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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년을 농사일기
Feb 12, 2022
토요일 밤이다. 날씨가 제법 따뜻해졌다. 작년 봄에 심어 노란 꽃을 보여 주었던 크로커스가 제법 올라왔다. 줄기가 몇 가닥의 실처럼 올라오고 나중에 줄기가 올라와 노란 꽃을 피운다. 날씨가 따뜻해 싹이 올라왔는지 낙엽을 치우니 초록의 싹들이 많이 올라왔다. 수선화와 튤립들로 모두 싹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사실 초겨울의 시작과 함께 싹을 티운다. 그 추운 겨울을 버틴다. 어떻게 얼지 않고 버티는지 놀랍기만 하다. 마늘과 양파도 마찬가지다. 추위에 잎이 시들지만 따뜻해지면 금새 왕성해지는 것이 알뿌리 식물인 것 같다.
어린 감나무의 어린 가지를 잘라 주었다. 자르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왠지 잘라주면 잘 클 것 같은 느낌이다. 고난을 통한 성숙일까? 억지 고난을 주는 것은 아닐까? 지금 나에게도 억지 고난을 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나태함이 내 몸에 들어 온 것 같다. 나름 시간 나면 한 시간 정도 산책하고자 애를 쓰지만 나태함을 극복할 수는 없다. 아침에 3차 백신 접종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도서관에 들러 책 5권을 빌렸다. 거의 대충 보았다. 흥미를 끄는 책이 없다. 먹을 것을 조금 사왔는데 또 아내가 비판의 소리를 보내왔다. 비판은 늘 풍선에 바람을 빠지게 만든다.
Feb 26, Saturday. 옥션에서 구매한 시나노 골드 황금 사과 2년생 두 그루를 마당과 밭에 심었다. 기온은 14도까지 올랐으나 밤에는 0도까지 내려가니 추위를 버티고 살아날지 걱정이다. 땅을 파고 흙을 조금 넣고 다시 물을 붓고 그 위에 흙을 더 올려주었다. 지난해 심었다. 작은 꽃의 수선화도 서너 개 땅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노란 크로커스가 아침에는 작은 꽃을 피우려 하였는데 정오 쯤 완전히 개화한 듯 보였다. 참으로 놀랍다. 겨우내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추운 겨울을 뚫고 땅위에 잎사귀를 내밀고 꽃을 피우다니 놀랍다. 이럴 땐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느낀다.
Mar 6, Sunday. 오후 3시, 마당에 햇살이 가득하다. 하루 하루가 식물들에겐 다르다. 원추리 새싹이 올라왔다. 병아리 같은 새싹이 오늘 아침에 보였다. 어제까지는 보이지 않다가 오늘 보인 것이다. 참으로 놀랍다. 튤립, 수선화, 히야신스가 땅위로 막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어제 그저께 바람이 태풍처럼 불었다. 산불이 여기 저기 났다. 큰 산불이 아홉 군데 정도 났다. 울진 강릉 산불은 충격이다. 많은 집들이 불타고 이재민이 발생했다. 봄은 쉽게 오지 않지만 그래도 봄은 같은 속도로 자꾸 자꾸 우리 곁으로 진군해오고 있다. 우리 집 매화가 몇 송이 피었다.
Mar 12, Saturday. 작년 4월 18일에 심었던 명이나물이 엄청 올라왔다. 약 열 뿌리 정도가 싹이 쑥 올라왔다. 너무 신기하다. 다른 키큰 작물들로 햇빛을 받지 못해 다 죽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일 주일 전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오늘 아침 돌아보니 잎들이 올라와 놀라게했다. 3월은 식물들로 말미암아 즐거운 달이다. 마당 울타리 밑에 심어놓은 여러가지 알뿌리들이 올라오는 3월은 참으로 즐겁다. 거의 3월 10일 쯤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 항상 3월 15일 쯤이면 로마의 율리어스 시저가 생각난다. 이 날 그가 죽었기 때문이다. 파르티아 출전을 앞두고 원로원의 원로인 부루투스, 카시오 등이 무방비 상태인 그를 칼로 찔러 죽였다. 가슴 아프지만 역사의 운명에 그가 쓰러진 봄이다. 봄은 모든 생물이 움직이는 계절이다. 올 해의 봄은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하다. 오늘 최고 온도는 19도, 최저는 7도다. 봄 속에 들어왔다.
