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기』
최서해
<줄거리>
주인공은 '박'은 가난을 못이겨 가족과 함께 간도로 떠난다. 하지만 간도에서 온갖 일을 거듭했지만 여전히 굶주림은 반복된다. 그는 두부를 만들다가 땔나무가 없어 낫을 들고 산으로 들어가지만, 나무가 없어진 것을 안 산 주인의 고발로 경찰서에 잡혀간다. 그는 경찰들에게 불문곡직하고 구타를 당한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호소할 곳이 없다. 박은 마침내 그것이 제도의 문제임을 자각한다. 그러한 일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박은 이윽고 자신의 빈궁의 원인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는 '세상이 나를 속였으며, 스스로가 어떤 험악한 제도의 희생자로 살아왔다'라는 자각을 갖는다. 그는 결국 ××단에 입단하게 된다.
박은 이러한 삶의 경과를 편지체로 친구에게 밝힌다. 가족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면서 어찌 세상을 구하려고 덤비느냐는 힐난에 대한 답변이다. 주인공 박은 사회체제나 경제구조의 소산 혹은 일제에 대한 시대의식의 결과로 자신이 가난해졌으며, 그래서 가족으로부터 '탈출'하여 ××단에 가입하였음을 서간체의 일인칭시점으로 '절규'한다.
'김군! 지금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는 우리의 생의 만족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어찌하여 겨우겨우 연명한다 해도 죽지 못해 사는 삶이 될 뿐이다. 그래서 나는 ××단에 가입하였다. 나는 이러다가 성공 없이 죽는다 하더라도 원한이 없다. 이 시대 민중의 의무를 나는 이행한 까닭이다.'
<읽기>
최서해는 1920년대에 '혜성과 같이 출현(김동인)'하여 당시 문단을 뒤흔든 소설가이다. 그는 일본 유학생 일색의 당시 문단 주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국민학교 중퇴 학력이 전부인 만주 유랑 빈민 출신 작가로 알려져 있다.
최서해는 가난을 견디다 못해 17세의 어린 나이로 일자리를 찾아 두만강을 건넜다고 한다. 그는 어떤 때는 나무바리 장사도 하고, 두부장수가 되기도 하고, 노동판에서 십장노릇도 하고,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가 왜놈한테 붙잡혀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그러다가 그는 마침내 자신의 가난이 개인적 불성실 때문이 아니라 '세상' 때문임을 깨닫고 '××단'에 가입하여 '비바람 밤낮을 헤아리지 않고 벼랑 끝보다 더 험한 ×선에 서서' 활동하게 된다. 그 와중에서 그는 '총을 메고 눈 쌓인 얼음벌판을 헤매이다가 총에 맞아죽은 동지의 시체를 혼자서 얼음벌판에서 밤을 새어가며 지켜보는' 참담한 경험까지 겪는다.
원로 문학평론가 백철은 '20년대 한국소설이 말 그대로의 허구로써 창작되거나 관념에 리얼리티가 묻혀버리던 울타리를 벗어나 처음으로 체험문학의 의미와 의의를 실천한 이가 바로 최서해'라고 평가하였고, 문학평론가 김윤식은 최서해를 김동인과 현진건보다 더 중요한 작가로 의미를 부여하였다. 또, 문학사가들은 서해의 문학적 전통이 조세희, 윤흥길 등 후대 작가들을 통해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는 최서해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오늘은 그 중의 한 가지만 되짚어보기로 하자. 체험의 중요성, 그리고 그 체험의 의미를 살려내는 작업의 소중함에 대해서이다. 용기있는 체험, 가치있는 체험을 위해 시간을 투자할 줄도 알아야겠고, 자신의 체험에 의미를 부여하여 그 기록을 남김으로써 개인사 . 가족사 . 사회사 . 세계사의 자료를 생산할 줄도 알아야겠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기록의 역사임을 늘 기억하면서, 우선 그 기초가 되는 일기쓰기부터 실행에 옮기기로 하자는 제안이다.
☆ 최서해 : 식민지 시대의 민족 궁핍상을 가장 실감있게 그려낸 작가로
1924년부터 작품활동을 펼쳤다.
주요 작품에『홍염』,『기아와 살륙』,『박돌의 죽음』,『고국』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