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테크솔루션 몰드설계실 이준애씨
“나는 금형인,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진다”
“여자이기 때문에 인터뷰한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불쾌했어요. 저는 여자로 구분되는 것이 싫거든요." 에이테크솔루션(주)(경기도 화성군 소재) 몰드설계실의 연구원 이준애씨의 말이다.
에이테크솔루션은 삼성전자에서 분사한지 1년여를 맞고 있는 회사로 이준애씨는 몰드설계실에서 근무한지 이제 갓 1년여가 된 막내이자 홍일점이다.
이준애씨는 건축업을 하는 아버지와 딸만 4명인 딸부자집의 셋째딸로 가족들은 모두 대구에 살고 있고 본인 혼자 화성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며 근무중이다.
이런 이준애씨가 금형을 접하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고 말한다.
“당초 아버지의 영향으로 건축과를 지원하려 했으나, 우연히 대학에서 금형설계과가 있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예전부터 내가 쓰고 있는 물건들이 이런 식으로 나오는 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어 흥미로 왔고, 내가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그런 그녀가 금형에 푹 빠지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그녀가 다니던 영남이공대학 임상헌 교수의 영향이 크다. 당시 임교수는 금형설계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붕어빵틀을 이용한 강의를 했고, 금형을 친근하게 접할수 있는 것이 금형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된 것이다.
아직은 어리기만 한 신세대인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욕과 욕심은 오히려 오랜 경력자들보다 높다.
“어떤 문제에 부딪치는 시점은 어려워요. 그러나 그 단계를 넘어서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항상 새로운 모델을 접하면서 일에 대한 재미를 느낍니다."며 "한번 시작한 일 흐지부지 하는 것은 정말 맞지 않아요. 그래서 이왕 시작한 일 재밌게 확실히 하자는 생각으로 에이테크솔루션에 들어왔어요. 아무래도 큰 회사에서 일하다보면 더 많은 것을 알수 있을 것 같았어요."라고 말했다.
한달에 한번, 혹은 두달에 한번 정도 밖에 집에 가지 못한다는 그녀. 어린 딸이 고생하는 것을 걱정하셨던 이준애씨의 부모님의 초반 반대는 여느 집안처럼 무척이나 심했다.
특히 건축업을 하고 있는 아버지는 자신이 걸어 온 길 또한 힘들었기에 어린 딸이 고생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 마음이 아팠기에 큰 반대를 했던 것이다.
"기계를 다루는 일이 여자가 하기 힘들 일이었고, 다칠수도 있다는 생각에 초반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그러나 아버지의 핏줄을 이어 받아서인지 딸들의 고집 만만치 않거든요. 결국 부모님이 이해를 하시는 방향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오히려 격려해주시고 힘이 되어 주시고 계세요."라고 방긋이 웃어 보였다.
여자이기 때문에 힘들지 않는냐는 질문에 그녀는 “우리 금형설계팀은 분위기가 매우 자유롭습니다. 그러나 반면 개개인의 책임이 강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팀목표를 향한 각자의 책임의식은 강한 것 같아요. 이런 방식이 저에게는 오히려 힘을 줍니다."라며 “특히 팀에 계신 김종섭 수석연구원님이나 저의 직속 선배님(김신환 주임연구원)의 조언은 제가 힘들 때 큰 힘이 되고 있어요."라고 밝혔다.
“너는 금형인이다. 그러니 네가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을 질수 있도록 해라"라고 강조하는 김종섭 수석연구원의 말을 항상 가슴깊이 새기고 있는 그녀는 "지금은 미흡하지만 언제가는 설계실을 책임질수 있는 자리에 올라가고 싶어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기술사 자격증도 취득하고 내가 이끌어 가는 회사의 사장도 되어 보고 싶습니다."라며 야무진 꿈을 갖고 있다.
“욕심만큼 아직 준비는 안됐지만 현재 나름대로 하나씩 준비해 가고 있어요. 저를 믿어주시는 부모님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죠. 그래서 힘들고 외로울 때는 아버지 생각을 많이 하면서 아버지가 지금의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셨을까를 되묻고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처음 실수로 큰 불량을 냈을 때는 하늘이 노랗고 일을 그만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는 그녀는 금형업이라는 것이 결코 남자들만의 영역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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