Mar 26, Saturday. 어젯밤부터 바람이 불고 비가 왔다. 지금은 그치고 훈훈하다. 우리 집 수선화 하나가 어제 처음 활짝 피었다. 살구 나무에도 꽃이 피었다. 어제 출근할 때만 해도 피지 않았는데 지금은 벌들이 윙윙 거린다. 명이 나물이 거의 다 올라왔다. 벌써 몇 장을 딴 것 같다. 두릅 순이 올라오는 것 같다. 온 들판에는 봄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울긋불긋하고 노랗다. 공기가 향기롭고 훈훈하다. 어제 비 때문인지 밭의 흙들이 기름져보인다.
Apr 9, Saturday. 오늘 최고 기온이 28도까지 올라가 거의 여름 느낌이었다. 보문 숲머리에 있는 아릴락 양탕국 카페까지 갔다 오는데 대부분의 차들이 에어컨을 사용하고 있었고 나 역시 마찬가지 였다. 이번 주에는 두릅을 따서 데쳐 먹었다. 오늘 집에 있는 두릅은 다 딸 수 밖에 없었다. 박태기 나무의 구슬 같은 붉은 꽃들이 오늘 절정이다. 벚꽃도 지고 지금 들판에는 복숭아 꽃이 절정 전에 있는 것 같다. 작년에 조생종과 만생종 복숭아 나무를 두 그루 심었는데 올 해 둘 다 열 개 정도의 꽃을 피웠다. 모과나무가 올 해 상당한 꽃을 피운 것 같다. 황매가 꽃을 활짝 피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옥매는 한 두개 꽃 송이를 확짝 피웠다. 다 피울려면 아마도 다음 주 수요일 쯤이 되지 아닐까 싶다. 더덕과 도라지 순들이 제법 많이 올라 왔다. 작약이 더욱 올라오고 있다. 모란은 올해 3년 째가 되는데 제법 모양을 갖춘 것 같다. 수선화와 튤립이 꽃을 피웠다. 수선화는 작년에 옮겨 심었는데 개화 순서가 다르다. 튤립은 옮겨 심었는데 작년보다 더 화려하다.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백합도 작년 가을에 햇빛이 더 잘 들도록 옮겨 심었는데 작년 보다 더 빨리 그리고 많이 잎과 줄기를 키우고 있는 것 같다. 지난 주에 옥션에서 상록 으아리 두 개를 구입해서 문 입구와 화분에 심었는데 잘 자라고 있는듯 보인다. 사과나무도 순을 티우고 있다. 4월은 정말 봄의 한 가운데요, 생명들을 자랑하는 그런 시간인 것 같다. 대부분의 부활절이 4월에 있음이 다 이유가 있는듯하다. 부활을 실감할 수 있는 것 같다. 2주 전에 뿌렸던 상추가 작은 잎들을 내고 있다. 봄은 신기하기만 하다. 비비추가 많이 자랐다.
Apr 22, Friday. 5시에 마쳤다. 정상근무다. 어제 주문한 블루베리 2주가 오늘 도착했다. 저녁에 이 어린 두 나무를 심느라 시간을 보냈다. 산에 가서 흙을 좀 파와서 두툼하게 심었다. 아주 작고 약하지만 꽃이 몽글몽글 피어있었다. 내년엔 제법 크고 꽃도 좀 열리고 열매도 좀 열리기를 기대하게된다. 지금부터 365일 기다릴 것 같다. 매일 매일 기다릴 순 없지만 그래도 잘 자라길 기다리고 여름을 이기고 겨울을 견딜 수 있기를 소망한다. 월 초에 주문해서 심어 놓은 상록 으아리가 제법 자리를 잡아가는듯하여 마음이 놓인다. 빨리 무성하게 자라길 욕심내지만 내마음대로는 안된다. 자연의 시간을 인정해야한다. 침없는 엄나무도 제법 자라 오늘 순을 꺾어 데쳐 먹었다. 이번 주는 그리 바쁘지 않았다. 봄의 중간에 온 것 같다.
