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못가
이정자
가을 걷이 해는 왜그리 짧은지
십리같은 논틀길을 이고들고
세번이나 다닐때 발뒷꿈치는 갈라져
다리에 가랫투가 생기도록 너무아파
울고싶던 그날들
마당에 널어놓은 콩깨비 팥꼬투리
두드려야했고 젖달라 보채는아이를
소죽을 앉쳐 놓고서야 불을 때며 젖을 주고
또 부지런히 저녘을 해야했던 그때
나는 돌아가라하면 못가네
너무너무 힘들어서 못가네
메밀꽃밭
살뜰히 오십 여년을 농사짓던 땅을
팔려고 내놨다고 경작을 하지말라 해서
한 봄을 묵였는데 오월달에 그곳 땅에는
개망초가 메밀 꽃 인양 흐드러지게 피였네
달밤엔 향기도 바람타고 멀리멀리 날리며
너울거리는 그꽃을 보며 진짜 메밀이라면
온동네 메밀묵 잔치 라도 벌리고 싶다는
마음의 농부는 안타깝기만 하네
중심을 잃다
등산을 가도 선두 구릅에서 뒷쳐지지않던
젊은 그날이 이제는 꿈처럼 먼 추억
어깨 무릅 허리 유방 암 까지
골고루 세월에 내어주고 비틀거리네
어른들이 너 그렇게 일하면 골병든다
하시넌 말씀을 헛투루 들었 던 그때
자식들 공부 시키려고 힘든줄도 모르고
새볔부터 늦도록 바쁘게 살아왔던 날들
이제는 중심을 잃고 지팡이나 유모차가
잡아주지 않으면 작은 언덕도 돌맹이 하나도
나를 업수히 여겨 넘어트리려고 한다
인절미
아침일찍 찹쌀 한 되를 담그시며
아침 새참에 해오라 신다
저녘 새참인줄 알았는데
허둥지둥 콩개비 꺽어다 까고
옹달솥에 작은시루 에 찹쌀을 앉지고
보자기 깔고 콩을 찌니 은행처럼
예쁜 밭믿 콩이 오롯이 익어
소금 한줌 뿌려 간을 맟추고
돌 절구에 혼자 대끼며 꽈리가 일도록
찧여 콩을 꾹꾹눌러 뭍여 놨던 그떡
내 생애에 제일 맛있던 그가을에
인절미
카페 게시글
27호 통진문학
시
나는 다시못가 외 네편
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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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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