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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와 서울시를 위한 노선조정, ‘용산구 시내버스 노선 변경 분석’
지자체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는 버스 준공영제의 특성상 효율성을 이유로 내세우면서 평균 1년에 한두 번 정도의 노선조정 및 개편을 단행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도로 및 교통상황에 따른 운행여건 변화 및 철도 개통에 따른 중복노선의 수요증감. 만에 하나 발생할 교통 소외지역 해소 및 신규택지 주민들의 편의를 보장하고자 실시하는 등의 사유가 대표적이다. 그나마 준공영제의 장점이라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 노선조정의 권한을 지자체가 보유하기에 운수업체가 기피하거나, 수익이 생기지 않는 지역에도 버스가 운행함에 따라 시민들의 이동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이 유일한 장점이다.
하여 노선조정 자체가 종사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만족할 수 있는 결과로만 진행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2019년 7월부터 운수업에도 주52시간제가 시행된 영향으로 최근에 실시하는 조정에선 근로시간 초과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는 곧 버스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끼치는데 근로시간을 준수하고자 꺼내는 카드가 바로 장거리 노선의 단축이다. 참고로 서울시는 장거리 노선의 구분을 ‘왕복 소요시간 240분’으로 따지는데, 즉 한 바퀴 운행 시 4시간 이상 소요되는 노선들은 장거리에 해당하며 단축대상 1순위로 선정한다.
하지만, 무작정 근로시간만을 따지면서 장거리란 이유만으로 노선이 단축된다면 사실상 우리나라의 노선버스 중 왕복 4시간 이상 소요되는 건 전부 단축해야 논리에 맞는 법인데 어떤 노선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반대로 시민들에게 중요한 노선은 축소되는 경우가 여럿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용산구 동부이촌동, 이촌1·2동 지역이 시내버스 노선단축 안건으로 시끄럽다. 특히 해당 지역은 아파트 단지 및 주거지가 밀접해있는 지역으로서 전철역을 이용하거나 시내로 나가기 위해선 반드시 한 번 이상은 버스를 타야하기에 시민들 입장에선 노선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번에 언급하는 2016, 3012번 노선은 왕복으로 기본 4시간, 정체 시 최대 5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장거리 노선이지만 모두 동부이촌동과 이촌1·2동 지역에서 전철역 및 시내방향을 연결함과 동시에 학생들의 통학까지 책임지므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겐 매우 중요한 노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노선이 장거리란 이유만으로 서울시가 단축을 시도하려고 하는데, 단축 대상지역이 하필 이촌동 지역이라 더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배경에는 일명 ‘탁상행정’ 행태가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서울시는 두 노선의 단축을 시도하려고 하는 것이며, 해당 지역 주민들은 노선단축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01. 단축 사유가 장거리 운행으로 인한 운수업체의 적자?
먼저 서울시가 제시한 두 노선의 단축사유가 타당하고, 일리가 있는지의 여부를 따질 필요가 있는데 당초 2016, 3012번을 단축 안건에 포함하면서 언급한 사유를 “장거리 운행에 따른 운수업체의 적자누적”이라고 명시했다. 만약 이런 의견이 사실로 인정되려면 두 노선의 전체 이동패턴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결과에서 단거리보다 장거리 이동수요가 압도적으로 많다면 인정된다. 구간마다 이용객이 분산하면서 카드데이터가 쌓이는 것이 아닌 특정 구간에만 압도적으로 몰리는 현상이 강하다면 카드데이터 역시 장거리 위주로만 누적되어 분산이 잘 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한 예시로 도봉산역에서 양재동을 왕복하는 140번 간선버스를 살펴보면, 이 노선 역시 강북과 강남의 끝을 왕복하기에 마찬가지로 왕복 4시간 이상 소요되는 장거리 노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4년 7월에 개통된 후 강남구간의 작은 변경을 제외하면 18년 동안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데, 이유는 강북과 강남을 지하철로 이동하려면 기본요금에서 거리비례가 추가되고 한 번 이상 환승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반면, 140번을 이용하면 환승 없이 그것도 기본요금 1,200원만으로 한 번에 직선으로 강북~강남을 이동할 수 있어 실제로 단거리보다 장거리 이용률이 훨씬 높게 계산된다. 따라서 140번처럼 단거리 위주가 아닌 장거리 이동이 주가 된다면 이는 적자노선이라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렇다면 2016번과 3012번은 어떨까. 두 노선은 예시로 언급한 140번과는 전혀 다르고 노선특성상 경유하는 지역들이 많아 장거리 이용률은 거의 없는 편에 속한다. 오히려 근거리 혹은 단거리 이용이 많아 여러 구간에서 분산되므로 서울시가 제시한 운수업체의 적자 누적 논리는 전혀 통하지가 않는다. 차라리 코로나 장기화로 승객이 감소했다는 주장이 더 타당할 것이며, 준공영제 체제에서 노선이 길든 짧은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서울시가 운수업체로 지급하는 재정지원금이 대체로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거리가 길다고 하여 업체가 손해 볼 일은 없다. 한 마디로 노선단축은 서울시가 운수업체에 좋은 일 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02. 단축 구간의 데이터가 정확하게 수집되었는가.
