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은숙과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은숙이 그리워지는 마음이 들어 정길의 심정이 착잡하다. 가지 말까? 아니면 은숙을 아예 데리고 갈까? 같이 가서 결혼승낙을 받을까? 하는 마음도 있다. 그렇지만 그전에 할 일이 많으니,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자기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사람마다 몸에서 나는 냄새가 다른가? 어머니나 옥분이 누나는 비슷한데, 지연이 누나는 잘 익은 사과 냄새 같았고, 은숙이에게서는 싱그럽고, 달콤한~ 음, 이게 무슨 냄새지? 꽃 냄새 같은데 무슨 꽃이지? 향수를 뿌린 건가? 아! 좋다. 가슴에서 나는 냄새 같은데, 맛 볼 수 없을까?’ “오빠 강아지 같이 왜 그러는데? 왜 킁킁 거리는 거야? 내 몸에서 무슨 이상한 냄새가 나? 나오기 전에 목욕하고 옷도 새로 갈아입었는데, 이상하네.” “으음! 이상한 냄새, 막 먹고 싶어지고, 만지고 싶어지는 냄새. 흠~ 어디 가서 맛 좀 보면 안 될까?” “무슨 냄새가 만지고 싶은 냄새가 있어, 어마나! 저리 가요, 이 오빠가 어디다가 코를 대는 거야?” “무슨 향수를 뿌린 거야? 정말 좋아. 아 아 흠, 손이 저절로 올라가네, 먹고 싶고, 만지고 싶어. 물론 안 되지?” “그걸 말이라고 해? 아유! 정말 어째 갈수록 징그러워지는 걸까? 처음에는 귀공자 같았는데, 이제는 갈수록 징그러운 아저씨야. 코를 그냥 콱! 자! 자 얼굴을 이리 대 봐요, 실컷 맡게 해 줄 테니까.” “에이! 이 아줌마가 서방을 대 낮에 잡으려고 하네, 무서워라 아, 지나가는 사람도 안 보이는데 이거 큰 일 이네, 에이! 그렇다면 이왕 죽을 거, 좋아 차라리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죽는 것이 낫겠다.” “오빠! 오빠 안 돼. 아 아파, 아이! 참 창피하게 왜 그래 음! 음 으~.” ‘와! 얘 좀 봐, 엉큼하기는 속에 브라를 안했잖아. 옷도 위로 걷기 편한 옷을 입었고, 도대체 요 입 속에 뭐가 있기에 이렇게 단거야? 다 먹어 버릴 테다. 헤 헤 헤 이거 하고 싶어서 집에 못 갈 것 같아.’ “아유! 혀 아파라 오빠 식인종이야? 진짜 나를 먹어 버리려고 하네, 아아! 혀가 너무 아파, 너무 아파.” “이리와 봐, 예쁜 혀를 내미니까 더 하고 싶어지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은숙아 가기 전에 키스는 실컷 해보자.” “앙! 물어 버릴 거야. 아 유유! 허리 부러지겠네. 좀 살살해, 지금 누가 보면 씨름하는 줄 알겠네. 오빠 한 번 만나고 나면 내가 밤에 잘 때, 끙끙 거리고 몸살을 앓는다니까.” “하하하하 그러니까 아예 얌전하게 날 잡아 잡숴요, 하고 있으라니까, 그러면 아기 다루듯이 살살 해 주지.” “뭘 해줘? 오빠, 나 만나기만 하면 만지고, 뽀뽀 할 생각만 하니까, 요즘에 우리 두 사람이 대화가 너무 없잖아.” “참 나! 이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진짜 대화야, 그럼, 멀 뚱 이 앉아서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미주알고주알만 하고 있을까? 난 그것 보다 이게 아주 많이 더 좋은데, 왜 은숙이는 싫어? 싫다고? 좋아, 그러면 우리 디로 가서 그동안에 못 다했던 밀린 이야기부터 하고나서 다시 시작하도록 하자.” 