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기]/수필·감상문·기타
2006-01-16 09:55:07
2006년 1월 15일 예봉산에서
30산우회 2기 총무 김인섭이 예봉산 산신령님께 지극정성으로 읽어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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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차 병술년 1월 15일...
아, 산신령님! 음력으로 하면 병술년이 아니라 을유년이고, 오늘이 12월 16일입니다만 어쩌시겠습니까? 요즘 산신령님도 인터넷 하시죠? 시대가 변해, 음력대신 양력을 쓰는 우리들을 이해해주시고 병술년으로 가겠사오니,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주시기를 바라옵나이다.
저희들은, 산신령님 보시다시피 얼굴은 좀 삭았지만, 그래도 마음은 새파란 아이들 못지않은 청춘들로, 매주 산에 다니는 <30산우회>라는 모임입니다. 좀 자세히 아뢰자면, 그 옛날, 산신령님 시계로는 담배 한 모금 빨 사이밖에 안되겠지만, 지금부터 30년전, 저 부산 구덕산자락에 있는 경남고등학교 30회 동기동창들로 나이 50줄에 들면서 산에 다니기 시작해 이렇게 모임을 만들어 일주일에 한 번 산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이 산, 저 산, 주로 서울, 경기에 있는 산을 다니지만 가끔 형편이 되면 강원도나 충청도, 그밖에 멀리 있는 산으로 원정도 나가며, 햇수로는 3년째, 차수로는 오늘이 75회째 정기 산행인 셈입니다. 그 외에 수시로 번개 산행도 하고 도둑산행도 한답니다.
오늘 시산제에 이렇게 19명이나 참여할 수 있을 만큼 30산우회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을 한 번 짚어보지 않을 수가 없으니, 2004년 3월 송파구에서 박대장, 재봉선사, 신림거사 이렇게 3인이 작당하여 몸을 보하려고 산에 오르기 시작하였는데, 권박이 오고, 병효대사가 오고, 길래 선사가 오고, 쫄고 민영이와 길수사가 오고, 그러다 김총과 황선달, 청계산 청설모인 우교수, 관악산 다람쥐 경호, 서쫄 상국이가 우루루 몰려오고, 산우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한고수의 지도로 일취월장하여 경남고 30회 동기회 모임 중 가장 활동이 왕성한 단체로 발전했습니다.
특별 회원인 허샘과 옥샘이 가끔 양념을 치니 산우회 분위기는 더욱 살아나고, 오늘 산행대장인 개다리춤의 달인 경남변사, 입심좋은 진홍쫄, 넉살좋은 병고 부종, 날으는 펭귄 인식, 의자가 없어 서러운 무상쫄, 펭귄이 뭣도 모르고 얕보다가 시껍한 엄청 날랜 경도, 중국에서 활동하다 시루떡 반말을 메고 올라온 승한쫄, 사무실을 새로 낸 섬훈쫄... 모두 소중한 대원들입니다.
산신령님, 부탁이 있사오니,
부족한 제물이나마 저희들이 정성으로 차린 술과 안주, 특히 동해안 구룡포에서 직송한 과메기는 다른 산신령님은 구경도 못하셨을 귀한 것이오니, 마음껏 드시고 부디 저희들의 산행에 수호신이 되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리하여 저희들이 오래토록 산을 다닐 수 있게 저희들 발걸음 한 걸음걸음마다 산신령님의 가호가 깃들이길 원하오며, 나아가 이 30산우회 회원들 모두, 산을 오르기만 할 게 아니라, 산을 두려워할 줄 알고, 산을 존경할 줄 알게 하고, 산을 진정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술과 안주 혹 부족하면 다음 산행에서 ‘고시래’로 언제든 모실 터오니 마음껏 드시고 저희가 가게 되는 산, 그 산의 산신령님들께 메일이나 팩스로 저희들을 부탁해주시면 더욱 고맙겠사옵나이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옵소서.
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