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문진 소돌 해수욕장 피서 여행
2012.8.3.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계속된다. 남쪽에서 기세 좋게 올라오던 폭염이 이제 수도권도 강타, 거의 35도에 육박하며 폭염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동해안 소돌 해수욕장(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리)으로 1박 2일 피서를 떠나게 되었다. 아내와 잘 아는 군인 공무원으로 은퇴 후 다른 일을 하다 잠시 쉬고 있는 지인 댁에서 펜션을 잡아 놓았는데 어차피 가는 길이니 펜션과 기름값을 제외하고 다른 비용만 공동 부담하고 함께 가자는 제안이다. 이웃의 좋은 사람들이라 그 제안은 아주 좋았다. 그러나 그 피서 기간이 8월 1일~2일이다. 하기휴가 기간 중 가장 피크 때다. 필자는 고생만 할 것 같아 상당히 망설였는데 아내가 갔으면 하는 내색이라 함께 가기로 동의하였다.
사실 올해는 부부 하기휴가 계획이 없다. 하기휴가는 직장에 다닐 때에는 어쩔 수 없이 휴가기간인 7월 말에서 8월 초 절정 때에 주로 다녔다. 그러나 직장을 관두고는 가능한 휴가 절정 때를 피했다. 굳이 피크철에 움직여 고생할 필요도 없고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을 더 힘들게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여름 여행은 아이들이 고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함께 여행 다니고 고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수험 준비 때문에 함께 다니기 어려웠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자 자기들 또래끼리 놀러다니려고 하고 부모와 가지 않으려 한다. 대학을 졸업해서는 잠시 함께 여행을 함께 다니곤 하였으나 역시 주로 아이들은 친구끼리 어울렸다.
그런데 부부 단둘이는 비록 아내가 여행을 좋아하지만 잘 가려 하지 않았다. 아내들은 남편과 단둘이 가는 여행이 재미없다는 것이다. 필자도 요즈음에는 아내의 의견과 같아졌다. 한 사람이라도 재촉하면 가게 되는데 남편도 그러니 부부 단둘만의 여행은 없어졌다. 맨날 단둘이서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놀러다니면서 또 단둘이서 할 얘기도 없다. 간혹 지인 내외분이 함께 여행 가자는 제안이 오면 그때는 함께 어울려서 여행을 다니고는 하였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 아니라 올해는 놀러 갈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모처럼 제안이 들어왔지만, 이것이 피크철이라 잠시 망설였다.
펜션에서 바라본 해수욕장
그러나 직접 운전하는 것도 아니고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함께 가기로 했다. 이런 제안에는 군말 없이 응해야 다음에도 기회가 또 생길 수 있고 이웃과 살아가는데 까다롭게 굴면 좋지 않다. 그런데 갑자기 유동적이 되었다. 지인 내외분 중 아저씨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것이다. 만약 못 가게 되면 이미 펜션은 예약해놓았으니 우리 부부만 떠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는 아내에게 못 가겠다고 하였다. 1박 2일 하기휴가 절정 때 움직인다면 오가는데 대부분 시간을 소비할 것이다.
장기간 지, 정체 운전을 하는 것이 점점 상당히 부담된다. 젊었을 때는 놀러 가는 재미에 고생하며 장시간 운전하는 것도 재미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즐거움보다 부담이 더 크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함께 떠날 수가 있었다. 여러 상황으로 오전 8시에 출발하였는데 역시 생각했던 대로 엄청나게 밀렸다. 밀릴 것을 예상하였지만, 주문진 소돌 해수욕장까지 중식 시간 포함하여 8시간 걸렸다. 운전하는 분에게는 상당히 미안했다. 짐을 풀고 거의 오후 4시가 되었지만, 아직 해가 남아 있어 잠시 바다에서 놀았다.
