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양계장주 치환은 한동안 잠을 설쳤다. 득달같이 방송국에서 카메라를 들이댈 것 같아 두려웠다. 빠른 시간 안에 인간 닭 두 마리를 처리해야만 했다. 그것도 최대한 감쪽같이 사라지게 만들어야 했다. 다급해진 치환은 파란의 케이지에서 소주와 찬영을 꺼냈다. 치환의 억센 손아귀에 목덜미가 잡힌 소주와 찬영은 꿱꿱거리며 연신 기침을 뱉었다. 한창 소주와 찬영을 몰아세우던 닭들은 그것 보라는 듯 의기양양했다. 파란은 자신도 모르게 둘이 떠난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요동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치환은 소주와 찬영이 그저 닭일 뿐이라며 자신을 세뇌했다. 닥치고 양계장에 인간 닭은 없다, 아니 없어야 했다. 이렇게 자신을 속이면 인간 닭을 함부로 대할 수 있었다. 닥치고 양계장의 안위가 제일 중요했기에 전기 절단기로 소주와 찬영의 부리의 절반을 잘랐다. 대부분의 인간 닭은 이 과정에서 정신이상을 보였고, 피똥을 싸다 몇 시간을 못 버티고 죽어갔다.소주와 찬영도 예외는 아니었다.
단독 뉴스 속보를 송출한 경기방송국도 비상이었다. 사장을 비롯한 윗선인 데스크에서는 허락하지 않은 방송 송출을 문제 삼아 PD와 담당기자를 경질했고, 더 이상의 방송 송출은 퇴사감이라며 엄포를 놓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도한 것은 언론의 역할이지 잘못일 수 없다며 PD와 기자들이 항의했지만, 사장은 회사의 존폐가 달린 문제라며 경질을 밀어붙였다. 경질 당한 취재기자 미란은각오한 일이라는 듯오히려태연했다. 같이 경질당한 박PD 역시 별 반응이 없었다.
하루아침에 취재기자에서 경질된 미란은 2개월 한직 처분을 받았다. 자신이 우겨서 방송했다며 사정사정해서 박PD만 살려 현업에 복귀시켰다. 미란의 자리는 인적이 드문 미디어실 창고 옆자리로 배치됐다. 한창 취재할 시간에 뒷방 노년마냥 서류 작업을 하고 있자니 속이 타들어갔다. 에이플러스 백신연구소 속보는 윗선의 심기를 상당히 불편하게 만들었고,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설 순 없었다. 동생이 어디 있고, 어떻게 됐는지 반드시 미란이 밝혀야했다.
취업준비생으로 몇 년간 힘들어하던 동생이 최종합격통지를 받았다며 울먹이던 목소리며, 새벽까지 기사를 넘기고 눈이 퀭해 들어왔을 때 눈을 비비며 부스스 일어나서는 “잠이 최고지. 얼른 자.” 하며 이불을 덮어주던 모습. 동생에 관한 건 속속들이 미란의 뇌리에 남았다. 지금도 어제 일처럼 동생이 실종된 날 아침을 기억한다. 동생에 대한 세세한 기억은 지우려 할수록 자꾸만 수면 위로 떠올라 미란을 괴롭혔다.
“주말에 푹 자서 그런지 컨디션이 좋아. 오늘 좋은 일이 있으려나?”
환하게 웃으며 현관을 나서는 동생 뒤로 잠시 보이던 햇살이 점점 멀어졌다.
미란은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지체해서도 안 된다는 절박감에 몸서리쳤다. 동생이 갑자기 사라진 것도 에이플러스 백신연구원 닭 변이와 관련이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동생 실종 당시에 소장이 말했다. 분명 퇴근 후에 일어난 일이고, 백신연구소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만약 그것이 사실이면 동생이 퇴근했다는 증거를 보여 달라고, 당일 회사 CCTV 열람을 요구했다. 국가 안보와 관련한 비공개 정보기관이라 보여줄 수 없다며 소장은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머리 뚜껑이 확 열렸다. 뭐? 국가 안보라고? 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 안보는 도대체 언제, 어디에 써먹을 거냐고. 당신 동생이라면 손 놓고 있겠냐. 아침에 나간 뒤로 지금까지 생사확인이 안 되는데, 안 미치겠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더니 그제야 소장이 진정하시라, 연구소에서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말을 바꿨다. 이후에도 소장은 차일피일 CCTV 열람을 미루며 미란을 우롱했다.
미란은 경찰서를 오가며 사건 조사를 요청하고, 국민청원을 올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제소했다. 미란의 수고가 무색하게도 경찰의 조사는 미진하고,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 역시 백신연구소와 경찰의 태도를 뒤집을 효력이 없었다. 백신연구소는 사건 이후에도 건재했고, 경찰은 수사를 종결짓고 사건을 털어버렸다. 동생의 실종으로 인한 고통은 오롯이 미란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