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매, 엄마, 어머니, 어머님
배영기 (숭의여대 교수)
어머니와 한 이불 덮고 잠자기로 열 세 살
일곱 살까지 엄마 젖꼭지 물고 잠들고
열세 살까지는 젖꼭지 잡고 잠들었다.
콩가루를 넣은 맛있는 나물죽
비췬 얼굴 사라지기 전에 단숨에 마셨다.
어매, 배고파 죽 한 그릇 더 줘
내일 아침에 무밥
많이 준다는 야속 받아 놓고
엄마 무릎 베개 베고 찡얼댈라 치면
내 손이 약손이다, 내손이 약손이다
뽈록 배를 푹 꺼지게 하였다.
기름 아껴 등잔에 호롱불 줄여놓고
새벽닭이 울 때까지
삼 갈래 입을 찢어
여린 다리 위에 비벼 백리를 이었다.
세 살 때 집에서 똥누면
개 불러 먹였고
일골 살 때 밭에서 똥싸면
콩 잎사귀로 뒤를 닦아주던 엄마손
늦가을에 묻은 손때는
이듬해 여름이 돼서야 말끔히 씻어지고
흙 묻은 발로 방에 들어가 이불 덮어도
크게 꾸짖지 않았다.
이제와 생각하니
그래도 어머니는 나의 참 스승이었다.
어른에게 인사 잘 하라.
남의 물건 훔치치 말라.
남과 다투지 말라.
걸인은 문전박대 하지 말라.
부지런하면 잘 살게 된다.
이 모든 진리를 어머님이 가르쳐 준 대로
지금까지 마음에 담고 살아가고 있다.
어머님 어제 밤 꿈에도 신령으로 나타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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