몽둥이가 띳사 존자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이제까지 도마 위에 나은 쇠고기 부스러기를 쪼아먹던 거위가 띳사 존자 곁으로 와서 흐르는 피를 마셨다. 화가 잔뜩 나서 정신이 없는 보석 세공사는 거위를 보자 '이런 중생이 와서 걸리적거리는가?' 하고 힘껏 걷어차 버렸다. 거위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
"신자님, 거위를 자세히 보시오."
그때 많은 형벌로 인해 정신이 혼미한 띳사 존자께서 힘을 내어서 겨우 한 마디 하셨다. 거위를 자세히 살피던 보석 세공사는 루비를 발견하지 못하자 다시 존자에게 다가섰다.
"이 거위처럼 너도 죽어야 하리라."
"나의 일은 그쯤하고 거위의 배를 갈라 보시오."
띳사 존자의 지시대로 죽은 거위의 배를 가르자 사라진 루비를 보게 되었다. 피가 묻은 루비를 고기라고 생각한 거위가 삼킨 것이다.
이 모습을 띳사 존자가 자세히 보셨으나 드러내서 말할 수가 없었다. 말을 하는 순간 이 거위는 죽음을 당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죽은 다음에야 입을 여신 것이다.
자기 목숨을 바쳐 다른 중생이 죽어야 하는 위험을 삼가야 했던 그분에게 보석 세공사가 엎드려서 사죄했고, 존자께서도 용서하셨다. 그러나 전처럼 공양하러 가시지는 않았다.
*
"수행자들에게 한 숟갈, 한 주걱
공양을 보시하는 집마다 공덕을 짓는다.
내가 가고 올 수 있는 동안은
집집마다 걸식하여 공덕을 쌓게 하고
그 음식을 먹으리라."
아라한이신 띳사 존자께서는 그로 인하여서 얼마 지나지 않아 몸과 마음이 다한 열반에 드셨다. 억울한 누명을 받아야 했던 존자의 일에 경각심이 생긴 것과 동시에 그렇게 흔들림 없는 그분을 깊이 존경하는 마음도 생겼다.
Dhammapada papavagga
첫댓글
사두 사두 사두 ~~^^
허허... 참으로... 세상의 이치가... 보석세공사의 입장에서 지혜가 부족하여 ...
처음부터 거위를 의심했어야지...!
ㅉㅉ
사두사두사두_()_
예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