Apr 30, Saturday. 큰꽃 으아리가 마침내 꽃을 피웠다. 얼마만인가? 약 4년은 된 것 같다. 처음 이곳 시골로 이사와서 산에 갔는데 산 중에서 매우 특이한 열매를 보았다. 할미꽃씨앗 같기도 하고 꼬불꼬불하게 말아서 둥글게 된 모양이었다. 처음 본 씨앗의 모양이었다. 둥글게 뭉쳐진 둥글레 씨앗같기도 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그것이 바로 큰꽃으아리 씨앗 열매였다. 그래서 그 특이하고 신비하고 놀라운 꽃을 꼭 집에 한 번 심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봄 산에 가니 큰꽃으아리가 자라고 있었다. 한 뿌리 캐서 집에 심고는 잊어버렸다. 그것이 났는지 아니면 그 종자의 씨앗을 뿌려 그것이 우연히 자랐는지 기억을 할 수 없다. 그 다음해 어느 봄 우연히 담장 밑 쑥부쟁이 나물 옆에 큰꽃으아리 덩굴이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꽃은 피지 않았다. 대실망. 이듬해에도 줄기는 뻗었지만 꽃은 피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클레마티스라는 으아리를 키우면서 자주색 꽃을 자랑할 때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또 기다릴 수 밖에 다른 것은 할 수 없었다. 그런데 3년인지 4년이 지난 지금 마침내 그 큰 꽃을 피웠다. 처음에는 작은 봉우리, 그 다음에는 조금씩 커지고 마침내 개화, 노란색과 흰색이 섞인 정말 수수하면서 수줍어 하는 모습이다. 꽃 잎이 8개이면서 얼마나 큰 지, 그래서 사람들이 이 꽃을 만나면 으아, 하고 소리를 지른다고 해서 으아리라고 하는 말이 있는 것 만큼 이 꽃은 크고 순결해 보인다. 백합은 아니지만 백합의 내면성이 보인다. 소녀와 같고 성숙한 처녀와도 같은 느낌이다. 이 큰꽃 으아리가 올 해 마침내 피었다. 이것이 기다림인가. 믿고 끝까지 기다려야 했었다. 중간 중간 의심이 생기기도 하고 포기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마침내 개화하여 내 마음을 즐겁게 해 주었다. 큰꽃 으아리, 너가 사랑스럽고 이 기쁨이 오래 갈 것 같다. 너에 대한 나의 추억이다. 너는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심었다면 때가 되면 반드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May 14, Saturday. 2주 전에 홍가시 나무 세 그루를 옥션을 통해 샀다. 포장이 잘 되어 있어서 불만이 없었다. 그러나 너무 작았다. 물론 판매 내용과는 다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온라인 구매가 다 실물이 아닌 사진과 내용을 보고 선택하니 실제 상품을 보면 때론 실망이다. 그래도 집까지 원하는 상품을 갖다주니 얼마나 좋은가. 묘목상에 가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살 수 있으니 참 좋다. 지금 홍가시 어린 묘목이 마당 이곳에서 양호한 상태로 있는 것 같다. 아마 형태가 나타나기까지는 수 년이 걸릴 것 같다. 그런 때가 오기 까지 충분히 기다리고 그런 시간들이 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붉고 빛나는 잎들이 햇살에 반사하며 작은 바람에 춤추는 그런 붉은 나무를 빨리 보고 싶다. 기다려야 한다. 이것이 기다림의 행복인가, 혹 기다림의 고문은 아닐까? 너무 기다림에 목을 매서는 안되겠지. 그냥 잊고 살다보면 언젠가 그 날이 올 것이다. 잊고 살자.
3년전인가 목사님 부부가 우리 집에 우연히 들렀을 때 몇 가지 꽃 피는 식물을 주었다. 매발톱, 수레국화. 우단동자, 설악초, 그리고 작은 붓꽃 등이었다. 우단동자는 사라졌고, 매발톱은 매년 즐거움을 주었다. 수레국화는 잡초처럼 많아졌다. 말하고 싶은 것은 작은 흰 꽃을 피우는 작은 붓꽃이다. 붓꽃인지 아니면 꽃창포 종류 인지 알 수 없지만 3 년 만에 꽃을 피웠다. 화단과 대문 입구에 심어 두었던 붓꽃이 마침내 하얀 꽃을 피워 나를 놀라게 했다. 전혀 상상을 하지 못했다. 몸 집도 작고 꽃도 작다. 하지만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엽고 앙증맞는지 알 수 가 없다. 일반적인 독일 붓꽃과는 아주 다르다. 꽃대에서 또 꽃대가 생겨 꽃이 피는 독일 붓꽃과는 달리 꽃대가 하나 올라오고 그 꽃대위에 희고 작은 꽃이 핀다. 꽃의 모양은 색과 크기를 빼면 그 형태가 비슷하다. 귀엽다. 화단 이곳 저곳에 많이 번식시켜 옮겨 심고 싶은 마음이 든다. 눈에 잘 띠지는 않지만 잘 관찰하면 그 아름다움이 정말 신기하다. 번식이 쉽진 않다. 뿌리로 옮겨지니 씨앗으로 자신의 존재를 퍼뜨리는 식물과는 경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죽지 않는 것 같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이 있듯 한 번 심어지면 영원할 것 같은 그런 매력이 있다.
