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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죽칼럼
카페 안부 게시판 (2009년 10월)
▢ 10월 1일 : 어느 소설가가 강원도 농촌 빈집과 공사장을 돌며 고추, 철근 따위를 훔치다 붙잡혔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문학지 소설이나 수필 고료는 원고지 한 장에 5000~1만원, 시는 한 편에 3만~10만원이지요. 다른 직업 없는 전업 문인은 배고플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작가 도둑”이라니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네요. 소동파는 "가난한 사람의 시가 좋은 법(窮者詩乃工)"이라고 했다지만 문학이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인생의 길이 단 한 가지가 아니라면 그 작가에게도 길은 분명코 있었을 것인데 왜 영혼을 팔았을까 싶습니다. 땀 흘린 수확이 곳간을 가득 채우는 귀한 새달 기원합니다.
▢ 10월 2일 : 명절입니다. 어제부터 전국의 고속도로가 막힌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명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명절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 형제자매그리고 친인척을 만나 정담을 나눌 수 있는 것 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을까 싶기도 하네요. 주부들에겐 ‘명절증후군’이라는 시련(?)도 있다지만 가족이 모인다는 것에 큰 의미를 새긴다면 그 짐도 좀 덜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올해는 모든 것이 넉넉한 것 같습니다. 햇과일 같은 신선함으로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낼 수 있단 것이 진정한 사람 사는 행복입니다. 복된 한가위를 기원하오며!!!
▢ 10월 3일 : 칠남매 중 다섯 형제가 아침에 모여 어머니를 모시고 차례를 지냈습니다. 절로 감사가 나왔어요. 암으로 투병 중이신 어머닐 모시고 이렇게 좋은 추석을 날 수 있다는 것이 여간 행복했기 때문이지요. 더 바랄 것이 없었습니다. 살아계시는 동안 어머니 통증만 조금 덜했으면 하는 바람뿐이군요. 이번에도 변함없이 농사를 지으시는 포천의 큰누님은 이것저것 준비해서 보내주셨네요. 큰조카는 쪽지와 함께 제가 좋아하는 포도를 한 상자나 보냈습니다. 사람은 정으로 산다는 말이 맞습니다. 형제들이 모여 술 몇 잔 하고 모처럼만에 기타를 치면서 노랠 불렀네요. 이렇게 모일 수 있다는 것이 아마도 사람 최대의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 10월 4일 : 형제들과 친지들이 모여 이런저런 사는 얘기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모두가 다르게 겪는 인생사를 나누며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여간 행복하지 않네요. 그래서 그렇게 밀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명절이 되면 고향을 찾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축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요. 그렇기 때문에 단 며칠 동안이지만 억압된 감정을 내려놓아야만 또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풀어놓아야만 새롭게 또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 것, 이것이 한국의 명절의 의미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로의 삶에 덕담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 10월 5일 : 얼마 전 한 조사(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아람다운 말로 ‘사랑’을 꼽았다고 합니다. 그 이외에도 ‘미리내’ ‘우리 서로’ ‘엄마·어머니’‘행복·기쁨’‘아름답다’‘예쁘다’‘시나브로’‘하늘’‘다솜’‘샛별’등이 꼽혔다는 기사네요. 아기에게 제일 먼저 가르쳐 주고 싶은 단어로도 ‘사랑’(23.5%)였다는군요. 모두 아름다운 우리말들입니다. 하지만 말만 아름다우면 뭐하나요? 삶을 그렇게 살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을요. 다시 일상입니다. 멋진 새 출발이었음 좋겠습니다. 더 안아야 할 갈이 깊어갑니다.
▢ 10월 6일 : 아름다워서 기억하고 있는 시(詩)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우리 한국인들은 대개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조지훈‘승무’),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김소월‘진달래꽃’),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윤동주‘서시’)등을 가장 많이 생각난다고 한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노천명‘사슴’)이나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정주‘국화 옆에서’),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고은 ’가을편지’) 과 박인환의 작품 등이 많이 생각납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시 한 편 외워보세요.