마지못해 정길이 은숙에게서 몸을 떼며, 어깨를 안고 자신들의 연애장소인 야산 기슭을 벗어나, 마을의 가까운 다방으로 들어가 은숙을 옆으로 앉히며 의자를 돌려, 그 녀의 두 손을 잡아 자기의 무릎 위에 포갠다,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니 송탄에 가기가 더 싫어진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쉬어진다. “아버지 면회는 오빠가 집에 가야 된다고 해서 1월 12일로 잡았어요, 그 날 오빠가 원주버스정류장 대합실에 오후 1시까지와, 동생하고도 그 시간에 거기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그래, 나도 출발지가 묵호가 될지 강릉이 될지 모르지만, 여하튼 그 시간까지는 그리로 갈게, 내가 그 곳은 처음이라 잘 모르는데, 장인어른이 그 안에서 잡수실 것 사가지고 가도 되는 건가?” “안 돼! 사식은, 그 곳 매점에서 사서 넣어 드려야 돼, 이번에 거기서 내복하고, 덮는 것 구해서 넣어 드려야지, 전엣 것은 많이 낡았을 거야, 잡수실 것은 넣어드리면 모두가 나누어 먹는다고 많이 넣으라고 하셨어.” “그러면 내복하고, 덮는 것은 내가 살게. 그래도 되지? 장인어르신 하고 첫 대면인데 점수 좀 따야지, 아니 잡수실 것도 내가 살게, 나 이번에 특별 부상을 받았거든, 오늘 아예 시장에 가자, 처남도 사회에서 입을 옷 없지? 내가 몇 벌 사 줄게, 은숙이 옷도 몇 벌 사기로 하고, 설날 선물이야.” “오빠 나 눈물 나려고 한다. 말만이라도 너무 고마워, 나도 직장에서 떡값하고 상여금 많이 받았어, 내가 살 테니, 오빠는 다음기회에 해, 어머니에게 효도도 하고 동생들 용돈도 주어야 되잖아.” “안 돼! 나 그동안 월급 한 푼도 안 썼어, 그걸 다 갖다 드릴거야, 지금 내가 쓰겠다고 하는 것은 상여금이라 내 맘대로 다 써도 돼, 은숙이가 아니라 장인에게와, 마누라와 처남에게 하는 내 첫 선물이니까 정말 양보 못해. 나중에 은숙이가 우리 어머니에게 잘 해드리면 그게 그거야.” “잠깐! 그러면 이렇게 해요, 어머니의 선물은 내가 사서 줄게, 동생들 선물하고, 그러면 공평하지 오빠?” 시내로 나가는 길에 다시 얕은 동산의 호젓한 길이 나오자, 정길이 사방을 둘러본다, 이제 할 말도 다 했으니, 때는 온 것이다. ‘으흠! 이제는 다 끝났으니 시작 해볼까, 어라! 가만히 있네, 조심해야지 물릴라, 살그머니 안고, 눈에 뽀뽀 다음은 맛 좋은 입술, 다음은 흐흐흐 드디어 내 고향과 같은 곳이로다, 작은 포도송이 같은 이걸 그냥! 안 돼. 큰일 나지, 에이! 풀밭인데도 엉덩이가 아픈 걸, 축축하기도 하고, 은숙이도 마찬가지겠지? 그래도 참고 아무 말도 안 하네, 이제 그만해야 돼, 아껴두어야 나중에 할 것이 남지.’
장인 조 춘권이 옥중 생활에 힘들어, 얼굴이 많이 상해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정길은 오히려 밖의 사람들보다 더 깨끗하고, 평안한 얼굴을 바라보고는, 역시 이분은 죄를 저지르실 분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안심을 한다, 춘권은 은숙이 말 한 것보다 더 믿음이 가는 청년의 모습에 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신앙이 있는 여식이라 믿고 있었지만 사람 보는 눈이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놓이며 이런 청년을 놓치면 큰일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튼튼하고 정심하게 생겼군. 믿음이 가는 얼굴이야 그래, 은숙이가 두어 번 와서 자네 말을 하더군, 하하하하 두 사람이 서로 아끼고 신뢰 하는 것이 중요하지, 언제 결혼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야, 그렇지만 애비의 입장으로서는 신랑이 생활 능력이 있다면, 혹 나중 생각해서라도 빨리 보내고 싶은데? 