Jun 5, Sunday. 정말 오랜만에 비가 왔다. 올 해엔 봄 가뭄이 심하다. 심지어 나무조차도 수분을 공급받지 못해 나뭇잎들이 움추리고 힘이 없다. 농사는 말할 필요없다. 모두가 펌프를 돌려 물을 공급하지만 금방 물기는 말라버린다. 이런 상황에 비가 제법 오니 얼마나 다행하고 단비가 아닐수 없다. 밀양의 산불도 이 비가 아니면 곤란했을지도 모른다. 대략 3,4일 타오른 것같다.
아침에 샤스타데이지를 베어내고 흙과 거름비료를 넣어 화단을 정리했다. 비 올 것을 대비해 미리 땅을 준비했다. 거의 11시 쯤 비가 오기 시작했다. 한 쪽에 있는 구절초들을 뽑아 제법 많이 옮겨 심었다. 땅을 파보니 아직 땅 속으로 스며들지는 않았다. 담아 둔 빗물을 공급해 주었다. 지금도 비가 오니 더욱 안심이 된다. 가을에는 분명 구절초들이 대문 입구에 활짝 피어 바람에 하늘거릴 것같다. 메마른 대지에 비가 오니 너무 너무 좋다. 힘들어 하던 꽃과 나무들이 다시 활기를 얻은 것 같다.
2주 전 쯤 석류나무에 꽃이 두 개 핀 것을 보았는데 너무 기뻤다. 대략 7, 8년 되었는데 마침내 꽃이 핀 것이다. 내년엔 아마 엄청 꽃이 필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뻐했는데 지금 너무나 많은 꽃을 피우고 있다. 셀 수 없을 정도다. 너무 기쁘다. 내년의 기쁨을 지금 누리게 된 것이다. 석류나무는 꽃을 한꺼번에 피우지 않고 시간을 두고 피우는 것 같다. 꽃이 놀라울 정도로 붉고 아름답다. 열매가 될 부분 위에 꽃을 크게 피운다. 나는 이 석류 꽃을 보며 즐거움을 누린다. 아침과 저녁으로 와서 확인한다. 왜 진작에 물을 많이 주지 않았을까 후회한다. 노란 장미와 붉은 장미가 꽃을 피우자 난 아침 저녁으로 물을 준다. 장미는 물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된다. 물을 주니 더욱 많은 꽃봉오리를 보여준다. 작년에 피지 않았던 치자나무에서 꽃이 피기 시작했다. 백합이 곧 꽃을 피울 것 같다. 일주일이나 이주일 뒤에는 그 화려함과 진한 향기를 보여주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비가 더욱 고맙게 느껴진다. 홍가시 나무 세 그루 중 한 나무가 가지를 내고 잎을 낸다. 참 신기하다. 한 달 쯤 지난 것 같다. 역시 물을 주고 관심 준 것이 먼저 피고 자란다. 관심이 중요하다. 물을 주고 관심을 기울이면 그만큼 빨리 성장한다.
어제는 기북에 있는 아버지 산소에 가서 벌초를 했다. 가을에 할려니 풀과 나무들이 너무 자라 힘이 들것을 고려해 미리 초벌 벌초를 한 것이다. 그 전에 심은 호두 나무는 잘 자라고 있었고 감나무는 자라되 키가 커지 않았다. 밤나무 두 그루는 보이지 않았다. 사과 나무는 오랜 가뭄으로 마르는 듯 했다. 이번 비에 부디 되살아나 10년 뒤에는 사과가 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내년 봄에도 몇 가지 종류의 나무를 심어야 할 것 같다. 나무는 가능하면 미리미리 심어야 할 것 같다. 모양이 잡힐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 같다. 산소에 나무를 심는 이유는 나무가 있고 열매가 맺으면 한 번이라도 더 산소에 가지 않을까 해서다. 꽃 나무도 몇 그루 심어야 할 것 같다.