▢ 10월 7일 : 아침마다 다기(茶器)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예쁘장한 그릇에 우려낸 차를 한잔씩 합니다. 산사에서 마시는 그런 차는 아닐지 모르지만 향과 따뜻함이 영혼 속에 스며드는 느낌이지요. 갈 냄새가 여간 좋지 않네요. 가로수의 잎들이 하나둘 갈아입기 시작했더군요. 분주한 농촌의 풍경들이 보이는 듯합니다. 지금쯤 한창 고구마를 캘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흙속에 생을 보낸 삶은 아닐지라도 여전히 흙이 그립습니다. 밟을 수 없기에 더 그럴까요. 노랫말도 잘 알아들을 수 없는 가사만 듣고 자란 오늘의 도시 세대들은 앞으로 어떤 추억을 가슴속에 새길까 싶기도 하네요.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을 한 번 더 들어야겠습니다.
▢ 10월 8일 : 오늘은 어머니의 통증 약을 타는 날이라서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피웠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는데 오늘도 물었지요. 어머니의 붓기가 빠지지 않는 원인이 뭐냐고요. 가장 큰 원인은 영양실조라고 하더군요. 세상에 오늘날 영양실조라니요. 부실한 식사에 먹는 것조차 영양으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한마디로 방법은 없다고 하더군요. 한동안 의사 얼굴을 그냥 멍하니 쳐다 봤었네요.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오늘날의 현대의학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질병을 앓고 계신 것도 내내 마음이 아프고요. 그 마음을 안고 돌아오는 길옆 한강은 여전히 맑은 물이 흐르고 하늘의 새털구름은 아름다웠습니다. 갈이 깊어갑디다.
▢ 10월 9일 : 어제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했습니다. 『절망상태』란 작품으로 1982년 데뷔한 루마니아태생의 독일 소설가 헤르타 뮐러(Herta Müller 1953-Germany)란 낯선 작가에게 돌아갔습니다. 작가는 1987년 서독으로 이주한 후『억압적인 탱고』『여권』『인간은 세계의 커다란 꿩』『저지대』『외발의 여행자』『고향』등을 발표했고 역대 12번째 여성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됐다고 합니다. 뮐러의 작품은 순수하고 시적인 언어와 은유가 특징이라고 하지만 국내엔 아직 번역된 책이 없다고 하네요. 은근히 기대를 모았던 우리나라는 언제쯤 수상자가 나올까 싶습니다.
▢ 10월 10일 : 시 읽는 즐거움에 푹 빠질 때가 있습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우러나는 것처럼 좋은 시도 그렇지요. 요즘엔 산다는 것이 너무 여유가 없습니다. 누구나 치르는 일상적인 일들을 제외하면 돈을 버는데 정신없이 써버리고 나면 하루해가 늘 짧지요. 예년과 계절이 다르겠습니까만 나이가 더해갈수록 갈의 의미도 달라지는 것 같네요. 생각해 보면 또 한해의 갈을 보내는 것인데 조금만 더 여유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한가로이 숲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시를 읽으며 잃어버린 고향을 찾듯 회복해야 할 이 가을의 여유를 생각해 봅니다.
▢ 10월 11일 :『인간실격 人間失格』(1948)을 쓴 일본의 천재작가 다자이 오사무 (1909. ~1948)는 가을을 ‘여름이 타고 남은 것’이란 표현을 했습니다. 가을은 하루에도 천의 얼굴로 다가오는 것 같네요. 조금 이른 얘기지만 『메밀꽃 필 무렵』을 쓴 소설가 이효석은 ‘낙엽을 태우면서’라는 글에서 “가을이다! 가을은 생활의 계절이다. 나는 화단의 뒷자리를 깊이 파고, 다 타버린 낙엽의 재를-죽어버린 꿈의 시체를-땅 속 깊이 파묻고, 엄연한 생활의 자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안 된다. 이야기 속의 소년같이 용감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도 했지요. 가을을 앓고 있네요. 가을은 만 가지 색으로 와 닿습니다.
