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 1
매주 토요일 오는 노부부
토요일 아침.
산등성이를 따라 피어오른 안개가 계곡을 감싸고 있었다.
소진은 카페 문을 열기 전에 늘 하던 대로 테라스에 나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밤새 내린 이슬이 풀잎마다 맺혀 반짝였고, 이름 모를 새들이 숲속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주방에서는 지영이 국화차를 덖고 있었다.
"오늘도 국화 향이 참 좋네."
소진이 미소를 지었다.
"향이 좋으면 사람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지잖아."
지영은 찻잔을 가지런히 놓으며 웃었다.
"이제는 이 향을 맡으려고 오는 손님도 많아."
소진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계곡은 변함없이 흐르고 있었다.
사람도 계절도 모두 변하지만, 계곡만은 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전 열 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카페 문이 조용히 열렸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칠십 후반쯤 되어 보이는 노신사가 먼저 들어왔다.
희끗한 머리를 단정히 빗어 넘긴 그는 늘 같은 회색 재킷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작은 손가방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의 뒤를 따라 연분홍색 카디건을 걸친 할머니가 천천히 들어왔다.
두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처럼 카페 안을 둘러보았다.
정확히는...
할머니만 그랬다.
"어머."
할머니는 아이처럼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참 예쁜 카페네요."
노신사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지?"
"우리 처음 와 보는 거예요?"
"그래."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오늘 처음이야."
소진은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노신사는 늘 같은 창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말했다.
"국화차 두 잔 부탁드립니다."
"네."
소진은 국화차를 준비하며 문득 생각했다.
'이분들은 매주 오시는데...'
할머니는 정말 처음 오는 사람처럼 카페 곳곳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창밖의 계곡을 보고 감탄했고,
천장에 걸린 풍경을 보며 웃었고,
벽에 걸린 야생화 그림 앞에서는 한참 동안 발걸음을 멈추었다.
마치 모든 것이 처음인 사람처럼.
차가 나오자 할머니는 국화 향을 맡으며 환하게 웃었다.
"이 차 참 향기롭네요."
노신사는 따뜻한 눈빛으로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마음에 들어?"
"네."
할머니는 수줍게 웃었다.
"이런 곳에 처음 와 봐요."
노신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도 또 오고 싶어요."
"그래."
그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다음 토요일에도 오자."
그 말을 들은 소진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 주에도 오실 걸 이미 알고 계신 것처럼 말씀하시네...'
그날도 노부부는 한 시간쯤 머물다 돌아갔다.
그리고 정말 다음 토요일.
같은 시간.
같은 차.
같은 자리.
같은 국화차.
모든 것이 똑같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단 하나.
할머니의 첫마디였다.
"어머."
그녀는 카페 안을 둘러보며 환하게 웃었다.
"참 예쁜 카페네요."
소진은 잠시 손을 멈추었다.
지난주에도...
지지난주에도...
똑같은 말을 들었다.
할머니는 창밖을 바라보며 감탄했고,
국화차 향을 맡으며 행복해했고,
벽에 걸린 그림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오래 바라보았다.
노신사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며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매주 토요일.
오전 열 시.
두 사람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카페를 찾았다.
그리고 할머니는 언제나 같은 말을 했다.
"처음 와 보는 곳인데 참 아름답네요."
소진은 궁금했지만 한 번도 이유를 묻지 않았다.
사람마다 말할 준비가 되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토요일.
카페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졌다.
손님들이 모두 돌아가고 노부부만 창가에 남아 있었다.
할머니는 계곡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졸기 시작했다.
노신사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할머니 어깨에 살며시 덮어 주었다.
그 손길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다정했다.
소진은 따뜻한 대추차 한 잔을 들고 다가갔다.
"따뜻한 차 한 잔 더 드세요."
노신사는 감사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창밖에서는 석양이 계곡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노신사는 졸고 있는 아내를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선생님."
"네."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깊은 사랑이 배어 있었다.
"사실..."
잠시 말을 멈춘 그는 아내의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아내는 치매입니다."
소진은 아무 말 없이 그의 말을 기다렸다.
노신사는 아내를 바라보며 잔잔하게 미소 지었다.
"매일 아침..."
그는 아주 천천히 말을 이었다.
"매일 아침 저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바라봅니다."
카페 안은 조용해졌다.
계곡물은 변함없이 흐르고 있었고,
창밖의 저녁노을은 두 사람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
소진은 그 순간 알지 못했다.
이 노부부가 앞으로 들려줄 사랑 이야기가,
지금까지 자신이 만난 어떤 사랑보다도 깊고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