덜컥 애라도 생긴 다음에 결혼하면, 부모들이 좀 그렇겠지? 하하하하 미안하네, 그런 말 할 처지가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저 부모의 욕심이 그런 것이라네. 내가 출감한 다음에 하는 것이 좋은 줄 알면서도, 내 자네에게 지금부터 아주 맡겨버리겠네, 혹 지금의 내 처지를 부모님이 아시는 것은 아니겠지? 볼 면목이 없네, 사물 넣어주고 사식 넣는 것까지 혼자 다 썼다며? 고맙네, 나중 내 다 갚음세, 너 앞으로 매형에게 윗사람 대우 깍듯이 해야 한다, 너희 남매뿐이니 친 형같이 여기고, 나 대신으로 생각해서 무슨 일이든지 상의하도록 해라, 내가 보니 네 매형이 너의 인생의 선배로서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진혁은 묵호 현장의 일로 며칠 늦게 출발하기로 해서, 정길은 은숙과 시간을 더 가질 수 있었다, 왜 시간은 그렇게 빨리 가는 것인지, 곧 버스의 출발 시간이 되어 차에 오르며 갈등이 생긴다, 차창으로 손을 내밀어 은숙의 손끝을 잡고는 가지말까? 하는 충동이 더 거세어진다, 차가 출발하고서는 언제 다시 돌아오지? 하는 마음에 시간이 몇 배 쯤 빨리 가는 방법은 없나 하고 실없는 생각을 한다, 헤어 진지 한 시간도 안 되었는데 벌써 보고 싶어 안절부절 한다. “정필아 너 살 많이 쪘다, 하하하하 어머니는 더 젊어지고 예뻐 지셨네, 정말이예요, 정옥이는 아직 안 왔어요?” “아버지는? 같이 오지 않은 거냐? 왜 혼자 왔어? 같이 온다고 하지 않았니? 무슨 다른 일이 더 있는 거냐?” “아니요, 어머니, 일이 바빠서 일주일 후에나 시간이 나서 그 때 오실 것 같아요, 동업으로 하는 회사지만 한 사람은 돈만 대고, 한 사람은 기술계통이고, 아버지가 경영과, 영업을 다 하시니까 너무 바빠서, 공사 현장에 있는 나도 어느 때는 일주일에 아버지 얼굴 한 번을 못 볼 때가 많다니까요.” “오빠 지금 온 거야? 더 멋있어졌네. 이제는 진짜 신사 같아, 장가가도 되겠다,
나도 거기 가보고 싶어, 엄마도 아버지한테 가보셔야겠다고 몇 번이나 그러셨는데, 설날이 가까워서 오빠 올 때가 다 되 가서 안 가신거야.” ‘뭐라고? 휴! 타지에서 큰일 치를 뻔 했구나. 이번에 오시면 세상없어도 사실대로 말씀하라고 해야 되겠네.’ “참! 정옥이와 너는 학교 잘 다니고 있는 거냐? 편지 좀 그렇게 하라고 해도 도대체 둘 다 말을 들어먹어야 말이지.” “얘, 정길아 그런데, 뭘 그렇게 많이 싸들고 온 거냐? 돈만 있으면 여기서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것을 힘들게 사가지고 오느라 고생 많이 했겠다, 무엇이 이리도 많은 거냐? 어디 좀 보자.” “누나는 학교 잘 다녀, 집에서 공부는 아예 하는 걸 못 보지만, 다른 짓은 안 해, 학교 끝나면 바로 미장원에 가서 저녁 늦게 들어 와, 재미있는지 엄마에게 되게 자랑하고 그래, 손님들이 누나가 손재주 좋다고 그런데.” “그래 너는 염려 안 해도 되겠지? 우리 중에 그래도 네가 제일 공부를 잘 하는 편이니, 대학을 가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이왕이면 좋은 대학으로 들어가야지, 일류라는 대학으로 말이야.” 말을 하며 정길이 선물 꾸러미를 앞으로 끌어온다, 집의 살림에 필요한 것까지 따로 가르니, 모두 네 보따리나 된다, 보따리 하나씩을 안기며 선물의 진정한 내역을 자세히 모친에게 말한다. “어머니 이 선물 내가 산 것이 아니 예요, 어머니 내가 몇 살이지요? 내 나이 알고는 계세요?” “스물인가? 하나인가? 가만 네 나이를 잊어버리고 있었네, 정필아 너의 형이 몇 살이었지?” “옆 집 성구 형하고 동갑이니까 스물이잖아요, 엄마는 정말 엉터리야 형 나이도 몰랐어요? 