▢ 10월 12일 : 인하대 영문과 박혜영 교수의 글을 읽다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네요. 톨스토이 단편집에 실린 「악마와 빵 한 조각」이라는 작품을 다시 떠올리게 했으니까요. 인용된 글을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을 타락 시키려는 목적으로 악마는 두 가지 수단을 동원하는데 처음엔 결핍이, 다음엔 잉여가 그것이다.” 결핍은 농부의 소박하고 검소한 삶의 태도를 더욱 북돋을 뿐이었지만, 잉여는 결국 농부를 타락으로 이끈다는 얘기지요. “필요를 넘어선 물질적인 풍요는 신의 선물이 아니라 오히려 악마의 선물”이라는 얘깁니다.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깨닫지 못하는 한 감사는 멀기만 할지 모릅니다.
▢ 10월 13일 : 한해살이를 마감해 가는 모습들이 아름답습니다. 온갖 나무를 비롯한 이름 모를 풀들과 들녘의 풍경이 어떤 그리움을 한껏 심어놓고 변해가는 듯합니다. 들판의 황금빛 물결은 또 얼마나 보기 좋은지요. 가을걷이를 하는 분주한 모습은 지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내가 수고한 댓가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것이 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요. 결과야 어쨌든 저는 그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농부의 삶은 흙의 진실만큼이나 값지다고 생각하지요. 오늘날의 세상엔 과정보다는 결과로 저울질하는 못된 습성이 당연시 되지만 과정의 진수를 뺀 나머진 헛껍데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누가 뭐래도 삶은 과정입니다.
▢ 10월 14일 : “어느 날 누군가가 그리우면 나지막한 산에 오르자. 우리들 마음 곱게 비워 산에 오르면 금세 한아름 가슴에 안겨 올 풀빛 그리움을 만나러 가자” 희귀난치병인 근육병을 앓고 있는 17세 이동남군이 쓴 <누군가 그리우면>이라는 시입니다. 부모의 얼굴도 모른 채 대전의 보육원에서 자랐다고 하네요. 장애가 심해 누워만 있다는 이군의 시는 류시화시인의 도움으로 세상에 나왔다고 합니다. 류시인은 추천사에서 “나는 너보다 더 많이 육체에 갇혀있다. 너는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별’이라고 쓰지만, 나는 아직 나를 위해 운다. q서져 가는 육체안에 있지만 바라볼수록 눈부신…”이라 썼습니다.『해마다 크는 집』(문학의 숲)사봐야겠습니다.
▢ 10월 15일 : 책임이란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달에는 활짝웃는 독서회 회지를 열흘정도 빨리 편집해야 해서 며칠 전부터 시름을 했네요. 매달 만드는 작업이지만 한권의 책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이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 내듯 그렇게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고통은 더한지도 모르지요. 이 세상의 모든 글쟁이들이 쉽게 쓰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요. 어제 저녁에는 50호 기념 머리말을 쓰는데 도대체 글의 진도가 나가지지 않아 그냥 잤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새로 쓰면서 글도 삶도 그렇게 물이 흐르듯 했음 했습니다.
▢ 10월 16일 : 언제나 그렇지만 금요일은 여유가 있습니다. 오전에 강의가 없기도 하지만 오늘만 하고 나면 이틀을 쉴 수 있다는 것 때문이지요. 쉰다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삶이 끊임없는 긴장의 연속이기에 쉼은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일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신체의 구성요소가 몸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중요한 것은 이 바쁜 현실에서 어떻게 나만의 진정한 쉼을 얻을 수 있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억압된 감정(스트레스)을 푸는 것은 사람마다 다 다를 텐데 욕심 같아서는 그것도 엘리건스(Elegance(우아, 고상,)한 해소법을 삶에 적용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죠?