이번에 단축을 시도하려는 2016번 구간은 서빙고역~효창운동장, 3012번은 구반포역~이촌1·2동 구간이 대상이다. 서울시가 제시한 이유는 장거리에 따른 운수업체의 적자누적과 더불어 너무도 간단한데, 다른 곳과 달리 단축대상 구간의 이용객 및 이용률이 낮다는 것이 근거다. 물론, 정확한 수치도 포함되었는데 데이터가 과연 정확하게 수집되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 2016번 단축구간 (서빙고역~효창공원) 승차승객 3,560명 중 2,990명(84%)이 서빙고역~효창공원 내 단거리 이동 ▶ 3012번 단축구간 (동작역~이촌동) 승차승객 2,070명 중 1,730명(84%)이 고속터미널까지 이동 |
※ 출처 : 시내버스 노선신설 · 조정 의견조회 / 용산구 제공
위의 내용대로 해당 구간에서 승차하는 인원이 오로지 한정된 구간 안에서만 이동하기에 신규 대체노선을 마련한다면 단축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해석되는데 여기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수치상으로 판단하면 자칫 단축이 합리적이라는 뜻으로 오해할 소지가 없잖아 있는데, 과연 저 결과가 객관적인가를 판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교통카드 및 현금 이용자를 모두 합친 결과인지, 아니면 교통카드 이용자만을 한정해서 내 놓은 결과인가를 말이다.
차라리 카드와 현금 이용자 모두를 포함했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데이터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수집되었는지에 대한 아무런 설명 없이 서울시는 그저 단축구간 안에서만 집중될 뿐 그 이 후로 이동하는 승객은 없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근데 상식적으로 주거지에서 전철역을 이동하고자 단거리를 이동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고 조정을 시도하려는 구간 자체도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다. 반대로 아무리 대체노선을 만들더라도 두 개 노선의 역할을 한 개의 노선만으로 감당해야 하는데, 이런 내용을 보고 과연 이용자들이 얼마나 인정할 수 있을까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서울시의 이러한 행동은 버스노선의 주체를 이용하는 시민이 아닌, 버스를 운행하고 관리하는 운수업체가 주인이라는 고정관념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물며 이촌동 주민들이 단거리만 이동하라는 법이 어디에 있으며, 반대로 길게 이동하면 단축을 철회 할 것인가에 대해 이해 할 수가 없다. 하여 아무리 결과를 보더라도 서울시의 입장은 도저히 인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03. 노선단축의 목적은 사실상 운수업체의 이해관계 획득이다.
앞서 노선조정이 이용자 및 종사자 모두에게 만족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번에 서울시가 2016, 3012번의 노선을 단축하려는 사유에 대해 겉으론 “장거리 운행에 따른 적자누적, 근로시간 과다에 따른 사고우려”를 내세웠지만 이는 합리성을 주장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에 불과할 뿐이다. 즉, 노선단축을 통하여 운수업체가 얻어가고자 하는 여러 이해관계의 획득이 주요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2016번 및 3012번의 단축과 관련하여 다양한 안건들이 얽혀있는데, 결국 승객이 적은 구간을 축소하여 이익이 발생하는 지역에 투입하기 위한 목적이 큰 셈이다.
먼저 2016번은 대원교통, 메트로버스 두 업체가 함께 운행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2227번의 노선연장, 중랑구 양원지구 신규 조성에 따른 노선통합 및 변경이 연관되어 있다. 우선 2016번을 서빙고역 회차로 단축하게 되면 메트로버스 소속 차량을 감차할 수 있는데, 그 감차분으로 2227번의 노선연장 시 증차 목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아울러, 기점부에서 신내지구로 연장하는 항목도 있는데 이는 2234, 2235번이 양원지구 노선투입 때문에 신내3지구에서 빠지고 그 대체를 2016번으로 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따라서 2016번 노선단축 하나로 메트로버스와 2234, 2235번을 담당하는 보광운수가 도움을 얻게 된다.
