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 흘렀지만 어머니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의 눈은 아들의 죽음이 지나간 30년의 세월을 기록하기 위해 열린 전시회 첫 사진에 멈췄다. 최루탄 연기가 피어져 오르고 있는 텅 빈 거리에 아들은 외롭게 쓰러져 있었다.
당시 "뉴스를 보니 최루탄을 많이 뿌린다니까 너는 나가더라도 꼭 뒤에서 있고 나서지 말아라"는 말에 "엄마가 시킨 대로 할게"라고 말했던 착한 아들 '한열이'는 그렇게 대열 맨 앞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7일 고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장면을 포착한 사진이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77)는 사진 앞에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손으로 수차례 이 열사의 몸을 쓰다듬던 어머니는 이내 울먹임을 토해냈다.
"다 이렇게 도망갔는데..." 텅 빈 거리에 쓰러져 있는 아들의 사진 앞에서 배씨는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배씨는 결국 작은 전시장을 다 돌기 전에 전시회장 한쪽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눈물을 훔쳤다.
이날 오후 6시 서울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는 이한열기념사업회의 주최로 6.10항쟁 30년 주년과 이한열 열사의 30주기를 기념하기 위한 '특별기획전'이 열렸다.
이번 전시에는 이 열사가 최루탄에 피격된 직후 장면을 담아낸 '내셔널 지오그래피' 기자 네이선 벤의 사진이 최초로 대중에게 공개됐다. 또 연세대 학술 정보원에 보관돼 있던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의 '이한열 장례특집 호외' 등 희귀 자료들도 공개됐다.
전시회장을 둘러본 배은심씨는 "한열이의 사진을 사진이 아니고 그림이라고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사진을 보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한열이가 비겁하게 도망가다가 사고를 당한 것인지 아니면 독재 정권과 정말로 맨주먹으로 투쟁하다 죽임을 당한 것인지 항상 궁금했는데, 남들은 다 도망갔는데도 아무도 없는 곳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니 도망간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배씨는 "30년 동안 많은 분들이 한열이를 기억해 준 것에 감사하고 그렇게 한열이의 이름이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해준 사람들에 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1987년 6월9일 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았던 '6·10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 당시 연세대 학생회장이었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전시회를 찾아 "사람들에게 6월 항쟁은 승리로 기억되겠지만 저희에게는 그렇지 않다"며 "22살의 평범한 후배를 지키지 못한 못난 선배로서 제가 죽었어야 할 자리에 한열이가 대신 죽었다는 자책감에 평생을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7월8일까지 한달간 진행될 예정이다. 또 이 열사의 30주기인 9일 오후 6시30분에는 서울광장에서 이한열문화제와 장례행렬재연행사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