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인증, 혹은 인식불능증 - 안면인식장애?
1. 실인증, 인식불능증이란?
외부 환경의 정보를 수용해서 의미 파악에 이르는 과정은 감각(sensetion), 지각(perception), 인식(recognition)의 세 단계를 거친다.
외부자극에 의해 수용체와 이에 연결된 신경계에 일련의 변화가 유발되면 감각이 이루어진다. 감각은 물리적 자극에 의해 유발되는 신경계말단의 반응에 불과하다.
반면에 지각은 이러한 물리적 속성에 의해 유발되지만 거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 심리적 표상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지각과정을 통해 동일한 물리자극이 여러가지 다른 내용으로 표상될 수 있고, 서로다른 물리자극이 구별없이 하나의 지각으로 표상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동일한 주파수로 망막을 통해 전달되더라도, 주위배경의 색구성에 따라 다른 색상으로 지각된다. 또 영어의 ‘r’과 ‘l’발음은 물리적으로 분명히 다르고 청력검사에서와 같은 여건에서는 감각적 차이를 구별할 수 있지만, 단어에 포함된 음운으로 표상해서 지각할 때는 구별되지 않을수도 있다.
한편 인식은 하나의 감각계를 통해 형성된 지각표상을 다른 감각계와 연결하거나 내재된 기억표상과 연합시켜 의미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면 물체를 보거나 소리를 듣고 나서 그 대상의 이름을 대거나 사용방법을 생각해내고, 관련된 기억을 회상해내는 것도 인식에 속한다.
이 세 단계의 정보처리과정 중 일부가 손상되면 각기 다른 양상의 장애를 일으킨다. 감각장애는 일반적으로 역치를 증가시켜, 정상상태라면 신경계가 감지할 수 있는 세기의 자극에 대해 환자의 신경계가 더이상 반응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동상에 걸렸을 때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한편, 지각이나 인식과정이 손상되면 역치는 정상이고 일차적인 감각은 유지되지만, 주어진 물리적 자극에 대한 지각표상이 형성되지 않거나 형성되더라도 기억 등 다른 인지기능 단계로 전달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 자극에 관련된 기억이나 개념을 되살리거나, 이름을 대고 사용방법을 생각해 내는 등의 인식이 이루어질수 없게 된다. 이를 인식불능증 혹은 실인증 이라고 한다. 색상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글자를 읽는 데 장애를 겪어나, 사물이나 동작이 왜곡되어 보이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그 외, 시각뿐 아니라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의 개별감각계와 관련된 인식불능증들이 존재한다.
2. 지각과 연합, 실인증의 분류
실인증은 장애가 생기는 인지 단계에 따라 지각단계의 장애와 인식단계의 장애로 세분된다.
지각성 실인증(apperceptive agnosia)은 실인증을 보이는 사람들가운데 지각단계에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를 뜻한다. 보기는 하지만, 물체의 형태를 지각하지는 못하는 경우로 시각형태실인증(visual form agnosia)라고 한다. 이 외에도 시각의 일부 요소에 국한된 실인증도 있는데, 색상인식불능증이나 동작인식불능증, 동시실인증 등을 들 수 있다. 시각형태실인증은 주로 후두엽에 이상으로 발생한다. 지각과정의 이상은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지각장애가 의심될 경우 정확히 파악하려면 여러 가지 자세한 검사가 필요하다.
한편, 지각과정의 분명한 이상 없이 인식불능상태를 보이는 경우를 연합성 실인증(associative agnosia)이라고 한다. 인물이나 사물의 이름 대기, 구분 등 물체의 정체파악과 그 물체에 관련된 지식을 인출하는데 장애를 보인다. 그러나 시각 이외의 다른 감각, 예를 들면 청각 등을 통해서는 이런 과제들을 쉽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지식 자체는 보존되어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것은 인식단계의 기능이상에 의한 것으로, 여러 가지 검사가 필요한 지각성 실인증과는 달리, 환자에게 따라 그리기를 시키는 것과 같은 간단한 시험으로 비교적 손쉽게 판정할 수 있다. 연합성 시각실인증의 대표적인 예로 얼굴인식불능증(prosopagnosia)을 들 수 있다. 다른 말로는 ‘안면인식장애’라고 한다.
3. 안면인식장애의 정의
그대로 풀이하면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장애’를 말한다. 그래서 다른 말로 안면실인증(顔面失認症), 혹은 상모실인이라고도 한다. 또한 인간의 얼굴만이 아니라 유사한 사물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도 이 증세에 포함된다. 심리적 요인보다는 뇌 손상으로 인한 요인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까지 확실한 치료법은 없다.
얼굴인식불능증 환자들은 얼굴로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 선택적으로 손상되는데, 심한 경우 자기얼굴을 못 알아보기도 한다. 정확히 하자면, 얼굴의 이목구비와 표정 등의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얼굴의 윤곽은 지각할 수 있어서 얼굴과 다른 물체를 구별하거나 따라 그릴 수 있고, 목소리 등을 통해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친인이라도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 등이 조금만 변해도, 알아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근 뇌활성화를 측정하는 ‘기능뇌영상실험’에 의해 우측 방추체형(fusiform gyrus)이 얼굴 인식에 깊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출처: 다음 백과사전
* 편집: 카페 주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