아내가 엊그제 마늘과 양파를 캐왔다. 작년보다 굵기와 소출이 작고 적다. 강우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물론 가꾸지 않은 것도 있다. 거의 자연에 맡겼다.
Jul.2, Saturday. 너무 덥다. 어제 오늘 온도가 36도 까지 올랐다. 올 들어 두 번째로 에어컨을 켠것 같다. 예전엔 더위가 그렇게 무섭진 않았는데 지금은 무섭다. 나이를 속일 순 없다. 지난 주 25일 쯤 살구가 다 떨어졌다. 저녁 무렵에 어찌나 바람이 세게 불든지 더위탓에 더 빨리 떨어진 것 같은데 바람까지 강하게 부니 하나도 남지 않았다. 작년보다 대략 5일 빨리 다 떨어진 것 같다. 그러나 다행한 것은 올해 석류가 제법 열리고 배도 작년에 비하면 제법 많이 열렸다. 자두는 올해 딱 하나 열렸는데 지금까지 달려있다. 제법 붉어졌다. 작년에 심은 만생종 복숭아나무에 과실이 한 열 개 달린 것 같다. 탐스럽다. 너무 위안이 된다. 아침 저녁으로 보게된다.
백합 하나가 꽃봉오리를 열어 향기를 뿜어낸다. 다른 백합들은 올 해 꽃을 피우지 않을 것 같다. 작년에 구근을 옮겨심은 탓일까. 참나리와 원추리, 각시 원추리, 비비추가 줄기를 올리고 꽃을 맺고 있다. 3,4일 지나면 꽃봉오리를 터뜨릴 것 같다. 백일홍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백일간은 계속 피고 지고 하겠지. 너무 대견하다. 분홍낮달맞이꽃과 송엽국이 여름 내내 꽃을 피우고 있다. 송엽국은 거의 늦은봄부터 핀 것 같다. 더위로 아무 것도 못하는 자신을 생각할 때 이들은 너무 대견하고 위대하게 느껴진다. 쉬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할까. 그러나 여름 꽃들은 이 뜨거운 여름날에도 열심히 일하여 아름다운 색깔로 우리를 즐겁게해준다. 분꽃도 여기 저기 죽지 않고 올라와 꽃을 피우고 그 향기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맨드라미와 주황 코스모스도 마찬가지다. 곧 꽃도 필 것이다. 왕머루가 작년보다 더욱 많이 달리고 특히 햇빛을 많이 받는 문쪽의 것이 알도 굵고 양도 많다. 햇빛의 소중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 인간은 고역이다. 태풍이라도 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Jul. 26, Tuesday. 중복이다. 여름의 한 복판이 아닐까 생각한다. 회사 식당에서 닭 다리 하나씩 고은 삼계탕을 점심으로 배식해주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중복. 최고 온도가 다행히 30도다. 장마의 영향이 크다. 한꺼번에 많은 비가 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더위를 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뉴스를 보면 장마가 끝났다고 하지만 일기예보 앱에는 아직 비오는 날이 더 있는 것 같다.
지난 주에 안나가 아들을 낳았다. 졸지에 외할아버지가 되었다. 놀랄 일도 아니고 그저 자연스럽고 순조로운 일이다.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다. 마치 봄에 새싹이 땅에서 올라오는 것과 같다. 어쨌거나 새로 태어난 아기는 정말 멋진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주어진 모든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 사라지는 그런 인생이었으면 한다. 아름다운 꽃과 같고 달콤하고 먹음직스러운 과실과도 같은 그런 인생이었으면 좋겠다.
