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소리예술인협회 밤밭노인복지관 시낭송 봉사
남을 즐겁게 마음 나누는 시낭송봉사는 나의 행복이다!
💖택배 상자 속의 어머니 / 박상률
서울 과낙구 실림 이동
소리 나는 대로 꼬불꼬불 적힌 아들네 주소
칠순 어머니 글씨다.
용케도 택배 상자는 꼬불꼬불 옆길로 새지 않고
남도 그 먼데서 하루 만에 서울 아들 집을 찾아왔다.
아이고 어무니!
그물처럼 단단히 노끈을 엮어놓은 상자를 보자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곡소리
나는 상자위에 엎드렸다.
어머니 으쩌자고 이렇게 단단히 묶어놨소
차마 칼로 싹둑 자를 수 없어
노끈 매듭 하나하나를 손톱으로 까다시피 해서 풀었다.
칠십 평생을 단 하루도 허투루 살지 않고
단단히 묶으며 살아낸 어머니
마치 스스로 당신의 관을 미리 이토록 단단히 묶어 놓은 것만 같다.
나는 어머니 가지마시라고 매듭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풀어 버렸다.
상자 뚜껑을 열자 양파 한 자루, 감자 몇 알, 마늘 몇 쪽,제사 떡 몇 덩이, 풋콩 몇 주먹이 들어 있다.
아니, 어머니의 목숨들이 들어있다.
아, 그리고 두 홉짜리 소주병에 담긴 참기름 한 병!
입맛 없을 땐 고추장에 밥 비벼 참기름 몇 방울 쳐서라도
끼니 거르지 마라는 어머니의 마음,
아들은 어머니 무덤에 엎드려 끝내 울고 말았다.
#정다운 #시인
첫댓글 꽃길을 걸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