(※ 아래 자료들의 그림은 첨부된 파일 참조)
<자료 1> 대원교통, 메트로버스 2016번 노선조정(단축) 내용
<자료 1-1> 대원여객 0411번(가칭) 노선계획안
<자료 2> 양원지구 민원관련 보광운수 2234, 2235번 노선통합안
<자료 1-1> 대원여객 0411번(가칭) 노선계획안
<자료 2> 양원지구 민원관련 보광운수 2234, 2235번 노선통합안
<자료 3> 메트로버스 2227번 노선조정(연장) 계획(안)
3012번은 동성교통, 남성버스, 한서교통까지 세 개 업체가 운행하는데, 현재 노선에서 이촌1·2동~동작역 구간을 단축할 시 노선이 짧아지면서 남성버스 차량 전체를 철수시킬 수 있다. 이 후 남성버스 차량들은 추후 흑석동~여의도 무정차 구간을 단축할 예정인 362번 대체노선에 투입할 차량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역시 3012번 단축 하나로 남성버스, 362번을 담당하는 대성운수가 이득을 얻게 된다. 결론적으로 2016번과 3012번의 장거리 단축 사유는 결국 준공영제 체제에서도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노선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목적이 강하며, 여기에 단축으로 인하여 불편함을 겪을 이촌동 지역주민의 배려는 전혀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자료 4> 동성교통, 남성버스, 한서교통 3012번 노선조정(단축) 계획(안)
※ 출처 : <자료 1~4번> 서울시 버스정책과 제공
여기서 만약 서울시가 근로시간 초과를 이유로 내세우게 될 경우 단축이 실제로 진행될 여지는 어느 정도 남아있는 건 사실이다. 허나 2016번과 3012번은 그냥 장거리가 된 것이 아닌 각자의 이유가 존재했다. 2016번은 원래 두 개 노선에서 관리 효율을 위해 하나로 합쳐져서 현재의 모습이 되었으며, 3012번의 경우 송파구 위례신도시를 2014년에 추가로 연장하여 지금의 장거리 노선으로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경유하는 모든 지역이 필요하고, 중요한 노선인데 정작 이촌동 지역의 이용률이 낮다는 판단만으로 노선을 폐지하는 건 준공영제로 운영하는 체제에선 결코 합리적이라 할 수 없다.
04. 결론 및 대안제시
이번 용산구 시내버스 노선단축 문제는 단순히 운수업체들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똑같이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지역적으로 차별하고 갈등을 일으킨 사례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하물며 그 갈등을 지자체가 조장하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무엇보다 용산구 동부이촌동과 이촌1·2동 지역은 현재뿐만 아니라 이미 10년 전부터 운수업체의 내부 사정에 따른 잦은 노선변경으로 수차례 불편함을 겪은 지역 중 하나였고, 매년 정기노선조정 때마다 빠진 적이 없을 정도로 자주 언급되는 지역 중 하나였다.
그런 상황에서 2016, 3012번 노선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코로나 장기화로 이용객이 소폭 감소했다지만 여전히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대중교통 소외지역을 경유하는 노선들에 대한 조정은 1차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경청하고, 운수업체 및 종사자들과 의견을 조율하여 합리적으로 결정하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 만에 하나 이번 서울시의 성급한 결정이 다시 한 번 이어지게 된다면 지역과 지역의 갈등은 물론이거니와 종사자와 이용시민의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는 만큼 독단적으로 실시하기에 앞서 꼼꼼한 의견수렴을 거쳐야 할 것이다. 만약 단축이 불가피하다면, 단축 대상 노선들과 대체성격으로 개통할 0411번(가칭)이 동일한 정류장에서 편하게 갈아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다시 한 번 서울시의 버스정책 결정에 개선을 요구한다. 많이 언급했고, 이번에서도 언급했지만 공공교통인 버스의 주체는 운수업체도 사업주도 아닌 직접 이용하는 시민들이 주체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시민들이 직접 의사결정 및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부재한 상황에서 오로지 이해당사자들의 입맛에만 맞는 결정이 내려진다면 이번 용산구 노선조정 사례를 통하여 알 수 있듯이 해당 지역에 거주하거나, 버스를 이용했던 당사자들 모두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말로 시민을 생각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노선을 조정하기에 앞서 무슨 이유로 시민들이 반대하는지 세밀하게 살펴서 이용자와 종사자 사이의 2차 갈등이 없게끔 협의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운수업체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야 할 것이다. (끝)
(실제로 중랑차고지~양천차고지 260번 노선이 260, 662번 두 개 노선으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여의도환승센터 정류장을 중심으로 하차한 위치에서 바로 갈아탈 수 있도록 편의를 부여한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