백일홍, 톱풀, 분홍달맞이꽃, 패랭이꽃, 접시꽃, 비비추, 도라지꽃, 설악초, 노란코스모스, 참나리, 루드베키아 등이 작은 화단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아직 이름을 모르는 들 꽃도 명 종류 있는 듯하다. 이제 생각난다. 상사화가 꽃을 피웠다. 늘 예상치 못하다가 장마가 끝날 쯤 줄기가 올라와 어느듯 꽃을 보여주는 것이 상사화다. 상사화는 늘 놀라움을 준다. 디딤돌 주변에 심은 잔디가 장마 덕에 잘 자라고 있다. 처음 두 세개 줄기를 심었는데 그것들이 번성하여 디딤돌 주변 여러곳에 심었고 그것들이 파랗게 자랐다. 대견하다. 사과나무, 홍가시 나무, 블루베리 나무들도 잘 자라고 있다. 복숭아 나무는 올 해 복숭아를 제법 공급해주었다. 날씨는 덥고 습도는 높지만 이런 자연을 볼 때 안심이 된다. 밭에는 고추, 가지, 고구마들이 열심히 자라고 있는 것 같다. 고구마 순은 벌써 많이 먹었다. 들깨들이 마당 여기 저기 마구 자라는 덕택에 깻잎은 무수히 먹는 것 같다. 더위 덕택에 자연은 풍성하고 우린 어렵다. 그래도 먹을 것이 많으므로 어찌 감사치 않을 수 있으랴. 지금 여름이 지나고 있다. 저녁 8시 50분이다. 아내가 누굴 만나고 온다고 늦어 나는 할일없이 지난 시간들을 기억해서 기록하고 또 반추해본다. 선풍기가 열심히 회전하며 돌아간다. 그 때마다 시원한 바람이 내 몸을 스쳐간다. 더위 때문인지 시간이 무척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좀 바쁜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Aug 14, Sunday. 올해 들어 처음 우리 집 배를 몇 개 따서 깎아 먹었다. 몇 년 전 처음 먹었을 때의 그 단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맛이 일품이었다. 집 사람도 안나도 안나 남편인 권 서방도 이런 맛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올 해는 정말 배가 많이 열렸다. 아마 작년에 달리지 않았던 배가 올 해 다 열린 것 같다.
외손자가 일 주일 동안 집에 있다가 자기 할아버지 집으로 갔다. 한 주 동안 분주했지만 사람 사는 느낌이 들었다. 모세와 아이도 왔다 갔다. 아마 지금까지 살면서 에어컨을 24시간 켜고 살았던 것은 처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다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도 안된 외손자 덕택이다. 아기에겐 무조건 시원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딸이 주장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도 시원한 한 주를 보냈다.
서울 등 충청도에서는 때아닌 장마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했다. 특히 반지하에 살던 사람들의 희생이 컸다. 시간 당 100 밀리가 넘는 비가 왔다. 태풍 때 보다 더 큰 희생과 피해가 있었다. 경주 등 남부 지방은 비가 안와서 밤에는 열대야로 괴로움을 당하는 판인데 서울 등 중부지방은 난리가 났다.
Aug 27, Saturday. 여름이 끝나가는 느낌이다. 이 무렵에 보이는 꽃이 과꽃이다. 처음에는 흰색 꽃 봉오리 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보라색으로 변한다. 지난 번 처형이 운영하는 피자 집에 갔다가 그 이웃에 사는 피아노 선생님이 주었다. 집에 두었는데 어느덧 꽃이 예쁘게 피었다. 또 갑자기 눈에 들어온 꽃이 있다. 바로 부추다. 부추가 갑자기 꽃봉오리를 맺고 조금씩 꽃이 피기 시작한다. 가을 꽃들이 피기 전에 이 때쯤 부추랑 과꽃이 꽃을 피워 올리니 얼마나 기브지 모르겠다. 부추는 늘 화단 이곳 저곳에 많이 올라온다. 가금 잘라서 생으로 먹기도 하고 잘라서 전을 해 먹기도 한다. 효자 식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 같다. 과꽃이 은근히 시원하고 예쁘다. 내년엔 좀 더 많이 번졌으면 좋겠다. 여름 지나고 처음으로 얇은 긴팔 소매를 입었다. 저녁엔 더욱 시원하다. 아, 여름이 가버렸구나. 뜨겁고 습해 감당할 수 없었는데 가고 나니 곧 섭섭할 것 같다.
