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왕장구 상〉 2장
맹자께서 양혜왕을 뵈실 때,
왕은 연못가에 서있었는데,
크고 작은 기러기와
크고 작은 사슴들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현자 또한 이런 경관들을 즐거워합니까?”
맹자께서 대답하셨다.
“현자가 되고난 후에야 이런 것들을 즐길 수 있습니다.
어질지 못한 사람은
비록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어도 즐기지 못합니다.
『시경』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대를 짓기 시작하니,
재어보고 다져보고,
백성들이 달려들어 거들자 며칠 못가 이룩되었네.
시작할 때 서둘지 말라고 하셨으나,
백성들이 자식이 어버이의 일 돕듯이 모여들었네.
왕께서 영대 정원에 계시니,
암사슴 수사슴 엎드려 노네.
암사슴 수사슴 살쪄 윤기가 흐르고,
백조는 깨끗하고 희기도 하네.
왕이 영소에 계시니,
아! 연못 가득히 물고기 뛰어오르네.’
문왕이 백성들의 힘을 빌어서
높은 대를 만들고 연못을 만들었으나.
백성들이 그것을 즐거워하여
그 대를 영대라 하고,
그 연못을 영소라 하여,
그곳에 작고 큰 사슴과 물고기와
자라가 있는 것을 같이 즐거워했습니다.
옛사람들은 백성과 함께 즐겼기 때문에
능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탕서」에 이르기를,
‘이 해는 언제나 없어질까?
나도 너와 함께 망하리라’ 했습니다.
백성들이 함께 망하기를 원한다면,
비록 영대와 연못과 새와 짐승들이 있다한들
어찌 홀로 즐거워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