하하하.” “정말, 네 형이 양복입고 머리에 기름을 발라서인지, 내 아들이라고 생각이 안 드는구나, 너는 형이 솔직하게 몇 살 먹어 보이니? 난 내 아들이라도 얘, 나이가 진짜인지 모르겠다.” “성구형네, 성진이 형보다 나이가 더 먹은 것 같아요. 형은 아버지에게 가 있더니 한꺼번에 나이를 먹었나 봐.” “이 선물 어머니 며느리 감이 사서 준 거예요, 이제 설 지나면 스물 셋 이구요, 은행에 다니고 있어요, 걔는 내가 지금 설을 쇠면 스물넷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농담이냐, 정말이냐, 네 나이가 이제 설이 지나야 스물 하나인데, 벌써 장가가려고? 호호호 그래 어떤 색시 감이냐? 말 해봐.” “와! 형 정말 캡이다, 그럼 내가 형수라고 불러야 되는 거지? 아 보고 싶네, 언제 같이 올 거야? 진짜 보고 싶다, 누나 어서와, 마침 맞게 왔네, 글쎄 형이 장가가려고 준비하고 있다네, 하하하 형수님이라 하하.” “오빠가 벌써 장가를 간다고? 농담이야 진짜야? 색시는 누구야? 은행 직원? 우리 엄마 일찍 호강하게 생겼네 하하하, 그러면 아예 이번에 같이 오지 그랬어? 아버지는 뭐래 허락하셨어?” “야! 여자가 하하하 가 뭐냐? 자! 여기 네 선물이다, 아버지도 아직 모르셔, 말을 안했거든, 어머니와 너희들이 먼저 안 거야, 야, 아무래도 그렇지 못 사는 게 무슨 자랑거리라고, 이런 셋방에 어떻게 색시 감을 데려 오냐?” “진짜 그렇다, 우리 집 사서 이사한 다음에 데려 와, 누나, 그거 형수가 사서 보낸 거래 알고 받아, 내 것도 엄마 것도 그리고 여기 있는 거 다.” “아니 왜 이렇게 잘 받는 거야? 치수도 색깔도 스타일도 내 몸을 잰 것 같아.” “누나 것은 형수가 직접 고른 거라는데, 엄마 것은 그 가게 아줌마가 엄마와 비슷해서 그 아줌마가 골라줬고, 내 옷만 형이 고른 거래, 형이 오자마자 그 얘기부터 하던데, 하하하.” “저녁 먹으면서 얘기하자, 그럼, 아버지는 아직도 모르고 있니? 왜 말하지 그랬어? 아휴! 너도 너의 조상님들 내력을 닮아서인지 여자는 빨리도 꿰차는구나, 아무리 그래도 결혼은 군대 갔다가 온 다음에 해야 하지 않겠니?” “저도 군대 문제는 어떻든지 1~2년 안에 하려고 해요, 반찬은 언제 만드셨어요. 집에 냄새가 안 나서 아직 음식 안 만드신 줄 알았는데, 진짜 맛있어요, 내가 전에 식당에서 일해서인지 입이 그래도 고급이거든요.” “오빠 나는 지금 결혼한다고 해도 찬성이야, 그 대신 언니가 안 예쁘면 구박할거야, 참! 우리 같이 살 건가? 그 언니 직장이 거기고 오빠도 직장이 거긴데, 우리 집이 이사 가야 되는 거 아닌가?” “나도 엄마 일하는 거 못 봤는데, 언제 음식 만들었지? 맛있어요, 나? 형 결혼? 음~ 형, 나는 무조건 좋아, 얼른 해.” “밑반찬하고 식어도 되는 것은 일찍 만들어서 놔뒀지, 겨울철이라 잘 상하지 않으니까, 많이 먹어라 천천히 먹어, 너 참, 술은 안 먹는 거니? 담배는 본래 안 피우는 걸 알고 있고.” “예, 담배는 짚 썩은 냄새가 나서 싫어서 안 배웠고, 술은 거기서 아버지생신 날 아버지한테 첫잔을 받은 후, 조금씩 하다가 요즘 다시 교회에 다니면서 웬만하면 안 마시려고 해요, 회사에서 회식할 때만 조금 마셔요.” “그래 잘 했다. 그런데 집은 정말 살 수 있는 거냐? 엄마 마음만 괜히 들뜨게 만들기만 하는 거 아니지? 한 서너 군데 동네 복덕방 안 씨가 보여 주었는데, 나는 어느 집이 좋은 집인지 모르겠다, 언제 같이 가서 볼래? 돈은 충분하게 준비 된 거냐? 모자라서 못 사거나 하지는 않겠지?” “어머니, 그동안에 내가 월급 탄 것과, 아버지가 주시는 돈 마다 다 통장에 넣고, 아무리 아버지가 회사 일로 잠깐 쓰고 준다고 해도 주지 않았어요, 생활비를 주셔서 돈을 보낼 때도 더 보내려했다가, 그 동안에 우리 집이 어렵게 살았을 때 쓰던 것 보다 약간만 더 보내도, 그 돈만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될 것 같아서, 안 보내고 모두 통장에 넣었던 거죠.” “그래, 네가 일찍 남의집살이를 하더니 돈을 어떻게 쓰는지, 어떻게 아끼는지 잘 아는구나, 엄마가 너무 무능해서 너희들이 그동안에 너무 고생들이 많았다, 정옥이 하고 정필이는 오빠가, 형이 우리를 먹여 살리려 고생한 것과, 이렇게 집을 사게 된 것을 항상 고마워해야 한 다. 