▢ 10월 17일 : 건강은 모든 현대인들의 화두가 된지 오래입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습성도 튼튼한 체력을 유지하겠다는 단 하나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지요. 이름 하여 ‘슈퍼 푸드’라 이름 붙여진 노화지연 14가지가 발표됐습니다. 콩, 블루베리, 브로콜리, 호두, 오렌지, 호박, 연어, 대두, 시금치, 차(녹차 또는 홍차), 토마토, 칠면조, 귀리, 요구르트가 바로 그것들입니다. 그렇지만 건강은 다분히 마음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몸을 병들지 않게 하는 첩경임을 배웁니다. 좋은 사람과 마시는 차 한 잔이 건강을 지켜줍니다.
▢ 10월 18일 : 어제는 한강 선유도 공원에서 열린 “문학, 한강에서 놀다”에 다녀왔습니다. 시간의 정원, 잔디마당 주변에서 있었던 작가카페에 참석해 문인들을 만났지요. 박범신작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특히 강남대교수인 『사춘기』『이별의 능력』『마주침의 발명』등을 쓰셨고 얼마 전 김수영 40주기 기념 시집인『거대한 뿌리여, 괴기한 청년들이여』를 엮기도 했던 김행숙시인을 만나 그의 제자들과 함께 많은 얘길 나누었습니다. 독자와 문인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것이 좋더군요. 더 부지런히 책을 읽고 써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했네요. 시는 한마디로 정의 될 수 없지만 삶은 향기롭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 10월 19일 :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해서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아연 놀랄 때가 있습니다. ‘일해도 가난한 사람들’이란 뜻의 워킹 푸어(Working poor)란 말이 그것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군요. 열심히 일을 하는데 왜 가난할까요? 현대는 정상적으로 월급만 받아서 부자가 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농사를 짓는 것도 마찬가지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전부는 아니드래도 일확천금을 끊임없이 노리는지도 모르겠어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사회의 구조가 잘못된 탓도 있겠지만 당사자의 잘못된 뭔가가 제일 큰 원인이 아닐까요? 그것을 찾는 것이 급선무일 듯합니다.
▢ 10월 20일 : 제 주변엔 기초수급을 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장애나 질병 혹은 들어버린 나이로 인해 노동력을 상실한 사람들에게 정부에서 제공해주는 최소의 생계수단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문제는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나 환경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잘못된 제도 때문에 스스로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일을 해서 수입이 생기면 그 수입이 내 자산이 돼야 할 텐데 현실은 정반대란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지요. 벌은 만큼 제하고 돈을 지급해 준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 보니 일을 할 수 있어도 일을 하지 않지요. 세상에서 제일 아프고 슬픈 것은 일않고 죽지 못해 사는 것, 목숨의 연명입니다.
▢ 10월 21일 : ‘라이벌’(rival)이란 단어는 ‘리버(river)’가 어원이라고 합니다. 사전적 뜻은 ‘맞수’ 혹은 경쟁 상대. 경쟁자. 호적수(好敵手) 등등이 되겠지요. 맞수가 있다는 것은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상대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더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요? 라이벌은 어떤 대상이 있기도 하지만 제일 큰 상대는 바로 자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나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저는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화가 중에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반 고흐와 폴 고갱, 앙리 마티스와 파블로 피카소가 치열한 경쟁 상대였다지요. 상대가 있었기에 그런 업적을 인류에 남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 10월 22일 : 한국에서 98%, 유럽에선 50%를 사용하고 있다는 개인용 컴퓨터(PC)의 운영체제(OS)인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새로운 버전인 ‘윈도7’이 오늘 전 세계에 동시에 발매된다고 합니다. 숱한 오류로 인해 참패를 당했던 ‘비스타’의 다음 버전으로 출시하는 운영체제이지요. 도스(DOS)로 컴퓨터를 처음 배우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네요. 여전히 비싼 값 때문에 구입을 해서 쓰기가 쉽지 않았던 윈도우는 이번에도 값이 만만찮다고 합니다. 또한 현재 쓰고 있는 XP에서 직접 업그레이드가 안 되는 불편이 있다고 하네요. 모두 지우고 새로 포맷을 한 후에야 가능하다고 해요. 중간에 비스타로 설치를 한 후는 가능하다지만 불편이 여간 크지 않을 듯합니다.
