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구운(楊氣口運, Festival and Energy) 배꼽마을 축제를 찾아서
청춘양구(靑春楊口)
연청십년(緣靑十年)
양구에 오시면 10년이 젊어집니다.
젊은 양구를 나타내는 표어들이다. 배꼽에서 뿜어내는 단전의 기운(氣運)을 듬뿍 내려주는 땅. 대륙으로 뻗어가는 대한국토에서 뿜어내는 기운, 천기(天氣)를 받아 젊어지는 땅 양구의 양기구운(楊氣口運)을 받음이 어떠랴.
젊은 양구의 기운은 발산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이제 잠룡(潛龍)은 못에서 나와 꿈틀꿈틀 승천(昇天)을 해야 한다. 양구의 진정한 기운을 표출해야 한다.
젊은 양구에서는 사랑도 절정이다. 청춘은 청춘다울 때 그 멋이 있는 것이다. 정의를 위해 젊음을 던져 자유와 민주의 기상을 외치고, 맘껏 사랑을 해야 한다.
이제 온 지구가 들썩이도록 양구의 땅을 힘껏 밟고 춤을 춰 보자. 우리 모두 배꼽을 드러내고 힘차게 춤을 추는 것이다.
젊은 양구의 기운을 세계만방(世界萬邦)에 드날리는 것이다.
<배꼽축제>
배꼽축제, 한번만 들어도 잊지 못할 축제 이름입니다. 세상에는 참으로 별의별 축제가 많지요. 그 중에서도 인체에서 가장 가리고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 배꼽을 상품화 한 것입니다. 지금은 배꼽을 드러내는 것이 다반사이지만, 예전에는 배꼽을 보여주는 행위는 가장 중요한 부위를 보여주는 것이었잖아요. 배꼽을 맞추는 것은 두 사람이 하나 됨을 나타내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양구에 오시면 배꼽을 맘대로 드러내도 괜찮습니다. 왜냐고요. 바로 배꼽축제이기 때문이지요. 참으로 희한한 축제입니다만, 여름날 뜨거운 햇볕을 피해서 양구에 오시면 정말 평생 동안 볼 수 있는 배꼽을 며칠 사이에 다 볼 수 있어요. 배꼽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람이 가장 예쁜 것이지요. 배꼽을 드러내는 것이 수치가 아니라 아름다움이 됩니다. 양구의 자랑이라고 해도 될까요.
배꼽축제의 백미는 바로 벨리댄스에 있지요. 전국에서 모여든 예쁜 여인들이 화려한 배꼽을 드러내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답니다. 브라질의 삼바축제 못지않은 열정과 젊음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이 사람의 몸, 곧 인체라 하잖아요. 양구에 오시면 ‘인체의 향연(饗宴)’을 신비롭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 속에 어울려 함께 난장을 벌이는 청춘양구의 멋을 내 속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벨리댄스를 추는 젊은 여인들의 열정과 함께하십시오.
배꼽축제에서는 휘모리에서부터 서천변을 거쳐 한반도섬까지 함께 이어집니다. 한반도(韓半島)라는 표현이 문제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반쪽 섬’이라는 의미가 우리 정서에 어울리지 않잖아요. 일본인들이 우리 국토를 비하하고자 불렀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그냥 ‘대한민국국토’라 부르면 안 될까요? 어찌 되었던 산에서 시작해서 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배꼽축제는 한 여름의 시원한 물축제가 된 것이지요. “물위 통나무 중심잡기 대회”, “캠핑촌”, “풀장”, “황금메기를 잡아라” 등등의 이벤트가 있습니다. 배꼽의 특성을 살리고, 더위를 식히는 일석이조의 축제랍니다.
<곰취축제>
곰취축제, 5월의 싱그러운 나물, 우리의 구미를 돋우게 하는 최고의 봄나물입니다. 바로 봄나물 곰취라는 특산물을 활용해서 축제를 열고 있는 곳이 양구 팔랑리입니다.
