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대상판결의 정리
Ⅰ. 사실관계
① 원고는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이 사건 회사 총 발행주식 30만 주 중 21만 주를 소유한 주주인데, 2006.8.24. A와의 사이에 이 사건 회사의 경영권 및 주식을 양도하는 내용의 주식 및 경영권 양도양수계약(이하 ‘이 사건 양도양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주주명부상 명의개서도 마쳤다.
② 그런데 A는 2006.12.22.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양도양수계약에 따른 양도대금 잔금에 대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고, 2007.8.16. 위 소송에서 청구취지변경신청서를 통해 원고가 분식회계 등으로 이 사건 회사의 자금 사정을 속였으므로 이 사건 양도 양수계약은 사기 또는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라는 이유로 취소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위 청구취지변경신청서는 그 무렵 원고에게 송달되었다.
③ 법원은 2007.11.7. 이 사건 양도양수계약을 취소하는 판결을 하였고,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였다가 2008.1.7. A와 사이에 ‘이 사건 양도양수계약을 위 판결에 근거하여 취소하고 위 항소를 취하’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한 다음, 2008.1.8. 위 항소를 취하함으로 써 위 판결은 항소기간의 만료시인 2007.12.4. 확정되었다.
④ 한편 A는 원고와 이 사건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기 전인 2006.8.23.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고, 2008.1.7. 위 합의서가 작성될 때까지 이 사건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하였다.
⑤ 피고는 이 사건 회사에 대한 2007년귀속의 부가가치세, 근로소득세, 퇴직소득세(납세의무 성립일은 2007.6.30. 또는 2007.12.31.)가 납부되지 않자 2008.9.17. 원고를 이 사건 회사의 과점주주로 보아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원고에게 2007년귀속의 부가가치세, 근로소득세, 퇴직소득세 부과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 부과처분’이라고 한다).
2.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주식에 관한 권리 행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 실적은 없더라도 적어도 납세의무 성립일 당시 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관하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는 있어야 한다. 따라서 납세의무 성립일 당시 주주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없었던 경우에는 위 규정에 의한 제2차 납세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중략) 이 사건 주식에 대한 양도양수계약을 취소하기로 합의한 2008.1.7.경까지는 A가 이 사건 주식에 관한 주주권을 행사하여 원고로서는 이 사건 주식에 관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는 그 납세의무 성립일이 2007.6.30. 또는 2007.12.31.인 이 사건 부가가치세 등에 대하여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과점주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Ⅱ. 평석
1. 출자자의 제2차 납세의무
제2차 납세의무는 국세・가산금 및 체납처분비와 지방자치단체의 징수금에 대하여 원래의 납세의무자의 재산에 대한 체납처분을 집행하더라도 징수하여야 할 금액에 부족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그 원래의 납세의무자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자에 대하여 보충적인 납세의무를 부담시키는 제도이다.
현행「국세기본법」은 제2차 납세의무로서 청산인 등의 제2차 납세의무(「국세기본법」제38조), 출자자의 제2차납세의무(「국세기본법」제39조), 법인의 제2차 납세의무(「국세기본법」제40조), 사업양수인의 제2차 납세의무(「국세기본법」제41조)를 인정하고 있다. 그 중 출자자의 제2차 납세의무에 관한「국세기본법」제39조 제1항은 비상장법인의 재산으로 그 법인에 부과되거나 그 법인이 납부할 국세 등에 충당하여도 부족한 경우에는 그 국세의 납세의무의 성립일 현재 무한책임사원 또는 과점주주가 그 부족액에 대하여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같은 항 제2호에서 과점주주를 주주 또는 유한책임사원 1명과 그의 특수관계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로서 그들의 소유주식 합계 또는 출자액 합계가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면서 그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자로 정하고 있다.
