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 찾아온 성인 여성에게 현재의 심리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타로카드 한 장을 뽑게 했다. 그녀가 뽑은 카드는 “지팡이의 여왕“이었다. 그녀는 이 카드를 처음 보고 여왕의 옷 소매부분의 갈색주름을 가리키며 ”징그러워요!“ 라고 말했다.
이 여성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어린 시절 그녀의 부모님은 자영업을 하셨고, 항상 바쁘셨다. 그래서 자주 친척 집에 맡겨지곤 했었는데, 어느 날 그녀의 엄마는 사촌 오빠와 사촌오빠 친구들만 있는 방에 자기를 혼자 두고 나가버린 적이 있었다. 그때 그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이 산행을 간다고 하셔서 가게를 지키고 있었는데, 그때 지나가던 손님이 들어와서 성적인 수치심을 갖게 했다.
그 이후로 그녀는 자신을 방치한 부모님, 특히 엄마를 용서할 수 없었고, 마음 속 깊은 곳에 분노가 계속 쌓여 갔지만, 그 때 그 일을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어느덧 시간은 많이 흘러 그녀는 성인이 되었다. 그녀는 지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알 수 없는 분노로 시도 때도 없이 화를 내거나, 울다가 웃다가 하는 이상한 행동들로 자신의 가족들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이런 자신의 마음을 도저히 알 수가 없었는데, 그림 한 장으로 자신의 무의식이 지배하고 있었던 분노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울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토해낼 수 있었고, 그동안 아무에게도 내색할 수 없었던 자신의 속 마음을 한껏 털어 놓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례로 고등학교 남학생인 승철(가명)이는 “지팡이의 여왕”의 카드를 보자, 왕과 검은 고양이는 서로 친하지 않은 사이이며,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고, 오히려 검은 고양이가 왕의 인생을 망가뜨리고 있어 없애버리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왕이 앉아 있는 의자의 왼쪽과 오른쪽이 금빛과 잿빛으로 나뉘어 있는 등 그림이 전체적으로 극과극의 이중적인 모습으로 보인다고 했다.
상담을 해 보니 승철이는 아빠와 무척 사이가 안 좋았다. 검은 고양이는 자신의 아빠를 투사한 것이었으며, 극과극의 이중적인 모습은 현재 조울증상이 있는 자신의 모습과도 많이 흡사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승철이는 6개월 정도 상담을 받은 후, 똑같은 카드를 다시 보여주었더니, 신기하게도 검은 고양이가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사례에서 보는 것 처럼 타로 속에는 우리의 삶을 반영하는 다양한 ‘상징’이 내포되어 있어 우리가 일상행활 중에 경험하는 여러 가지 사건에 대한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연상은 상담 장면에서 개인 내면의 무의식을 자극하여 의식화하는 과정에 직접 개입하여 내담자의 성장에 촉진적 역할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