먼저 팔랑리라는 마을이름부터 소개해야할 것 같아요. 팔랑(八郞)은 한자로 여덟 팔(八)에 사내 랑(郞)을 씁니다. 그 유래는 가슴의 젖이 4개 달린 여자가 4쌍둥이씩 두 번을 출산을 해서 8형제가 태어나서, 모두 낭관(郎官)벼슬을 했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팔랑리로 불러졌지요. 유래도 특이하지만, 전설도 많고, 볼거리도 많은 곳이랍니다.
그 중의 백미는 아무래도 곰취축제이겠지요. 팔랑리에서는 매년 5월에 곰취축제를 엽니다. 곰취는 산나물의 일종인데 그 맛과 향이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은 다들 아시잖아요. 특히 이 지역은 용늪이 있는 대암산에서 곰취가 많이 났는데 산이 높고 기후가 순조로워 그 맛이 전국에서 제일갑니다. 이에 이곳 사람들은 이를 재배하는 기술을 터득하여 대량 생산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지요. 곰취축제는 이를 전국에 알리고자 시행한 것입니다. 곰취축제에 가면 곰취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와 채취를 비롯한 각종 체험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곰취에 싸서 먹는 토종 흑돼지 바비큐 맛, 먹어 본 사람은 다 아신다니까요. 아차, 곰취를 사서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것 잊으시면 안 돼요.
곰취축제장에 가시면 꼭 보고 와야 할 것이 또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팔랑민속관입니다. 곰취축제장이 있는 팔랑폭포 조금 위쪽으로 팔랑민속관과 지게 박물관이 있습니다. 이 팔랑민속관은 1998년 12월에 건립 개관하였어요. 이것이 개관하게 된 배경은 1994년과 1996년 두 번에 걸쳐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강원도 대표로 나가서 두 번 다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기념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때 1994년에는 <바랑골민요>로, 1996년에는 <돌산령지게놀이>로 출전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돌산령지게놀이>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되었고, 팔랑리에서 새농어촌건설운동을 하면서 강원도의 지원과 양구군의 지원으로 팔랑민속관을 건립했지요. 이곳에 가면 음향과 비디오 시설을 갖춰서 <돌산령지게놀이>의 전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각종 농기구를 비롯한 민속품을 관람할 수 있고요. 또 그 옆에는 지게박물관이 있는데, 전 세계의 지게를 볼 수 있는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먹거리 특산물 축제도 만끽하시고, 팔랑리의 민속관에서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삶의 역사를 관람하시는 것도 괜찮겠지요.
<동계민속예술축제>
양구의 특징 중 하나는 겨울이 길다는 것이지요. 정말 하얀 눈이 내린 겨울 날 양구의 풍경은 아름답습니다. 온통 산이며 들이며 강이 하얀색이거든요. 눈이 내린 논바닥에 철새들이 모여서 먹이를 찾는 모습은 한 폭의 멋진 풍경화입니다.
눈과 얼음에 갇혀 꼼짝하지 않을 것 같은 겨울 양구에도 사람들은 멋지게 살고 있습니다. 바로 움츠린 몸을 깨워서 꽁꽁 언 얼음 위를 누비는 또 다른 삶을 볼 수 있으니까요.
우리 조상들이 누려왔던 민속놀이를 얼음 위에서 재연해 보는 것입니다. 살아있다는 실감은 이런 데서 느낄 수 있는 가 봅니다. 얼음과 녹임의 구조이지요. 사랑과 죽음이 역학관계를 이뤄 패러다임을 형성하듯, 얼음과 녹임이 양구에서는 역학관계를 이뤄 또 다른 패러다임을 이루고 있습니다. 어쩌면 양구인들의 얼지 않는 삶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일 겁니다. 아니, 강원도 사람들의 얼지 않은 인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얼음판 위에는 양구 사람 뿐 아니라, 전국에서 온 축제 애호가들이 득실함을 볼 수 있습니다. 서천 얼음판은 그렇게 겨울을 녹이고 있는 것이지요.
함께 하면 더 좋은 민속놀이입니다. 연날리기, 얼음썰매타기, 팽이치기, 설피 만들어 타기, 얼음축구, 얼음장치기 등 정말 멋진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것이 민속놀이잖아요. 정말 양구 동계민속예술축제는 얼지 않은 인정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축제랍니다.
졸깃졸깃 따끈따끈 인절미를 얼음 위에서 먹는 맛은 더욱 좋습니다.
