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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미술관
나쁘지는 않았는데 내가 생각한 내용은 아니었음. 읽으면서 그래서 이 책의 주제가 뭐지 하다가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싸악 정리가 됐다.
미술이라는 단어 때문에 오해가 있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게 미술이 아니라 결국 인간에 대한 고찰인 것. 그래서 현대에선 역으로 추한 것에 대한 도전도 이뤄지고 있다고.
아, 그림에서 보는 직선과 원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는데 주워들은 썰로는 직선만 어마무시하게 연습한다길래 모두 직접 그렸을 줄 알았는데 대작 중에서 콤파스와 자 자국이 보이는 작품도 있다고....
미술에 대한, 그림에 대한 환상이나 편견을 깨줘서 속은 시원~
아, 몇몇 그림이 제목과 연결된 건 엄청난 발전~
1장 고전은 없다
19. ‘클래식’의 어원은 라틴어 ‘클라시쿠스’로 최상의 클래스, 즉 최상의 계급에 속한다는 의미. 본격적으로 사용된 시기는 중세 때부터. 이 시기 클래식이라는 용어는 주로 라틴어로 쓰인 중요한 문헌을 의미. 클래식을 한자로 옮기면서 고전, 즉 문자 그대로 ‘옛날 책’이라고 풀이한 건 이 때문.
20. 그러므로 고전미술이라고 하면 우선적으로 고대 그리스⸳로마의 미술, 즉 기원전 8세기에서 서기 5세기까지의 서양미술을 가리킵니다. 한편 ‘최고의 미술’ 또는 ‘규범이 되는 미술’을 뜻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은 클래식, 또는 고전이라는 용어 속에는 그리스⸳로마의 것을 최상의 것으로 보는 인식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리스·로마의 것은 최고’이며, 이것을 뒤집어 ‘최고의 것은 그리스·로마에서 왔다’라는 인식까지도 담겨 있습니다.
22. 「벨베데레의 아폴로」는 당황스럽게도 그리스에서 제작된 것이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미술사적으로 보면 기원전 4세기의 그리스 조각을 로마시대에 재제작한 복제본인 겁니다. 이 작품만이 아닙니다. 빙켈만이 고전미술의 또다른 정수로 칭송했던 「라오쿤 군상」도 오늘날에는 로마시대 ‘짝퉁’으로 판별이 났습니다.
23. 이처럼 그리스·로마 시기의 작품이 많은 것처럼 보여도 정통 고전기의 오리지널 작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 고전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칭송했던 작품들이 알고 보면 복제본이거나 고전기에서 한발 떨어진 시기에 제작된 작품인 셈입니다. -결국 절대적인 미는 없는 걸로.... 평가는 과장된 걸로... 그러고 보면 가작이다 아니다 논쟁도 많았던 걸 더듬어 보면 누가 그렸는지,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가 작품 그 자체보다 거의 절대적으로 중요한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31. 오늘날의 그리스 인종들도 여전히 그 신체적 아름다움이 뛰어나다. 그리고 자연과 기후가 그리스에 가ᄁᆞ울수록, 그 속에서 나온 인간의 외모는 더 아름답고, 더 고결하고, 더 강렬하다
/ 이런 멋진 글귀를 떠올리며 대리석 조각을 바라보면 이 차가운 돌덩어리는 훨씬 더 생생하고 의미 있게 다가올 겁니다. - 평론가가 문제야...
42. 근육의 움직임이나 신체 세부의 묘사가 주는 자연스러움에서는 확실히 김복진의 「소년」이 더욱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우리의 미술이 20세기에 들어서 이같이 변모하게 된 데이는 석고 데생을 기초로 한 인체 드로잉 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고 봐야할 겁니다.
45.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시대, 나이, 문화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를 표준화, 수치화, 계량화하려는 시도는 현대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해석을 통해 ‘미’라는 추상적 세계를 구체화하고 정당화하려는 욕망이 작동한다고 할까요?