수도권을 포함 전국이 폭염 경보라 하는데 이곳 강원도만 예외라 29도이고 바람도 좀 불어 쌀쌀한 느낌마저 들어 물속에 오래 있으면 추울 정도다. 같은 한국 땅에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이곳 소돌 해수욕장에는 해상 스카이 체험을 할 수 있는 '아라나비 해상 공중 하강 체험'하는 곳이 있어 청춘 남녀들이 시원하게 공중에서 해안가를 따라 하강하며 내려오곤 하였다. 우리는 펜션 주인에게 소개를 받아 해수욕장에서 가장 잘한다는 음식점을 찾아갔다.
수영하는 아저씨(가운데), 얼굴 물안경에 오리발을 해야 편하게 수영할 수 있다 함.
필자는 아내와 둘이 다닐 때에는 어항에 가서 회는 떠서 숙소로 가져와 나중에 술 한잔하고 항구에서는 매운탕을 끓여 먹으면 저렴하면서도 맛깔나게 먹고 저녁 시간도 숙소에서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가까운 식당에서 술 한잔하며 식사하기로 하였다. 유원지에서 해변을 보며 먹는 것이라 분위기는 무척 좋고 가까워 편리하기는 하였지만, 그 대신 가격은 비싼 편이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데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시원하다. 이 맛에 사람들이 도심에서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을 찾아다니나 보다. 해변도 거닐고 숙소로 돌아와서도 시간이 있어 술 한잔 더 하였다. 다음 날 아침 주문진 소돌 해수욕장은 날씨가 상당히 흐렸다.
바람도 불고 파도도 조금 더 세진 것 같다. 아침 일찍 일출을 보러 나왔는데 날씨가 흐려 보이지 않는다. 오대산에 콘도를 잡아 놓고 왔다는 한 부부가 해안가를 보더니 옛날보다 모래가 많이 쓸려나갔다고 한다. 동해안 전체적인 추세인가 보다. 무분별한 개발의 후유증이다. 새벽녘에는 비도 왔었나 보다. 해수욕장은 안전 요원들이 출근 중이라 수영금지 붉은 깃발이 나붙었다. 안전 요원이 나온 이후에는 수영주의 노란 깃발로 바뀌었다. 사람들도 해수욕장 중앙 부위에만 몇 명 수영하고 있다. 함께 온 남자분은 바다에 무척 들어가 보고 싶어했는데 여의치 않자 우리는 다른 일정을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주문진에서 가까운 볼거리로 낙산사로 가서 지난번 화재 이후 깔끔하게 복구된 사찰을 구경하러 가기로 하였다.
낙산사에 도착하니 비가 내린다. 사람도 많다. 낙산사 구경하고 비가 오니 더는 할 일이 없다. 날씨가 선선하니 가만있어도 피서는 되는데 두 집이 아무 일 안 하고 가만있는 것도 좀 그렇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주문진항의 유명한 생선찜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2시경에 귀경길에 올랐다. 평창 정도 오니까 하늘이 무척 맑아지고 차창 밖은 더운 날씨로 푹푹 찐다. 강원도 동해안 쪽과 왜 이렇게 날씨 차이가 크게 나는지, 그것은 알 수 없다. 귀경길은 막히지 않아 갈 때 걸린 시간의 반인 4시간 만에 도착하였다. 역시 광명에 도착하니 푹푹 찐다. 아내가 잘 아는 지인 덕분에 운전도 하지 않고 편안하고 시원하게 2일간 하기휴가를 아주 잘 보냈다.
아라나비 해상 공중 하강(스카이) 체험하는 사람
주문진 소돌 해수욕장 갯바위
주문진 소돌 해수욕장
갯바위와 파래
흐린 날의 소돌 해수욕장 일출, 날씨가 흐려 보이지 않는다. ㅜ.ㅜ
첫댓글 좋은 추억이 있는 곳이네요. 동해바다의 넓은 대양을 감상합니다.
예. 넓고 시원한 바다는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품어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