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의 즐거움 뒤엔 늘 넉넉해지는 체중과 풀어진 운동패턴이 남게 됩니다.
매년 정산악회에서는 명절 다음날 산행을 하는데 올 추석은 연휴기간이 길어 다음다음날 산행을 해도 일상 복귀에 지장이 없기에 다음다음날인 10. 1일에 산행을 했답니다. 추석날까지 과음으로 지쳐 다음날 산행은 부담이였지만 하루 쉬고는 갈 만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늘 산행은 난이도 최상급, 오르내리막 구간이 많고, 귀때기청봉 주변엔 커다란 너덜지대이기에 발의 피로도 큰 곳입니다.
정회장님! 반복해서 무리하지 말라신다, "오늘 구간은 중간 탈출구간이 없으니 무리가 가는 분은 반드시 귀때기청봉에서 돌아 내려와라 내가 귀때기청봉에 먼저 가 있다가 돌아 내려오는 사람들 모아 다시 한계령으로 하산 할 예정이니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하신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앞자리의 어르신(거의 70대 중반 또는 그이상)이 초등학교 4학년짜리 손자를 데리고 온 것이 아닌가 우려의 눈으로 다가가 재차 "갈수 있겠냐? 무리아니냐? 안된다 싶음 돌아내려와라" 고 재차 신신 당부하신다.
우리 셋은 빨리 내려가 시원한 막걸리에 제육볶음을 먹을 욕심으로 가장 앞서 내 달린다. 회장님이 오늘 하산시간은 16:30까지 총7시간의 산행시간을 주셨지만 우리는 6시간25분만에 내려왔다. 그런데 주차장에 있어야 할 산악회 버스가 안보여 회장님께 전화를 하니 회장님도 돌아내려오지를 않고 우리와 같은 코스를 타고 내려오시는 중이란다. 이 말은 원점회귀시 회장님은 미리 제육볶음에 뒷풀이 준비를 할 시간인데 그리 할 수가 없다는 얘기. 우리가 괜히 일찍 내려왔다는 것이다.
에고, 먼저 맥주나 마셔야겠다. 장수대 국공단 사무실 앞 사설 음식점에서 비싸고 비싼, 자그마치 한캔 4,000원짜리 맥주를 각자 두캔씩 마셨다. 비싸긴 했지만 음식점 캔맥인데 5천원을 받지 않았고, 주인 아저씨는 미안했던지 땅콩까지 안주로 갖다 주시니, 흠뻑 땀흘린 후의 시원함으로는 그리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4~50분쯤 지난후부터 후미 일행들이 속속 도착한다. 정회장님 맨뒤에 내려오시는 걸 보니 혹시나 귀때기청봉에서 돌아내려가는 사람이 있을까 맨 뒷사람까지 확인하고 오신 것이다. 가만히 보니 아까 그 초등학생도 많이 늦었지만 무사히 완주를 한 것이 아닌가, 참 대견하다 싶기도 하지만 얼마나 힘들었을까.. 정회장님 아이의 기특함 대견함에 용돈으로 3만원을 주신다.
드디어 제육볶음, 막걸리 , 소주... 쩝쩝^^ 곁들인 김치는 어찌 이렇게도 맛이 나는지, 힘든 산행후라 그렇기도 하지만 정회장님의 음식 솜씨는 예전부터 정평이 나 있다. 정말 맛있다. 조금 부족함을 채워줄... 떡라면까지 한 젓가락 먹고 버스로 올라오니 뿌듯하고 흡족한 오늘의 산행이였다.
귀경길 연휴 귀성차량들이 몰려 남춘천부터 화도까지 엄청 막혔다. 태릉입구역에 11시 30분이 되어야 도착, 그래도 우리끼리 시원한 마무리는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호프집을 찾는데...
아차, 백사님 산악회 버스에 지갑을 두고 내려 후다닥 바로 달려가 신호대기 중인 산악회 버스에 올라 간신히 지갑을 찾아 내려오고, 허심심님은 급한 것인지 아님 피한 건지 지하철역으로 미리 내려가 버리더니, 전화로 그 좋아하는 술 마시고 가자고 올라오라고 하는데 막차 놓칠거 같다고 그냥 가버린다. 결국 백사님과 둘이서 호프를 마시고 오늘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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