▢ 10월 23일 :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쩐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과(謝過- Apology)에 참 인색한 것 같습니다. 분명히 자기가 잘못을 했음에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정중히 사과하는 모습은 생각보다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실수를 했다면 당연히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사과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그 첫째이고 진심으로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둘째라고 합니다. 사과는 협상과 타협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수치심과 창피함을 이기고 솔직하게 사과할 때 인간관계는 좋아지리라 생각됩니다. 사과는 갈등을 해결하는 첩경입니다.
▢ 10월 24일 : 우리문학의 해외진출이 활발합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세계 13개국과 4억 3천만 원에 판권계약을 했다고 하며 국내 판매 100만 부에 대한 인세가 약 1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실로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해외의 작품을 들여오느라 엄청난 돈을 치렀는데 이제는 우리의 작품들이 해외에서 조국의 위상을 높이는 것에 뿌듯한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세월에 퇴색하지 않을 한국 정서가 스며있는 작품들만 선별해서 알리다 보면 그렇게도 고대하는 한국의 노벨문학상도 멀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번역은 내국인도 해야겠지만 외국인이 주축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 10월 25일 : 소설 『양철북』 (Die Blechtrommel)은 전후 독일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지요. 지난 199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독일의 지식인작가 권터 그라스(Günter Grass)는(82)는 현 시대의 박약한 비판 정신을 지적했다고 합니다. 그가 1959년 발간된『양철북』의 주인공은 세 살 때 신체적 성장이 멈춘 오스카지요. 저자는 “젊었을 때부터 오스카처럼 타인과는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관찰하고 비판하며 행동했다.”고 했네요.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알고도 왜 비판을 하지 않느냐고 오늘을 살고 있는 세계의 지식인들에게 질타를 퍼붓고 있습니다. 시대의 참 지식인이란 이렇게 냉철한 의식을 소유하고 항변하는 사람인 듯합니다.
▢ 10월 26일 : 어제까지 중간시험을 모두 마쳤습니다. 홀가분하면서도 기말시험의 중압감이 없지 않네요. 삶은 시험의 연속이라지만 시험을 보다 보면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생각을 늘 다시하게 됩니다. 공부를 한만큼 답을 쓸 수 있으니까요. 시험에 운이라는 것도 있을지 모르지만 제 경험에 의하면 그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정확한 답을 쓴 경우에만 점수가 나오더군요. 머리가 백발인 노인들도 돋보기의 높낮이를 조절해가며 골똘히 풀어가는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평생교육이라는 말이 실감나지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삶을 갈고 닦은 모습이야말로 세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향기는 분투(Struggle)속에만!!!
▢ 10월 27일 :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대한 얘기들이 많습니다. 해마다 노벨상 시즌이 되면 늘 되풀이 되는 얘기이기도 하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선택은 우리나라의 번역인이 아닌 우리 문학을 번역할 외국인을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외국어를 잘 한다고 해도 문학이란 그 나라의 사람이 자국어로 번역하는 것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가까운 일본의 예를 보면 해외 문학가 지원이 얼마나 절실한지 알 수 있지요. 일본 현대문학의 3대 거장인 가와바타 야스나리, 다니자키 준이치로, 미시마 유키오등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해 노벨문학상을 타게 했던 에드워드 사이덴티커(1921-2007)의 예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10월 28일 :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수년 전『만들어진 신』이란 두꺼운 책에서 종교를 “무익할 뿐만 아니라 아주 유해한 망상으로서 하루 속히 폐기되어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했습니다. 이 책은 종교를 께름하게 여기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았을지는 모르지만 저자는 종교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뿐이군요. 존 레넌의 Imagine이란 노랫말처럼 ‘상상해 보라 종교 없는 세상을(No religions too)’ 진보신학자 김기석교수는 “종교를 없애야 좋은 세상이 오는 것이 아니라 참된 종교를 세워야 하고, 과학을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은 ‘호모 렐리기오수스(Home Religiosus) 즉 성스러움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는 존재이니까요.