46. 여러분은 황금비를 아시나요? 정확하게는 몰라도 황금비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을 겁니다. 황금비란 인간이 인식하기에 가장 균형적이고 이상적으로 보이는 비율을 가리키는데, 1:1.618이라고들 합니다. 파르테논 신전, 「밀로의 비너스」 등을 황금비가 규현된 예로 들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정확히 황금비를 이루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 다 사기다아~~~~~~~~~
48. 고전미술은 페르시아와 전쟁을 치르면서 생겨난 뜨거운 에너지, 승리에 대한 자부심 등을 계속 연장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74. 저는 이 글에서 고전미술은 단지 과거의 미술이 아니라 그 영향력이 오늘날까지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미술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근대미술의 수용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도 가까운 미술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역사 속에서 고전미술이 신비화되는 과정을 짚어내면서 우리가 품고 있는 미에 대한 고정적인 생각이 착각이나 허상일 수 있다는 것을 독자 여러분들이 한 번쯤 생각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 결국 우리는 미에 관해서 열린 생각을 존중해야 하며, 마찬가지로 미술도 열린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 정리하다보니... 아무튼 미술은 미에 대해 긴밀한 관계는 있는 걸로...
2장 문명의 표정
86. 미소는 고대 세계에서 폭넓게 통용되더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87. 미소를 띤 쿠로스 조각의 상당수가 묘지에서 발견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같은 미소는 전사자들에 대한 추모, 그리고 그들의 충만했던 삶을 예찬하는 조각적 결과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99. 이들은 고전을 통해 모든 것을 초월한 인간의 고귀한 정신성을 강조하려 했고, 이런 고집 탓에 「라오콘 군상」은 울고 있어도 울지 않는 모습으로 해석된 셈이죠.
102. 고통 어린 예수의 표정과 그 앞에서 참회의 시간을 갖는 중세인의 엄숙한 표정 외에도 우리는 중세에서 다른 얼굴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랭스 대성당 입구에 자리한 천사상이 대표적인 사례지요. 대천사 가브리엘의 조각상으로, 기쁜 표정으로 성모마리에게 임신 소식을 알리는 순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120. 단체 초상화는 각 인물을 개별적으로 그린 뒤에 하나의 장면으로 합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구성은 아닙니다. - 합성했다는 건가?? 뭔 말이지??
134. 당시에도 볼테르의 미소를 두고 말이 많았나봐요. 그의 정적들이 볼테르가 유럽에서 가장 끔찍한 미소를 갖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이들은 볼테르의 미소를 조롱과 음탕함의 징표로 받아들였습니다. 지금의 우리에게는 철학자의 지혜를 담은 미소로 느껴지지만 당시의 정적들에게는 비아냥과 조소로 다가온 셈이죠. - 결국 주관적인 감상.... 이지만... 인정받는 특정한 가치를 찾아야...
142. 진실의 미소에 뒤센의 이름을 붙인 것은 심리학자 폴 에크먼이었습니다. 그에 의하면 진짜 미소는 입꼬리 근육이 올라가고 이마 근육과 눈 밑 근육이 내려가서 눈꼬리에 주름이 생겨야 한다고 합니다. 뒤센 미소와 반대로 감정 없이 억지로 웃는 미소를 일러 ‘팬암 미소’라고 하는데요. 눈가 근육의 미동 없이 입꼬리만 올려 가짜로 웃는 이 미소가 과거 팬암 항공사의 승무원들이 짓던 미소와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143. 최근에는 얼굴 행동 코딩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분석체계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죠. 안면 근육의 미세한 변화까지 포착하여 표정에 담긴 다양한 감정을 수치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분석에 의하면 「모나 리자」의 표정은 83퍼센트의 즐거움, 9퍼센트의 혐오, 6퍼센트의 두려움, 2퍼센트의 분노의 표정으로 구성된다고 하네요. - 그래도 객관적인 것보다는 억지스럽더라도, 내가 이해못하더라도 주관적인 평가가 낫다.... 저게 뭐니 저게.. 그냥 감상은 개인에게 맡겨야.....