제2차 납세의무 제도는 납세자의 징수회피행위에 대하여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 과세관청의 입장에서 보면 조세의 징수확보에 매우 유용한 제도인 반면 제2차 납세의무자의 입장에서 보면 타인이 체납한 조세의 징수를 위하여 언제 자기에게 납부책임이 지워질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태에 있게 되어 사법상 거래안전을 해하고 제2차 납세의무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특히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출자자 중 하나인 과점주주는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100분의 50을 초과”라는 형식적인 기준 뿐만 아니라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자”라는 획일적 판단이 어려운 기준을 추가적으로 정하고 있어 많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2. 과점주주의 판단 기준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주주명의를 도용당하였거나 또는 주주명부에 주주로 등재되어 있기는 하나 단순히 타인에게 명의를 빌려 주었을 뿐 실질적인 주주가 아닌 자는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 과점주주에 해당하지 않는다. 과점주주에 대한 제2차 납세의무의 입법목적은 회사의 경영을 사실상 지배하는 실질적인 운영자인 과점주주가 회사의 수익은 자신에게 귀속시키고 그 손실은 회사에 떠넘김으로써 회사의 법인격을 악용하여 이를 형해화시킬 우려가 크므로 이를 방지하여 실질적인 조세평등을 이루려는데 있는 것인데(헌법재판소93헌바49,94헌바38・41,95헌바64, 1997.6.26. 전원재판부 결정), 명의를 도용당한 자나 차명주주는 회사의 법인격을 악용할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또한 ① 부(夫)가 처 모르게 회사의 주주명부에 처 명의로 등재하였고 처가 국세납세의무성립일까지 이를 몰랐다면 처는 형식상 회사의 주주명부에 등재된 자로서「국세기본법」제39조 제2호 소정의 과점주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거나(대법원 86누747, 1987.2.24.), ②「국세기본법」제39조 제2호에 의하여 법인의 주주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시키기 위하여는 과점주주로서 그 법인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을 요하고 단지 형식상으로 법인의 주주명부에 주주로 등재되어 있는 사유만으로 곧 과점주주라고 하여 납세의무를 부담시킬 수는 없다(대법원85누55, 1985.5.28.)고 판시하여, 명의를 도용당한 자 및 차명주주의 경우에는 과점주주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당 주주가 명의를 도용당한 것도 아니고 차명주주도 아니라면 항상 “과점주주”에 해당하는가? 제2차 납세의무자에 대한 재산권 침해의 우려를 강조하고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자”라는 문언을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해당 주주가 실질 주주라고 하더라도 그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관한 권리를 현실적으로 행사한 경우, 예컨대 배당을 받았다든가 주주의결권을 행사한 경우에만 과점주주에 해당한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대법원 판례는 “주식에 관한 권리행사는 반드시 현실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 실적이 있어야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법인세 납세의무 성립일 현재 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관하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족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2001두 5354, 2003.7.8., 대법원2008두983, 2008.9.11. 등), 해당 주주가 현실적으로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였는지 여부는 과점주주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견해를 취하였다. 이러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의 입장은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자”의 의미를 명의를 도용당한 자나 차명주주가 과점주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정도의 제한적인 의미로 해석하고, 명부상의 주주라면 일응 납세의무 성립일과 보유주식 수라는 형식적인 기준에 의하여 과점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3. 이 사건 판결의 의미
한편 대상 판결은 앞에서 살핀 기존의 대법원 판결의 원칙적인 판시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서도 “납세의무성립일 당시 주주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없었던 경우에는 위 규정에 의한 제2차 납세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새로운 판시를 덧붙임으로써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자”의 문언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① 배당 또는 주주의결권 행사와 같이 주주권을 현실적으로 행사하여야지만 과점주주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도, ② 최소한 납세의무 성립일 현재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어야지만 과점주주에 해당하고, ③ 납세의무 성립일 현재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능성이 없다면 납세의무 성립일 당시 주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만으로는 과점주주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대상판결의 원심 판결(서울고법2010누29064, 2011.4.7.)의 판시에서 보다 명확하게 나타난다. 원심 판결은 대상 판결과 마찬가지로 원고가 과점주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근거로 “설령 원고와 A 사이의 이 사건 양도양수계약이 위 법원의 판결 또는 위 2008.1.7.자 합의로 취소됨으로써 그 계약의 효력이 소급하여 무효가 되어 원고가 위 각 조세의 납세의무 성립일을 기준으로 이 사건 회사의 과점주주로서의 지위를 회복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양도양수계약의 효력이 소급하여 무효가 됨으로써 처음부터 주식을 양도하지 않은 것으로 보게 되는 결과 누리게 되는 지위의 회복에 불과할 뿐인 점”을 들고 있다. 만약 기존 대법원 판결의 태도를 기계적으로 대입하였다면, 원고는 과점주주로 인정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취소의 소급효로 인하여 원고가 납세의무 성립일 당시 이 사건 회사의 주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심 판결은 취소의 소급효로 인한 주주 지위의 회복은 법률적 평가일 뿐이고, 원고가 납세의무 성립일 당시에 현실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점(실제로도 납세의무 성립일인 2007.6.30. 또는 2007.12.31.에는 원고가 아닌 A가 이 사건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하였다)에 주목하여 위와 같은 판단을 한 것이다. 그리고 대상판결 또한 “주주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판시를 덧붙임으로써 이러한 원심판결의 입장을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 결론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에 관하여는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았으며 헌법재판소로부터 다수의 위헌결정(헌법재판소 93헌바49, 94헌바38・41, 95헌바64, 1997.6.26. ; 헌법재판소 97헌가13, 1998.5.28. 등)을 받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그 인정범위를 축소하고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는 방향으로 수차례 개정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이러한 입법경과 및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과점주주의 범위는 그 규정의 문언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기존의 대법원 판결들은 “주주로서의 지위”라는 형식적 판단기준에 얽매여 다소 경직된 판단을 하였다고 볼 수 있으나, 대상 판결은 “주주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고려하는 적극적인 해석론을 전개하였는바,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도모한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대상 판결이 기존의 대법원 판결의 판시를 그대로 인용하면서도 사실상 기존의 대법원 판결들과는 다른 결론을 도출하였다는 점에서 세밀한 논리 전개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수 있으나, 기존 대법원 판결들은 주주권을 현실적으로 행사하여야지만 과점주주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대상 판결은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어야 과점주주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한다면 조화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첫댓글 박정규 세무사님!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