Sep 20, Tuesday. 날씨가 갑자기 가을 날씨로 바뀐 것 같다. 구절초가 꽃 망울을 맺은 것 같다. 추석 전에 태풍 힘난노가 동해안을 스치듯 지나갔다. 경주, 포항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많은 비가 내리고 바람도 엄청났다.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에도 태풍이 피해를 입혔다. 일본으로 갔으니 다행이지 지난 번처럼 상륙했더라면 난리났을 것 같다. 두 번의 태풍 때문인지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느낌이다. 일요일에 고구마를 몇 개 캤는데 영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사실 지난 여름 내내 고구마 줄기는 여러가지 모양으로 너무 많이 먹은 것 같다. 꽃무릇은 벌써 지고 줄기는 베어내었다. 잎이 다시 올라오고 있어 보호하고 더 잘자라게 하기 위함이다. 작년보다 줄기가 적게 올라왔다. 내년에는 꽃대가 많이 올라왔으면 하는 바램때문이기도 하다. 보라색 국화 등 국화 종류들도 꽃망울을 작게 맺은 것 같다. 해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에 보일러로 들어오는 심야전기 차단 스위치가 고장나 한전에 A/S를 받았다.
Sep 25. Sunday. 어제 오전에 심심해서 뒷 산에 밤을 주우러 갔다. 주워왔지만 대부분 상했고 벌레가 먹었다. 최소 9월 초 전에 가야할 것 같다. 옆집의 금목서 은목서가 꽃을 피우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금목서 은목서는 놀라는 꽃나무다. 그 향기는 말을 못할 것 같다.
Oct 30, Sunday. 날씨가 흐리다. 오늘 아침 끔찍한 뉴스가 있었다. 핼로윈 데이 축제에 참석했던 젊은이들이 압사사고를 당한 것이다. 사망자가 150명을 넘어섰다. 있어서는 안 될이 일어났다. 온 산들이 단풍이 들어 절정인데 참으로 안타깝다.
작은 밭에 마늘과 양파를 심었다. 모두 아내가 다했다. 그 전에 고구마도 캐고 땅콩도 캤다. 제법 성공적이었다. 밭이 너무 작아 나는 거의 시키는 일만 했다. 고랑을 만든다든지 물을 준다든지 하는 일만 했다. 지금 국화 꽃이 한창이다. 집에 들어오면 국화 향이 먼저 환영한다. 그 향기기 코를 지나 가슴 깊숙히 느껴지면 그 향기에 놀란다. 내 나이 때문일 것이다. 결혼식과 장례식에 주말마다 거의 참석하게 된다. 자녀들이 결혼하고 또 그 부모들이 돌아가시는 때가 되었다. 지난 주 금요일에는 외손자의 100일 기념식이 있었고 사돈들이 모두 참석해서 긴 시간 여러가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다시 심야전기조일러의 스위치를 켰다.
Nov 12, Saturday. 그렇게 잘 자라던 청가시 나무가 가는 줄기와 잎을 내민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더 이상 자라기를 미적거린다. 식물에겐 일정 온도가 필요하다. 혹 추위에 어린 싹을 죽일까 걱정할 것이다. 청가시 나무는 지금 매우 조심스러워한다. 그래도 날씨는 따뜻하다. 온도가 20도 전후 오르락 내리락 한다. 그러나 아침 저녁 기온은 매우 쌀쌀하다. 그만큼 식물은 조심하는 것 같다. 노란 장미가 지금 꽃 몇 송이를 피우고 있다. 명자나무가 생뚱맞게 꽃을 피우고 있다. 아직 겨울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제철을 맞은 국화는 지금이 절정인 것 같다. 향기가 온 사방에 있다. 올 해에는 구골나무가 꽃을 일찍 피웠다. 차나무도 꽃을 몇 송이 피웠다. 차나무가 빨리 컸으면 기대하지만 좀처럼 자라지 않는다. 어쩌면 얼어 죽지않고 살아 있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열 개의 씨앗을 약 5년 전에 심었는데 다 얼어죽고 하나만 남은 것이 아닌가. 차나무는 남부 수종임에 틀림없다.
Nov 27, Sunday. 날씨가 따뜻하다. 아침에도 1도정도 밖에 안되었는데 지금 오후 2시는 따뜻하다. 명자나무 꽃이 붉게 피었다. 계속 필 것 같다. 처음 몇 송이 피더니 지금은 많은 꽃이 달렸다. 붉은 꽃이 너무 매력적이다. 매화 꽃이 흰색이라면 명자꽃은 연한 검붉은 색이다. 차꽃이 떨어졌다, 피었다 한다. 봉오리를 맺은 것도 있었다. 시골에서 가지고 온 무우 씨레기를 정자에 걸었다. 문 앞에서 왕성하게 꽃 핀 메리골드를 어느 정도 정리했다. 아직도 메리골드는 그 색이 밝다. 힘이 더 있는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