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서 가장 추운 한파가 밀어닥친 아침을 맞았다. 간만에 두 대의 버스를 가득메운 악우들과 단양을 향해 시원하게 뚫힌 중앙고속도로를 질주 했다.
움추려진 모습이 역력한 악우들에게 웃음을 주기위해 어설픈 유머를 나레이션 해 보지만 반응이 별로다. 웃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 좋았다. 경상도 토종 사투리를 사용하는 아가씨가 서울 토박이 신랑을 맞아 결혼식을 오린 후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다.. 첫 날 밤 부부식을 올리기 위해 신랑이 목욕을 하고 나오자 신부는 말했다. `좃내 나네요...`(의역 : 좋은 냄새 나네요) 불시에 당황을 한 신랑은 정말 그런가 싶어서 다시 사워를 한다. 이번엔 거시기에 향수까지 뿌리고 나왔다. 이번에도 신부는 한술 더 떠서 `정말로 좃내나네요....` 첫날밤을 망쳐버린 그들이 다음 날 아침 아침식사를 하는데...중략.. 탕에 밥을 말아 들이키다시피하는 신랑을 보고 신부가 한마디 했는데 ...씹도 안코 먹능교(의역 : 씹지도 않고 먹습니까?).. 그들은 헤어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죽령터널 4.6Km를 지나면서 부터 여행의 기분이다. 아기자기하고 오묘한 산봉우리들이 시야에 펼쳐지고 아름다운 산하가 마음을 슬레이며 펼쳐지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며 지나가는 모습까지도 아름다운 단양 고을까지는 3시간 넘게 걸렸다. 옥순담, 구담봉 까지는 산길을 따라 더 달렸다. 제비봉을 지나 바로 목적지다.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월악산 국립공원 구담봉 문지기가 길을 막았다. 사전에 꼼꼼이 못챙긴 것이 아쉽지만 하여간 불허다. 제비봉을 오르고 충주호를 타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제비봉에서 바라 본 충주호와 오르지 못한 구담봉의 모습은 절경이다. 호반위에 동양화 처럼 서있는 그모습이 거북이 모습이라 해서 붙여진 구담봉.
제비봉도 여러번이지만 오를때마다 변화무쌍하다.정상까는 퍽 시간이 걸렸다. 정상을 조망하면서 멋진 산하의 신비를 가슴에 담았다. 양지바른 곳에서 점심을 함께하며 감회한 등산의 참멋! 간만에 함께온 동선,영식고교 동기와 감회를 함께했다. 짧은 제비봉 산행이었지만 무진장한 맑은 공기를 맘껏 마시고, 보고. 느끼며 멋진 하루를 관조 해 본, 아름다운 날의 파노라마를 연출한 느낌이다.
가뿐하게 제비봉을 오르내렸다. 충주호 선상유람을 떠났다. 중국관광객이 많이 눈에 띈다. 뗏놈(대놈)들의 표정이 추위에 일그러진 듯 하다. 객실에는 한국 특유의 짬봉 무희가 할머니들에의해 연출되고 있었고 200리길 충주호의 맑은 물위를 유영하는 배에서 바라본 세상은 감격이다. 방금 등산한 제비봉이 제비처럼 춤을 추고 있었다. 동강과 서강이 마주쳐 남한강이 되고 경기도서 북한강이 되고 서울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남한강 충주호가 지나갈때 마다 비경의 연속이다.
오늘 오르지 못한 단양8경 5호인 구담봉이 감탄을 자아냈다. 숫거북의 모습이 보이고 모퉁이를 돌아서니 암거북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모습이 물속에 비춰져 지어진 구담봉이다. 하선암과, 중선암, 다음주 산행 할 상선암,도담삼봉, 석문으로 이루어진 단양8경은 퇴계 이황선생을 비롯한 선조들이 머물다간 흔적이 어려있는 곳이다. 뭍가 양지바른 곳에는 평생을 이황선생만 사모하다 타계소식을 듣고 이곳에서 목숨을 끊은 기생의 묘가 외롭게 자리잡고 있었다.
병풍 처럼 펼쳐진 옥순봉은 과히 절경이었다.
대나무 싹모양을 하고 있는 옥루봉을 지나며 시 한소절을 떠올렸다. 단양은 신선이 다스리는 살기좋은 고장이란 뜻이다. 신선이 나올법한 아름다운 절경이 그랬다. 소백산과 월악산 자락에 내려 앉은 단양은 2개의 국립공원이 있는 곳이다. 유서 깊은 명승고적이 즐비한 단양은 인근의 영월과 함께 멋을 간직한 곳. 차갑게 불어 오는 강바람에 얼굴이 시리다. 물위에 유영하는 유람선을 타고 신선이 되어 노닌시간이 1시간. 올 여름 산악회원들과 백두산행 후 함께 한 중국의 용경협이 기억났다. 협곡을 막아 호수를 만들었는데 7Km의 무릉도원의 황홀 무대에서 배를 탔다. 웅장하고 호화스러운 용경협에 비해 충주호는 아담하고 작다. 다분이 한국적인 모습이다.다시금 국토의 멋에 감탄을 했다.
다음주에 다시 단양으로 온다. 한 달전 단종유적지를 취재차 왔던 영월과 함께 단양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신선이 될 다음주가 기대된다. 추억을 사진에 담아 자료실에 올렸다. 사진속의 모습처럼 그런 하루였다.
이글을 쓰고있는 무렵 故이상락 직전 회장의 사망소식에 침통했다. 산행부대장과 산행부장,회장까지 역임한 고인은 출석율이 과히 백퍼센트로 충실했고 진정한 산악인의 정신을 소유하신 분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글을 고인에게 바치고 싶다.
첫댓글 떠나는 것들과 남아있는 것들이 교차하는 지금-가을의 끝자락은 그런계절인가 봅니다 국장님 늘수고가많아요사진 잘보았고 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