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19. 온가족 송년법회에서 하신 법문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상도선원 팔정도 온가족법회 송년 특별 모임의 날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행사로 팔정도법회에 어린이, 청소년, 성인 불자가 다 모였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 큰 박수를 한 번 다 같이 치겠습니다. (박수)
한 해를 보람있게 잘 지냈다고 생각되는 분들, 손 들어보세요. 되돌아보니 아쉽고 섭섭하고 마음에 응어리진 게 분명 있었지요? 오늘 이 시간을 통해 다 놓아버리고 풀어버려야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법문 주제는 참회와 감사입니다. 1년간 잘한 일도 많지만, 잘못한 일들도 많습니다. 잘한 것은 더 잘할 수 있게 격려하고, 못한 것은 개선해 앞으로 더 잘할 수 있게 해야겠죠. ‘참회’라 할 때, ‘참’은 잘못한 것을 뉘우치는 것이며, ‘회’는 그런 잘못을 앞으로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참회의 방법은 첫째, 몸으로 지은 여러 잘못된 행위를 뉘우치는 것, 둘째 입으로 지은 여러 잘못된 행위를 뉘우치고 고치는 것, 셋째, 뜻으로 지은 잘못된 행위를 뉘우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차원에서 한 해를 되돌아보며, 부처님 말씀을 새겨보겠습니다. 눈 감으시고, 우리 어린이들도 한 해 동안 부모님께 잘한 일, 잘못한 일 한 번 생각해보세요.
산 생명을 해쳤던 일을 참회하고 긍정 에너지를 가득 채우세요.
남의 것(주지 않은 것)을 훔쳤던 업을 이 종소리와 함께 내려놓고 맑게 정화시키십시오. 그리고 앞으로는 모든 존재와 나누겠다는 서원을 세우세요.
삿된 음행을 한 적이 있으면, 종소리와 함께 정화하고, 청정한 행을 하겠다는 서원을 세우세요.
거짓말을 했다면, 앞으로는 진실된 화합의 말을 하겠다는 서원을 세우세요.
이 공동체에서 수행하는 도중에 사특한 욕심에 기반을 둔 수행법을 남에게 전하거나 스스로 했다면, 앞으로는 정법에 입각해 정법을 전하겠다는 서원을 세우세요.
남의 가슴에 못 박는 거친 말을 했으면 내려놓고, 부드럽고 따뜻한 말을 하겠다는 서원을 세우세요.
탐심, 진심, 치심으로 살았다면 다 내려놓고, 모든 존재를 자애로 섭수하고 사랑을 베푸는 지혜롭고 빛나는 삶을 살겠다는 서원을 하십시오.
합장하시고,
업장을 참회한다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업장을 참회한다는 것은 보살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지나간 세상에 비롯 없는 겁 동안에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탓으로 몸과 말과 뜻을 놀리어 악한 업을 지음이 한량없고 가이없으니, 만일 그 악한 업이 형태가 있다면 끝없는 허공으로도 그것을 다 용납할 수가
없을 것이다. 내가 이제 청정한 세 가지 업으로 법계에 두루 찬 아주 작은 티끌 세계의
모든 부처님과 보살 대중 앞에 지성으로 참회하고 다시는 악한 업을 짓지않으며,
깨끗한 계율의 모든 공덕에 항상 머물겠나이다.' 하는 그 마음이니라.
이와 같이 하여 허공계가 끝나고, 중생계가 끝나고, 중생의 업이 끝나고,
중생의 번뇌가 끝나야 나의 참회도 끝나려니와. 허공계와 내지 중생의 번뇌가
끝날 수 없으므로 나의 이 참회도 끝나지 않느니라. 염념히 계속하여
잠깐도 쉬지 않건만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일은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느니라.
화엄경 보현행원품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그럼 다 같이 참회진언을 하겠습니다.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모두 합송)
원이차공덕 보급어일체 아등여중생 당생극락국 동견무량수 개공성불도
1년간 지은 업장이 정화되고, 맑은 마음으로 송구영신하는 시간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왜 힘들고 괴롭고 아팠는지, 되돌아보면 ‘수순(隨順)’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즉 흐름을 타고 같이 흘러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보현행원품의 열 가지 서원 중에 ‘수순중생원(隨順衆生願)’과 ‘보개회향원(普皆回向願)’이 있습니다.
