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여!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란 주제로 4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대한민국을 위한 비상구국기도회’를 주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길자연 대표회장은 이날만은 진보와 보수,교파와 교단을 초월해 전 기독교인이 하나님께 통렬한 회개기도를 드리자고 호소했다. 길 목사는 성경 사무엘상 7장을 펼쳐보이며 집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오늘의 현실을 ‘블레셋의 침공을 받은 이스라엘’로 표현했다. 그의 얼굴에는 비장감이 서려 있었다. 그는 총체적 회개기도만이 이 나라와 민족을 살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3일 왕성교회 주일예배 설교를 마치고 나온 길 목사와 긴급 인터뷰를 가졌다.
-이번 기도회는 길 목사님께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된 이후 갖는 여섯번째 대형집회다. 이번 기도회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역사의 주인은 하나님이다. 그리고 기도만이 나라와 민족을 구원할 수 있다. 우리의 모든 상황을 살펴보면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경제침체,정치불안,이념적 갈등,남북 긴장 등…. 그런데 문제는 절망의 터널이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총체적 위기 앞에서 교회가 침묵과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하나님으로부터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는 훈계를 들을 것이다.
제발 우리의 기도회를 ‘진보’ 또는 ‘보수’라는 표현으로 희석시키지 말라. 우린 ‘보수파’가 아니라 ‘예수파’다. 이스라엘이 블레셋의 침공을 받아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사무엘은 “이스라엘이여,미스바에 모이자”고 호소하며 백성을 한곳에 모았다. 그들은 전쟁의 승리를 위해 기도하지 않았다. 가슴을 찢으며 회개의 기도를 먼저 드렸다. 그리고 블레셋을 물리쳤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한곳에 모인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기도의 에너지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놓는다.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가 모두 혼란스럽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난무하고 있다. 이번 기도회는 무엇을 요구하는 집회가 아니라 오직 순수한 기도회라는 뜻인가.
△이번 모임의 타이틀은 ‘대한민국을 위한 비상 구국기도회’다. 기도회의 정신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 설교순서를 넣지 않았다. 설교는 사람을 향한 메시지요 기도는 하나님을 향한 간구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개별적 기도에도 응답하시지만 많은 사람이 한곳에 모여 통렬하게 기도하길 더욱 원하신다. 이번 기도회를 통해 하나님을 존귀하게 여기는 우리의 마음을 모아보려 한다. 사무엘상 2장 30절 “나를 존중히 여기는 자를 내가 존중히 여기고 나를 멸시하는 자를 내가 경멸히 여기리라”는 말씀의 의미를 한번 되새겨보면 실로 두려운 마음이 든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기도회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하나님을 믿는 백성들이 한곳에 모여 기도하자는 것이다. 하나님을 존중하는 우리의 마음을 한데 모아 전해보자는 것이다. 우리의 미스바인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기도의 불꽃을 모으려 한다. 기도하는 일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위험한 생각이다.
-10·4기도회의 강조점은 무엇인가. 국가보안법 폐지,사립학교법 개정 등에 대해 한기총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 이번 기도회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표출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기도회라는 큰 물줄기는 변함이 없다. 우리는 보수측의 안일함과 교회의 세속화 등도 회개할 것이다. 우리의 삶속에 닥지닥지 끼어 있는 세속의 불순물을 눈물의 기도로 정화시키려 한다. 물론 국가보안법 폐지나 시립학교법 개정 등이 기도회를 갖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자기 의(義)와 고집을 버리고 화합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한기총은 국가정책에 대한 입장을 담은 피켓 등은 일절 준비하지 않았다. 그러나 개교회나 교인들이 준비해온다면 그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지금은 논쟁하는 기독교인보다 기도의 현장에 나와 무릎 꿇는 기독교인을 요구한다. 꿈이 없는 백성,기도가 없는 백성은 망한다. 그러나 눈물의 기도가 있는 백성은 반드시 일어선다. 역사가 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지 아니한가? 지금은 정말 기도의 불꽃을 모을 때다.
-이번 집회에 왜 설교순서가 없는지를 이해하게 됐다. 그러나 한기총이 ‘국가보안법 폐지 찬성’을 선언한 기독교장로회 등 소위 진보진영의 교회를 좀더 적극적으로 끌어안을 수는 없었는가. 하나님 앞에서 ‘하나됨’을 보여준다는 것은 아주 증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교회에 취지문을 보내고 동참을 호소했다. 진보진영의 교회도 많이 참석할 것으로 믿는다. 사람들은 한기총을 보수연합단체로 인식하려 한다. 그리고 한기총 대표회장을 보수진영의 사령관쯤으로 생각한다. 한국 교회는 이런 극단적 이분법에 의해 번번이 패배를 해왔다. 그동안 다섯번의 대형집회를 개최했는데 그때마다 일부 언론과 인사들이 ‘한국 교회의 기도회’ 대신 ‘보수진영의 집회’로 본질을 흐려놓았다.
이제 모두 분연히 일어나서 기도의 불씨를 모으자. 기도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가슴을 찢으며 기도하자. 우리의 희망이 어디서 오는가. 우리의 밝은 미래가 어디서 오는가. 오늘의 암담한 현실만 보면 도무지 희망의 빛이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기도하는 사람들은 그 해결책을 알고 있다. 우리의 희망은 하나님이다. 우리의 꿈은 기도다. 수십만명이 미스바에 모여 무릎을 꿇고 겸손하게 기도를 드리자. “하나님이여,이 땅을 고쳐주옵소서. 하나님이여,이 민족을 치유해주옵소서.” 이렇게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이 민족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물로 주실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믿기 때문에 대한민국을 위한 비상구국기도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대담/임한창부장 hclim@kmib.co.kr"> hclim@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