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없는 행복한 학교 서대문’, 서대문구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성과와 한계
조 연 희(교육희망네트워크, 서대문 혁신교육지구 실무추진단)
서울형 혁신교육지구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자치구, 지역주민이 협력하여 학교와 학생의 교육 활동을 지원하여 새로운 ‘지역교육공동체’ 기반을 다지는 사업이다. 2016년 현재 서울형 혁신교육지구는 20여 개 지역구로 확대되었다. 혁신지구형 12개, 우선지구형 4개, 기반구축형 4개인데, 서대문구는 2015년은 우선지구형, 2016년에는 혁신교육지구로 선정되었다.
서대문구는 풀뿌리 시민사회의 활동 역사가 짧고, 활동가들도 많지 않은 곳이어서 이러한 지역에 거버넌스 형태의 혁신교육지구 사업이 가능할까에 대한 회의도 있었지만, 참교육학부모회 서부지회와 서대문교육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중심이 되어 2014년 10월부터 혁신지구 추진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2014년 10월에서 12월 사이에 서대문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들은 매주 주말마다 모여 마라톤 워크숍과 회의 등을 진행했으며, 주민들과 구청, 지역교육기관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개최하는 등 빠른 행보를 이어갔다. 그 결과 2015년 1월에는 우선지구형 선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2015년에는 서대문구 우선지구 실무추진단에 서대문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 3인이 결합하여 월 2회 이상의 모임에 참여하여 초보 형태의 민관학 거버넌스 모임을 꾸려갔다. 서대문구청 교육혁신과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서부교육청의 담당 공무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민·관·학’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갔다.
주요 사업으로는 동사무소 공간을 활용한 ‘토요동학교’, ‘학운위 학부모 네트워크’ 구축, ‘청소년 동아리·축제·진로’ 지원 사업, ‘마을도서관 네트워크’, ‘지역사회문화탐방’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였는데, 대부분 청소년 문화의 집이나 구청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나 문화시설 등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형태로 진행되었고, 기관을 대표하는 분들이 실무추진단에 결합하여 사업을 공유하는 형태였다. 서대문 교육넷이 직접 결합하여 진행한 사업으로는 청소년 의회, 교육경비보조금 사용의 방향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워크숍 정도에 그쳤고, 그마저도 기관이나 구청의 비협조로 불만이 증폭되기도 했다.
2016년 혁신지구로 이행하는 과정에 우려도 많았지만, 서대문혁신교육센터를 구축하여 민의 역량을 더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하는 조건으로 혁신지구 사업을 위한 준비를 해나갔다. 1박 2일 워크숍을 비롯하여 사업별 평가회 등을 거쳐 2016년 이후를 준비하는 활동을 진행하여, 2016년에는 혁신교육지구로 선정되었다.
2016년에는 혁신지구 사업의 안정적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사회 역량 강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마을교육생태계를 조성하기로 하였다. 학교교육지원, 청소년자치 및 동아리지원, 마을과 학교 연계지원, 민관학거버넌스 구축 운영의 4개 분과를 두고 각 분과에는 사업별로 분과를 세분화하여 운영하는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마을결합형 학교 운영, 문화예술 협력교사 지원, 책 읽고 토론하는 마을과 학교, 100동아리 지원, 서대문 청소년의회를 비롯한 청소년 네트워크 구축, 서울형자유학기제를 지원하기 위한 마을 강사단 구축, ‘누구나’ 프로젝트 구축, 서대문교육종합포털 구축, 운영협의체 활성화, 학부모가 추최하는 창의체험 한마당, 혁신코디 양성 및 운영 등이 있다.
100동아리 지원 사업이나 청소년 의회 사업, ‘누구나 프로젝트’ 사업 등은 청소년들과 주민들의 적극적인 신청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계획된 사업을 집행하기 위해 서대문혁신교육센터의 장도 선임되어 계획했던 사업이 느리지만 집행은 되고 있다.
그러나 2015년 실무추진단을 중심으로 구축되었던 민관학 거버넌스의 긴장감과 협력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고 있다. 실무추진단 회의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분과 내 분과로 세분화 되면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전체 진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마을 생태계 전체를 보지 못하며 개별 사업 중심으로 활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혁신교육지구를 추진하고 운영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기이다. 민간의 역량을 키워 마을에서 성장하는 아동과 청소년 교육의 기반을 구축하고, 민주적 시민으로 성장하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혁신교육지구의 목표가 관 주도의 행정 체계로 운영되어 성과 중심의 과정과 결과를 가져온다면 혁신이 아니라 공무원들의 업무 증가만 낳을 뿐이다.
그렇지만 마을에서 만나는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 지역주민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혁신 교육 희망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해 본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사람을 남기는 교육 사업이 혁신교육지구의 중심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