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復(반복) 4/2부
작가: 이은집
(1부 이음)
현숙의 가냘픈 미소가 쏴아 밀려들어 왔다.
『또 만났구나? 호호….』
그녀는 가볍게 응수했다.
잘도 만나는구나. 지난 토요일날도 꼭 요시간에 뻐스안에서 현숙을 만났지.
아침 첫 시간에 강의가 들은 날엔 거의 틀림없이 꼭꼭 만나게 된단말이야.
현숙도 나와 비슷한 순서를 거쳐 집을 나섰을까?
『얘! 너 책 샀니?』
현숙이 어깨로 집적하며 대답을 요구해 왔다.
『응…?』
그녀는 시선을 바로 했다.
『책 샀느냐구….』
『아…아직 안 샀어. 넌…?』
『어제 샀어.』
현숙의 대답에서 그녀는 균형이 파괴된 교수의 얼굴을 생각했다.
『요즈음 학생들은 참 알 수가 없어요. 대체 교재도 없이 무슨 공부를 하겠다는 것인지….』
자기의 저서를 텍스트(TEXT)로 쓰는 교수는 노골적으로 학생들을 조소했다.
그 까짓 八〇〇원이란 책값이 그렇게도 아까우냐면서….
그녀는 임신 삼개월이라는 올케의 찌푸린 표정을 그려보았다.
시어머니, 남편, 시누이, 한 명의 딸과 세명의 아들
그리고 식모 길자까지 합하여 八명이나 되는 식구를 뒷치닥거리하기에 생으로 늙는다는 올케….
시어머니의 부지런은 옛날부터 눈에 거슬렸고, 남편의 계집질엔 이가 갈렸고,
시누이는 무조건 눈의 가시였고,
성애는 공부를 못하니 내년 중학교 입학시험에 떨어질까 골치덩어리였고,
성인은 만화만 보니 역시 걱정거리였고,
성수와 성철은 매일 싸움질만 하며 군것질 할 돈을 조르니 멀짜가 났고,
겨우 길자 하나가 비위에 맞는다고 했다.
주위의 기압이 쑥 내려갔다.
그녀는 허뚱하여 몸의 균형을 잃고 손잡이를 움켜 쥐었다.
둘러싸고 있던 승객(주로 학생)들이 우루루 밖으로 흘러 나갔다.
『빨리빨리 내려요! 오라잇!』
그녀는 차창에게 떠밀리어 보도로 내려섰다.
『너 왜 그리 거북이냐?』
현숙이 한쪽 어깨를 툭 치며 놀려댔다.
『애앵─!』
싸이렌 소리가 메아리쳐왔다.
『얘! 빨리 가자. 강의시간에 늦겠다.』
현숙이 어조에 속도를 넣어서 던져왔다.
교수께서 一〇분쯤 늦게 들어오시는 권위가 계시다 해도
여기서 5층에 있는 강의실까지 가려면 반은 뛰다시피 달려야 했다.
『아이, 숨차…!』
현숙이 강의실에 다다르자 어깨를 들썩거리며 배앝았다.
그녀도 빨라진 심장의 고동소리를 들으며 멈추어섰다.
『시작했나?』
현숙이 도어에 귀를 갖다 대며 중얼거렸다.
『했음 어때? 어서 들어가!』
그녀는 숨이 차도록 달려온 자신에 대하여 어떤 경멸감을 느꼈다.
그녀는 현숙을 우악스럽게 밀어버렸다.
『어머나!』
도어가 열리며 현숙이 쓰러지듯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교수가 들어오기를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던 과생(科生)들은 폭소로서 기분을 전환했다.
『기집애! 교수가 들어와 있었더라면 어쩔 뻔 했니?』
『호호호! 없었던 것이 유감이다.』
그녀는 조금 유쾌해졌다.
『휴강이다. 나가자!』
웅성웅성하는 가운데 누군가의 소리가 천정으로 튀어 올랐다.
一五분 이상 기다려도 교수가 오지 않을 때는 자동적으로 휴강이 되었다.
성급한 과생들은 벌써 강의실 밖으로 밀려 나가고 있었다.
『월요일 첫 시간부터 휴강이구나.』
현숙이 불만스러운듯 중얼거렸다. 펴 놓았던 노트를 가방속에 집어넣고는
그녀도 대열속에 끼어들었다. 층계를 내려오며 현숙이 제의해왔다.