'수순중생'이란 모든 이와의 관계 속에서 거슬리지 않는 마음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래야 행복하지, 안 그러면 불행합니다. 제가 신년 법회에서 그간 해오던 ‘행복’에 관한 법문을 계속해서 할 것입니다. 흐름과 함께 가야지 흐름을 거스르면 괴롭고 불행합니다.
보현보살이 수순한다 함은 무엇일까요? 법계의 중생들은 여러 차별이 있습니다. 사고방식, 습관이 다 다른 존재들이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족이라는 소공동체의 부부도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들딸을 낳아 살아가고 있죠. 이 가족 공동체에서 관찰해보면, 연기적 관계성 속에서 삶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보입니다. 행복하지 않을 때 그 원인의 하나가, 관계의 흐름을 잘 흐르게 하지 못한 것입니다.
어젯밤에 제가 새벽 세 시까지 행복에 관련된 자료들을 모아놓은 사이트에 들어가서 검색해 읽어보았습니다. 가족 안에서 어린아이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감정처리법을 교육 받지 않고 부모의 감정대로 하니 애들이 힘들어합니다. 동생이 태어나니 세 살, 다섯 살 짜리가 사랑을 뺏긴다 생각해 반항을 시작합니다. 반대로 가는 행동을 하니 엄마가 무조건 “하지 마!‘라고 합니다. 그러고도 반항을 하니 손찌검을 하고 부정적 얘기를 하여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엠비씨에서 한 가족을 택해 심리 치료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원인을 살펴보니, 욕구를 억압하고 잘못된 처리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방법을 달리 하여 아이를 받아주면서 공감을 하니 아이의 행동이 달라졌습니다.
청소년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의 요고가 일방적인 지시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반대 감정이 일어나 대립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살피고 받아주고 공감했을 때 자녀에게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흐름에 수순하는 것은 행복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입니다. 아들딸이 다 중생입니다. 부모로서 이런 마음을 쓸 수 있는지를 점검해보세요. 그리고 정리를 해서 새해에는 감사한 일들을 모아 ‘감사일기’를 쓰세요. 수순하며 감사해야 합니다. 1년간 자녀가 이렇게 잘 자라준 것을 감사하고, 배우자가 이렇게 좋은 면을 가진 것을 감사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그들에게 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감사하지 않으면 그 역할의 힘이 자라나지 않습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남편의 가부장적 사고방식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우리 선원 거사님들의 모임 ‘사무량회’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일요 법회날을 ‘설거지 데이’로 정해 설거지를 하고 계십니다. 이미 두 번이나 하셨지요. 상도선우너이 앞서서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원에서 실천한 것을 집에서도 실천하셔야 합니다. 이런 동사섭(同事攝)이 가정 내에서 되었을 때 앞에 말한 수순의 원이 성취됩니다.
내년에 수순하고 감사할 일들을 매일 적어 감사일기를 써서 제게 보여주세요. 1년 내내 행복의 조건이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는지를 수첩에 적어보세요. 제가 가만히 있어도 선원의 일이 긍정적으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부처님이 도와주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자생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단체들 여러 개를 엮으면 좋은 팀이 되고 조직이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 단체에 이름을 붙여주고 임명식을 이따가 할 것입니다.
상도선원 전체의 신행 생활을 이끌어나갈 체계로서 ‘망갈람(mangalam)’ 회라고 이름 붙인, 즉 ‘행복운영위원회’를 해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법회의 제반 일을 담당하는 법회 팀은 ‘전법륜(전법륜)회’, 도량청정 봉사팀은 월요 팀은 ‘청정도림’이라고 지었습니다. 우선 맑고 청정해져야 그것이 도(道)입니다. 그리고 함께 모여서 하기 때문에 나무들이 모인 숲 같다 하여 림(林) 자를 붙였습니다. 수요일 봉사회는 ‘원각회’라고 지었습니다. 여러 곳에서 두루 부족한 것을 메꾸는 모임이 될 것입니다. 선원은 능력이 출중한 분들, 또 소박하면서 개성 있는 분들, 이 모두 모여 구성되며 개개인 전부가 소중합니다.