3장 반전의 박물관
154. 시민들이여, 총령 정부는 군사적 영광이 미술의 영광과 분리될 수 없음을 확인했다. 이탈리아는 부와 명예의 많은 부분을 미술을 통해 얻어왔다. 하지만 이제 프랑스가 지배하는 시대가 왔으니, 자유의 조국을 더 공고히 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나라는 프랑스이다. 국립 박물관은 모든 유명한 미술적 기념물을 보유해야 하며, 이탈리아를 무력 정복해서 얻은 것과 앞으로 더 획득할 것들로 국립 박물관을 풍요롭게 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 위대한 원정은 적에게 평화를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과격한 문화재 훼손을 막아낼 것이다. -나폴레옹
그럴싸한 것들의 근본... 또는 시작? 결국 박물관이 예술품 수탈의 창고 역할로 발달... 그렇게 미술관도...
155. 누가 고전을 중심으로 세기의 명작을 차지하는가는 곧 누가 유럽의 정신적 뿌리를 차지하는가의 문제, 즉 유럽 전역에서 권위를 발휘할 정통성 문제와 직결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나폴레옹이 벌인 이같은 약탈극은 고전의 지위를 한층 더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57. 고전이라는 신화는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의 시대를 거치며 더욱 강력히 응집되었고, 이후 국가 주도 미술교육의 기본으로 정착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과장된 가치랄까? 권위랄까...
161. 최초의 공공 미술관이라는 타이틀을 루브르에 부여하는 까닭은 이곳이 바로 프랑스혁명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구체제의 심장이었던 왕궁으 모든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개방한다는 것은 가히 혁명적인 발상이었고, 이곳을 과거의 지배층으로부터 몰수한 미술품으로 채운다는 것도 놀라운 결단이었습니다.
163. 그뿐만 아니라 나폴레옹이 자신이 점령한 국가들에 박물관을 짓게 하면서 유럽 곳곳에 박물관 건립 붐이 일어납니다. 왜 그랬을까요? 크게 두가지 목적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우선 다른 나라의 미술을 프랑스로 쉽게 가져오기 위한 중간 기착지가 필요했고, 다른 한편 프랑스혁명의 이념을 과시하기 위한 선전장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미술이 군사적 승리를 확인시켜준다는 것을 나폴레옹은 아주 잘 알고 있었던 겁니다.
175. 나폴레옹의 프랑스에게는 「벨베데레의 아폴로」나 「라오콘 군상」이 ‘고전의 고전’으로서 혁명에 성공한 국가의 우수성과 정통성을 보여주는 근거였다면, 엘긴 마블은 영국의 문화적 우월성과 정통성을 보여주는 또다른 고전적 근거가 되었습니다.
184. 우리는 부유해질 수도 있고 강력해질 수도 있지만 (…) 문학적·예술적 진보가 없다면 우리 문명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다. -토머스 와이즈 같은 개혁적인 인물에게는 소수 지배층의 미술 독점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였던 겁니다. 이 때문에 공공에게 열린 ‘국민의 미술관’은 계몽적인 중산계층이 소수 귀족을 대신해 사회 권력을 지배하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역사적 증거이기도 했습니다.
203. 우리나라에 박물관과 미술관이 몇 개나 있는지 아시나요? 2018년 기준으로 전국에 위치한 박물관과 미술관은 총 1124개가 있습니다. 이중 박물관이 873개, 미술관이 251개고요. - 도전~~~~~~~
206.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면 예상치 못한 형태의 어떤 사물이든 전시될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미래의 박물관이 ‘인간성’을 더욱 추구하리라 예상해 봅니다.