『얘! 우리 시간이 생겼으니 오랫만에 뒷 숲속에나 갈까?』
『좋을대루….』
소나무가 내려다 보는 아래에 잔디밭이 놓여져 있었다.
『이쯤 앉을까?』
앞장을 서 가던 현숙이 가방을 내던지며 돌아다 보았다.
햇살이 소나무 사이를 직선으로 가로 질러 쭉쭉 뻗어나가고 있었다.
『바로, 캠퍼스 뒤에 이런 별천지가 있는 걸 몰랐구나.』
현숙이 감정을 넣어 중얼거렸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의하여 그녀도 새로운 정취를 느껴야 했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얘! 우리 오늘 극장에나 갈까?』
그녀는 현숙에게 시선을 옮겼다.
『책 산다고 너 부정축재 했구나?』
『훗훗훗! 그만 신문이나 보러 갈까? 영화 푸로도 볼겸….』
현숙이 시인하는 웃음을 날리며 먼저 일어섰다.
신문 열람실에는 꽤 많은 무리들이 모여 있었다.
그녀도 그들 틈에 끼어 들었다.
그녀는 일곱 종류의 신문 활자들에게 시선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가 좁은 지면안에서 들끊고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산문을 보는 것은 하나의 예정되어진 일과에 속하고 있었다.
『시간됐다. 점심 안먹어?』
현숙이 옆에서 소근거렸다.
『벌써…?』
『보라구….』
현숙의 손목이 눈앞으로 다가들었다.
三시 三五분…. 그녀의 시계도 똑같은 시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구내식당은 한창 붐비고 있었다.
『살아있는 마네킹 시간도 휴강이나 됐음 좋겠다.』
어림없는 줄을 뻔히 알면서도 도시락을 풀으면서 현숙이 건네왔다.
『네 말이 내 말이다.』
그녀도 전적인 동의를 표시했다.
그리고도 점심후에 그녀들은 강의에 늦지 않으려고 허겁지겁 달려갔다.
三층 강의실에는 영어회화 담당 MRS‧가 五분전인데도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 살람들은 시간관념이 없습니다.
코리안‧타임이란 정말 우리 영국에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요.』
MRS‧가 강의 첫 시간에 한 말이었다.
『한번 결강하면 A학점은 안줍니다. 두번하면 B학점을, 세번하면 C학점을,
네 번하면 D학점을 인정하지 않겠어요. 지각도 마찬가지예요.
조금만 성의를 가진다면 지각은 없을거예요.』
MRS‧의 공약은 전통이 대단하다고 三학년 언니들이 확인을 해주었다.
『아이 지루해!』
영어와는 입벙어리, 귀먹어리인 현숙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왔다.
『동감이야.』
『저기 저 학생─!』
MRS‧의 신경은 예민했다.
『…조용히 해요!』
권태로웠던 시선들은 활기를 가지고 그녀에게로 모여들었다. 그녀는 자세를 바로 했다.
현숙은 그러나 고개를 움추리고 있었다.
『나 보고 그랬어.』
MRS‧의 얼굴이 칠판으로 돌려지는 순간 그녀는 민첩하게 현숙에게 속삭였다.
백분강의는 백분동안 계속되었다.
『야! 골치가 띵 하다. 빨리 극장에나 가자.』
현숙이 땀을 씻으면서 내뱉는 말이었다.
『좋을대루…….』
그녀는 문득 오늘같은 날엔 쓰다말은 소설을 계속했으면 얼마나 좋을가 하는 생각이 떠올라서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책상 맨 아래 서랍에 넣어 두었지. 그녀는 그것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내일은 꼭 가지고 나와야지. 현숙의 뒤를 따르며 그녀는 그렇게 다짐했다.
극장 광고판에는 살갗을 건드리는 장면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현숙이 재빠르게 관람권을 사 가지고 와서 한장을 손안에 넣어주었다.
그녀는 어떤 부담을 느끼며 입구로 끌려갔다.
그녀는 새삼스럽게 포스터를 주시하며 층계를 올라갔다.
첫댓글 이 소설은 서점에서도 품절된 작품을
저와의 소중한 인연으로 한국문인협회
이은집 부이사장 님께서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탐독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