활짝웃는 독서회 1호부터 50호까지의 발췌본이 나왔습니다. 가슴이 뭉클하네요. 전체 50권의 회지에서 회원들이 쓴 글 중 일부만 뽑은 것이기에 아쉬움도 많지만, 이 한권의 책이 그런대로 4년 2개월의 결실이라 생각했고 그동안 함께해준 모든 회원들한테 고마움을 한 아름 전합니다. 이 책을 가지고 오늘 기념독서회를 하네요. 특별히 초대 손님이 오셔서 정끝별시인의 『와락』이라는 시집으로 작품을 낭독해 주실 예정이고 작은 나눔의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 10월 29일 : 어제는 활짝웃는 독서회 4주년 및 회지 50호 발췌본 기념회로 근40여명이 모여 축하의 자리를 갖고 제2의 출발을 선언했습니다. 지난 2005년 8월 16일 창립했던 활짝웃는 독서회는 이제 회원 수 152명의 든든한 단체로 성장했지요. 1부 기념식에서는 케이크커팅과 회원들에게 일일이 새로 나온 회지와 꽃 한 송이 그리고 선물이 주어졌고 2부에선 자신들이 쓴 글을 한편씩 낭송했습니다. 김정윤고문님의 기타연주에 이어 그동안 애써주신 복지관선생님들과 축하손님들의 시낭송 및 초대 손님인 연극인 김난희님이 정끝별시인의 작품 5편을 낭송해 주셨고 이어 뒤풀이로 이어졌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이네요. 4년 2개월 후 100호 기념식을 떠올리며!!!
▢ 10월 30일 : 본명이 김해경(金海卿)이었던 시인·소설가 이상[李箱 1910~1937]은 일제강점기의 천재 작가였지요. 실험정신이 강한 시를 써오다가 1936년 소설〈날개〉를 발표하면서 시에서 시도했던 자의식을 소설로 승화시켰던 작가였습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금홍이라는 이름이 생각나며 1934년 김기림·이태준·박태원 등과 '구인회'(九人會)에 가입해 활동했으며 1936년 6월 변동림과 결혼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생을 마감했던 작가. 얼마 전 죽기 1년 전에 발표됐던 동시가 발굴됐군요. 그는 그림과 도안에도 재능을 보였습니다. 그의 문학사적 뜻을 기리기 위해 문학사상사에서 1977년 '이상문학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습니다.
송아지는 저마다
먼산바래기
할말이 잇는데두
고개 숙이구
입을 다물구
새김질 싸각싸각
하다 멈추다
그래두 어머니가
못잊어라구
가다가 엄매-
놀다가두 엄매-
산에 둥실
구름이가구
구름이오구
송아지는 영 영
먼산바래기
▢ 10월 31일 : 며칠 전 ‘동아시아 100권의 책’이 발표되었습니다. 한국의 경우엔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비롯한 26권이군요. 대부분 진보적 관점에서 쓴 학술서들이 많지만 안병무의『갈릴래아의 예수』같은 종교·사상서와 시론집도 보이는군요. 대만이 15권, 홍콩이 7권, 중국이 26권, 일본이 26권 이렇게 100권입니다. 그 외 다른 나라들이 포함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가히 동아시의 ‘현대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백범일지』『옛그림 읽기의 즐거움』『한국문학통사』도 재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시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노랫말이 생각나는 하루가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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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항상 집사님의 좋은 글에 많은 감동을 받습니다^^ 감사힙니다~~그리고 청년부 주보에 너무나 귀하게 매주 사용합니다^^ 홧팅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