4장 미술과 팬데믹
209. 과거를 이해하려면 바로 이 시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말하자면 역사학자의 관심사 중 절반은 항상 현대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 아무리 지나간 과거라 하더라도 그것은 분명한 역사적 실체로 현재 만큼이나 존재의 지분이 있습니다.
222. 중세인들은 종교의 언어로 전염병을 이해했고 신의 벌을 피하기 위해 더욱 절실하게 종교에 매달리게 되었죠. 그럼으로써 중세의 문화는 또 한번 변화하게 됩니다.
226. 르네상스는 흑사병의 병마가 가장 맹위를 ᄄᅠᆯ치던 대역병의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르네상스란 흑사병이라는 가공할 공포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만들어낸 도전의 역사였던 거죠.
229. 「스트로치 제대화」는 전체적으로 조토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중세 초기 화풍을 따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역사는 앞으로만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는데요.
234. 앞 페이지의 그림들을 보면 해골들이 살아나서 활기차게 춤을 추고 있습니다. 죽음은 삶의 일부이자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뜻이죠.
249. 이런 강렬한 조각을 제작한 도나텔로는 사실적 표현주의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받습니다. 지금까지 본 르네상스미술이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유는 그저 화려하고 웅장하고 아름다워서가 아니에요. 아름다움을 넘어 삶의 민낯을 마주했고, 사회적 고민들을 녹여냈기 때문에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게 그래도 이해가 됨...
255. 뭉크는 중심만 남겨놓고 주변을 다 비운 다음 그 빈 공간을 기억 속의 분위기로 채워 넣었습니다. 당시 자기가 받았던 느낌을 붓의 터치와 색채로 표현한 것이죠. 「절규」는 뭉크가 청년기에 경험한 방황과 감정이 집약된 작품입니다.
태양이 지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붉어졌다. (…) 암청색의 피오르와 도시 위로 구름이 피처럼 불타올랐다. 친구들은 계속 앞으로 걸어갔고 나만이 공포에 ᄄᅠᆯ며 서 있었다. 그때 무한한 절규가 대자연을 뚫고 지나가는 거을 들었다.
258. 역사적으로 흑사병은 르네상스로 이어진 반면 스페인독감은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두 갈리길을 코로나19 이후의 미래에 투영해 본다면 우리에게는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장밋빛 세계의 가능성과, 지금보다 더 파괴적인 대재앙의 가능성이 공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64. 예술가들은 완벽함으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어ᄍᅠᆯ 수 없이 겪는 일상적 번민을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점에서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완벽함과 위대함이 아니라 인간적인 고민과 그것에 대한 도전으로부터 옵니다.
266. 우리는 서양 근대문화의 시작은 르네상스이고, 르네상스 문화의 핵심은 휴머니즘이라고 익히 알고 있습니다. 휴머니즘은 보통 인문주의라고 번역되지만 ‘인간다움’이라고 풀면 더 쉽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휴머니즘은 인간다움을 찾아가는 과정, 또는 그것에 대한 철학적·문화적 성과였습니다. / 르네상스시대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인간은 자기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꾸밈없이 바라보게 됩니다.
269. 실제로 오늘날 미술을 보면 아름다움과는 무관한 작품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아름다움보다는 사회적인 문제나 작가 개인의 고민을 시각적 형식을 통해 표현하려는 작품이 많죠.
271. 미술을 통해 본 인간은 어ᄄᅠᆫ 모습이냐고 제게 묻는다면 ‘인간은 늘 방황하지만 그것에 도전해서 변화를 일으키는 자’라고 답할 것입니다. / 미술의 역사는 도리어 실패와 미완성으로 이루어진 고뇌와 좌절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273. 정확한 선을 잡기 위해 자나 컴퍼스를 쓴 흔적도 보이고, 잘못 그린 그림을 고쳐 그리다보니 그림의 한 부분이 튀어나온 것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이게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