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의 실마리, 오일쇼크와 미국 제조업의 붕괴
일본의 버블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70년대 이후 세계 경제의 흐름을 먼저 알아야 한다. 우선 전 전 세계적으로 경제 대위기를 가져왔던 대표적인 사건이 1973년과 1979년 두 번에 걸쳐 발생했는데, 그 이름도 유명한 오일쇼크이다. 오일쇼크는 말 그대로 기름 값이 엄청 오른 사태를 말한다. 당시 1베럴에 50센트 하던 석유의 가격이 무려 40달러까지 치고 올라갔다. 순식간에 80배 정도나 오른 것이다.
이렇게 갑자기 석유의 가격이 오르자 석유를 원자재로 생산되는 소비재들의 가격이 덩달아 올랐고, 이러한 비용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즉 경기침체 속의 물가상승을 일으키고 말았다.
스태그플레이션의 물결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동안,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세계 경제를 주무르던 미국에게도 그 여파가 여지없이 닥쳤다. 그때 등장한 미국의 대통령이 영화배우 출신의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이다. 레이건은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라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통해 금리를 인상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려 했다. 금리가 오르면 사람들은 저축을 할것이고, 그러면 시중에 풀린 돈이 자연스럽게 줄면서 물가가 내려간다는 기본적인 물가 안정책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금리가 무려 17%에 달하다 보니 기업의 활동이 위축되고 만것이었다. 기업이 기본적으로 설비투자를 하려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하는데 17%를 이자로 주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결국 1980년대 초반 미국의 고금리 정책은 미국 제조업의 붕괴로 이어졌고, 소비자들은 수많은 소비재들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바로 이때부터 제조업에서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일본이 등장했다. 일본의 기업들은 무너진 제조 기업들을 대신하여 미국에 활발히 진출했다. 과거에 최상으로 여겼던 이른바 '미제'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일제'가 득세하기 시작하던 때가 바로 이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