공양간 봉사 모임은 ‘향적림(香寂林)’입니다. 향기가 교감신경을 자극해 행복감을 주니, 공양간을 흔히 ‘향적전’이라 부릅니다. 향기를 통해 고요해진다는 것이지요.
법우들의 경조사 특히 상사를 챙기는 상조회는 ‘무량수(無量數)회’입니다. 이 안에 인로왕(引路王)회 즉 기존의 제사 봉사 팀이 들어갑니다. 상을 당했을 때 가서 염불을 해주는 모임은 ‘미타(彌陀)회’라고 지었습니다. 무량수회 안에 의식집전반도 들어가는데, 이것은 아직 이름을 짓지 않고 남겨놓았습니다.
새벽기도 팀은 ‘여의륜(如意輪)회’, 다각 팀은 ‘동다헌(東茶軒)’, 규방공예 팀은 ‘가사야’, 종이 공예 팀은 ‘자등명(自燈明)’, 육법공양 팀은 ‘육화회(六和回)’ 종무실에서 봉사하는 팀은 ‘문수림(文殊林)’, 참선반은 ‘수처작주(隨處作主)회’, 청년회는 ‘나란다회’라고 지었습니다. 나란다는 옛 인도에서 불법을 공부하던 최대의 대학교 이름입니다. 우리 청년, 청소년, 어린이들도 원을 세우고 불법 공부를 해서 이 중에서 프레지던트(president)도 나오고 해야 하지 않겠어요? 지금 OECD 국가 중에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가 한국입니다. 이를 바꾸려면 청년, 청소년 불자들이 제대로 배우고 세상을 이끌어 가야 합니다. 어린이 청소년 행복 프로그램을 저와 같이 하십시다.
어린이 불자들, 행복하고 싶어요? (어린이 불자들 대답 “네” )
여러분을 행복하게 해주시는 엄마 아빠에게 큰 박수 한번 보내주세요. (박수)
청소년 불자들, 행복하고 싶어요? (청소년 불자들 대답 “네")
왜 공부를 하죠? 대학에 잘 가려고. 왜 대학에 잘 가야 하죠? 취직을 잘 하려고? 왜 취직을 잘 해야 하죠? 돈을 잘 벌고 잘 살려고? 왜 돈을 잘 벌어야 하죠? 행복하게 살려고? 궁극적으로 이렇게 따지고 들어가면 결국은 행복하려고 그러는 거죠. 스스로 행복하게 사는 길을 깊이 연구하고 토론해야 합니다. 부모님들도 행복을 연구하고 또 실천해야 하고요. 큰 박수를 부모님들에게 쳐드리세요. 또 부모님들은 답 박수를 쳐주세요. “같이 행복한 삶을 꾸려갑시다”라고요.
그럼 보현행원품 회향의 말씀을 읽으면서 오늘 법문을 회향하겠습니다. 좋은 공덕을 모든 분들에게 회향합니다. 합장하고 회향품을 읽겠습니다.
널리 모두 회향한다는 것은 처음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으로부터 중생을 따르는 것까지의 모든 공덕을 온 법계 허공계 일체 중생에게 남김없이 회향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항상 안락하고 모든 질병의 고통은 없게 하며 악법을 행하려 할 적에는 이루어지지 않게 하고 선업을 닦고자 하면 모두 속히 이루어지게 하며, 일체 악취의 문은 닫아버리고 인간과 천상에 열반의 바른 길을 열어 보이며, 만약 모든 중생이 악업을 쌓아 모은 것 때문에 받아야할 일체의 지극히 무서운 고통의 과보를 내가 모두 대신 받아서 저 중생들로 하여금 해탈을 얻게 하며 마침내 위없는 보리를 성취하게 하리라 하는 것이니라.
보살이 이처럼 닦은 바를 회향하기를 허공계가 다하며 중생계가 다하며 중생의 업이 다하며 중생의 번뇌가 다하여도 나의 이 회향은 다함이 없어 생각마다 계속하여 끊임없이 하여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일에 조금도 지치거나 싫증을 내지 않고 하는 것이니라.
성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