<DMZ펀치볼시래기축제>
가을이 지나 막 겨울로 접어들 때, 우리는 따끈한 시래기국을 생각할 때입니다. 멸치를 넣어 구수하게 끓인 따끈한 시래기국,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음식이지요. 된장을 넣어 뽀글뽀글 끓인 ‘시래기 된장찌개’도 일품입니다. 마음의 병까지 치유할 수 있을 겁니다.
양구에서 제4땅굴로 가는 길목에 있는 아늑한 분지마을 편치볼에 오시면 청정 시래기 축제를 즐길 수 있습니다. 펀치볼 시래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는 것으로 소문났지요. 고지대이면서 분지마을이다 보니 고랭지 채소가 많이 재배되는 곳이지요. 배추, 무 등이 엄청나게 재배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연일 서울로 채소를 실어 나르는 차들이 끊이지 않는 답니다.
그러나 김장철이 지나면 이곳을 찾던 트럭들도 뜸해집니다. 오직 마을을 찾는 사람은 안보관광을 하시려는 분들 뿐이지요. 그런데 자세히 보시면 정말 멋진 광경을 목격할 수 있을 겁니다. 옛날 흔히 보던 농촌의 풍광이지요. 곳곳에 있는 옥수수가리며, 콩깍지 더미 등 말이에요. 아, 잊을 뻔 했군요. 해안면 무 밭에 널려있는 시래기를 말입니다. 나무를 가로질러 질서 있게 널어놓은 시래기의 풍광을 말입니다. 시래기 말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펀치볼에서만 볼 수 있는 겨울의 장면입니다.
맛있는 시래기를 활용해서 펀치볼에서는 또 다른 겨울축제를 연출하고 있어요. 매년 11월 넷째 주에 오시면 시래기축제를 함께할 수 있습니다. 인심 좋은 편치볼의 사람들도 만나고, 맛있는 먹거리를 함께 하시면서 지역 특산물도 사 가실 수 있습니다. 이곳 해안면(亥安面)이 돼지 해(亥)자를 쓰고 있는 것은 아시지요. 해안면 토종돼지의 특별한 맛도 보시고요, 돼지꿈의 행운도 가져가실 수 있답니다.
따끈한 시래기국으로 꽁꽁 언 마음의 병, 봄 여울에 얼음 녹듯 녹여보시지 않으렵니까?
<도솔산전적문화제>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놀이, 목숨을 던져 구한 우리의 땅, 자유와 민주를 위해 산화한 젊은이들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합니다.
6.25한국전쟁은 그렇게 젊은 청춘들이 죽어간 또 하나의 민족전쟁이었지요. 열일곱의 학도병들부터 이삼십대의 군인들까지, 그들은 동족상잔이라는 슬픈 역사의 현장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갔습니다. 통일이라는 미명(美名)을 내세운, 잔인한 어른들의 욕심이 불러온 전쟁이었습니다. 작은 땅에서 이뤄진 세계 3차 전쟁이었지요. 세계의 열강들이 모두 와서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작고 힘없는 우리나라는 그렇게 전쟁터를 빌려주고도 아무 소리 할 수 없었답니다. 살기 위해서 힘을 길러 우리도 열강이 되어야 한다는 진리 아닌 진리를 뼛속 깊이 새긴 너무나 대가를 많이 치른 교훈이었지요.
이런 와중에 우리도 당당히 힘을 과시한 전투가 많았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양구 도솔산에서 치러진 전투였습니다. 1951년 6월 4일부터 20일까지 무려 17일간이었습니다.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적을 무찌르고 이룩한, 정말 멋지게 승리한 전투였습니다. 그 때문에 이승만 대통령은 “무적해병(無敵海兵)”이라는 격찬의 휘호를 내리기도 했지요.
양구에서는 그날의 승리와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서 매년 6월 호국의 달을 맞아서 축제를 열고 있답니다. 최고의 군인축제라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국군의 날 행사보다도 더 의미 있을 수도 있어요. 우리 힘으로, 우리 군인의 힘으로 승리한 쾌거니까요. 굳이 해병대라는 부대이름을 내세우지 않아도 군인들의 늠름한 모습과 힘찬 젊음을 볼 수 있는 축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