알았지?” “어머니 그런데, 아버지 회사 근방으로 이사 안 가시고 정말 여기서 사실래요? 지금이라도 마음 바꾸시면 아예 그 쪽에 집을 마련할게요, 앞으로도 거기서 계속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아니다. 나는 여기 사람들하고 정도 들었고, 전쟁 때가 생각이 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 진다, 거기는 이북이 너무 가까워서 싫다.” “형, 나도 여기가 좋아, 친구들도 많고, 나중에 돈 많이 번 다음에 아버지와 형이 여기로 오면 되잖아?” “오빠 나도 여기가 좋아, 미장원 영업도 여기는 여자 천지라 여기서 해야 손님이 많아서 돈을 많이 벌수 있거든.” “그래, 그러면 여기에 사지 뭐, 여기가 아무래도 미장원 하기는 나을 거 같다, 앞으로 밥걱정하지 않고 살려면 미장원이 잘 돼야지, 그러자.” 복덕방에서 보여주는 집 들을 보고나니 정길은 계산을 잘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이곳이 기지촌이라, 부동산 시세가 평택이나 천안보다 높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은 탓이다, 강릉에서 상가가 달려있는 집값을 대략 알아보고, 그 정도의 예산을 세웠던 것인데, 여기의 집값이 더 비쌌다, 예전에 지은 가옥들의 가격은 별로 비싸지 않았지만, 상가가 달려 있는 집들은 다른 지방에 비해 가격이 세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기지촌의 상업지역은 당시만 해도 가장 수입이 보장되어 있던 삶의 요충지라 할 수 있었다. “아까 본 두 집하고, 이쪽에서 본 상가는 지금도 사려는 사람이 자주 찾아오고 자네도 알듯이 가격이 많이 센 편이라네, 지금 보여 주는 집이 마지막 집인데, 우선 보고 나서 자세히 말하도록 하지.” ‘에이! 이 정도 돈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너무 많이 모자라서 이거 정말 큰일 났네, 아버지와 엄마에게 큰 소리는 있는 데로 쳐놨는데.’ “자! 이 집이야. 가게가 셋이고 방이 전부 다섯 개, 뜰 하고 저 쪽에 조그마한 창고도 하나 있고, 총 평수가 백 오십 팔 평이고 건물 평수가 칠십 이 평이네. 잘 보고 나서 이야기 해 보세. 방들은 전부 비어 있고, 가게는 한 군데 만 비어 있어 제일 큰 가게가 말 일세.” ‘뭐야! 지금까지 보여 준 것보다 평수도 더 크고, 건물도 지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마음에는 딱 드는데 이건 더 비쌀 것 아닌가? 왜? 이집을 나중에 보여주는 거야? 혹시? 전세 값을 많이 안고 사야 되는 건가?’ “어때? 괜찮지? 지은 것도 한 이년 되려나? 아직 새집이고, 사람이 안산지는 칠팔 개월 됐네, 자당께서 이 집에 대하여 잘 아시니 같이 상의 해 보시게, 들어보면 알게 될 걸세, 집의 가격만 먼저 말해주겠네, 가격만 들으면 이해가 잘 안 될 거야, 사정을 알아야 이해하지. 현재 들어 있는 편물가게가 보증금 십이 만원, 그 옆에 세탁소가 십 만원해서 이십이 만원 포함해서 백팔십 만원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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