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민불복종이란?
시민불복종(市民不服從, civil disobedience), 소극적 저항(passive resistance)이라고도 한다. 정부 또는 점령국의 요구 ․ 명령에 대하여, 폭력 등의 적극적인 저항수단을 취하지 않고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것으로서, 주된 목적은 정부 또는 점령국으로부터 양보(또는 승인․용인)를 획득하려는 것이다. 시민불복종은 아프리카와 인도의 민족주의 운동, 미국 흑인의 시민권 운동, 여러 국가의 노동운동과 반전운동(反戰運動)에서 주요한 전술과 이념이었다. 시민불복종은 전반적인 법체제 자체에 대한 거부라기보다는 상징적이고 의식적인 법률위반이다. 봉쇄되어 있거나 존재하지 않는 법적 개혁 경로를 모색하려는 시민불복종운동 주체는 특정한 법률과 충돌하는, 보다 지고하고 초법적(超法的)인 원리에 대한 의무를 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민불복종은 저항의 역할을 하는 한 범죄이기 때문에, 그 운동가와 대중들 모두는 시민불복종이 마땅히 처벌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시민불복종운동의 주체는 처벌을 감수하면서, 정치적 다수파 또는 정부가 의미 있는 정치적 ․ 사회적 ․ 경제적 개혁을 실행할 것을 자극할 도덕적 모범을 세우려고 한다. 반드시 도덕적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식에 따라, 시민불복종운동의 대표자들은 비합법적인 행동은 비폭력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시민불복종의 이념과 실천에 대한 다양한 비판론이 있다. 그 이념에 대해 급진적인 노선에서의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시민불복종이 현존하는 정치체제를 인정한다는 점을 비난한다. 다른 한편 보수적인 사상가들은 시민불복종의 논리적 확장은 무정부주의이고, 자신이 선택한 법률을 어느 때나 위반할 수 있는 개인적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본다. 시민불복종운동의 주체들도 그 의미에 대해 2가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나는 시민불복종은 사회개혁의 총체적 이념이라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이 다른 방법이 없을 경우에 채택하는 단순한 전술이라는 입장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시민불복종의 효과는 도덕성에 대한 대국민적 호소를 통해 궁극적으로 성취하려는 저항을 견지하는 것에 달려 있다.
시민불복종의 이념은 서구사상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키케로, 토마스 아퀴나스, 존 로크, 토머스 제퍼슨,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은 모두 어떤 초인간적인 도덕률과의 조화를 통해 시민불복종을 정당화시키려고 했다. 현대에 있어서 시민불복종의 개념을 가장 명확하게 규정했던 사람은 모한다스 간디였다. 간디는 동양과 서양의 사상으로부터 사티아그라하(satyagraha : 무저항 불복종)의 이념을 발전시켰다. 그는 처음에는 1906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트란스발에서, 그리고 후에는 인도에서 동등한 권리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무저항 불복종으로 그의 인민들을 이끌었다. 간디의 본보기에 영향을 받아, 1950~70년대의 미국 흑인의 인권운동은 마틴 루터 킹 주니어로 대표되는 시민불복종의 전술과 이념을 채택했다. 그 후에 다양한 저항집단들이 시민적 불복종의 전술을 채택했다. 시민불복종의 원리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뉘른베르그 전범재판(戰犯裁判)을 통해 국제법에서 일정한 지위를 차지했다. 뉘른베르그 전범재판은 일정한 상황하에서는 개인이 자국의 법률을 위반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이다.
2. 시민불복종이 갖추어야 할 조건
(1) 비례성 :
보충성과 균형성으로 구성 됨. 보충성이란 다른 수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
균형성이란 불복종으로부터 야기되는 손해가 그로부터 극복하려는 상태보다 더 중대한 것이면 안된다는 요청. 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음
(2) 공익성 :
사익(예: 전경련)이면 안 됨. 하지만 개인이익이나 집단이익이라고 해도, 그것이 공동체의 공유된 정의관과 관련이 있으면가능하다. 예컨데 분당고속도로요금 납부거부 운동은 비록 분당시민의 사익에 기반한 것이지만 공유된 정의관에 기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종교적 교리에 개인적인 도덕적 확신에 기반한 것은 시민불복종이라고 볼 수 없다. (예: 집총거부)
(3) 비폭력성 :
기본적으로 시민불복종은 폭력에 의하면 안된다. 하지만 폭력의 개념을 너무 좁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예컨데 낙천낙선운동에서 보듯이 선거법에 위반되기는 하였으나 평화적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홍보를 하는 행위라든지, 분당사태에서 보듯이 통행료 납부를 거부하고 평화롭게 자동차 운행을 계속하는 행위를 공무를 방해하는 폭력행위로 파악하고, 그에 따라 그와 같은 행위들을 시민불복종의 범주에서 제외시켜버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4) 신중성 :
시민불복종행위는 감정적이거나 즉작적인 반발이 아니라 심사숙고하면서 감행되어야 한다.
(5) 양심적 :
말이나 행동이 진지하고 성실하여 거직됨이 없어야 한다.
(6) 공개성 :
다수의 공개적인 활동이어야 한다. '공개성'이란 불복종 행위가 단지 은밀하게 사적 영역에서 펼쳐져서는 안되며, 불복종 행위자들은 그들의 주장내용과 그 근거와 행동방식을 '일반시민'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게도 공식적으로 천명하여야 하고,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불복종운동의 시위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경찰이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함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