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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독일은 모든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2022년에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재생가능에너지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해 처음 재생가능에너지(20.3%)가 원자력(18%)보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게 되었다.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자립하는 지역도 늘어나고 있다. 전기 생산만이 아니라 난방열공급 부문에서도 목질계 펠릿과 같은 재생가능에너지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마을회관에서 난방온수를 생산하는 자벡과 도시 한가운데에서 펠릿보일러를 활용하는 도르트문트시가 대표적이다. |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 100% 도시들!
2007년 독일 연방 환경부는 <100% 재생가능에너지지역>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자 하는 지역은 100% 에너지 자립 선언문이나 계획을 담은 조례를 제정하고, 환경부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환경부는 평가 작업을 통해 선정된 지역에 기술자문과 재정을 지원한다.
현재 독일에서 100% 재생가능에너지 프로젝트에 등록된 지역은 80곳, 시작한 지역은 49곳이다. 참가한 지자체들의 총 인구만 해도 1,900만 명에, 독일 면적의 28%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의 에너지 자립을 위해 노력하는 지자체들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통한 이산화탄소 감축과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동시에 얻고 있다.
자벡 “군사기지를 에너지기지로”
자벡시는 뮌스터에서 북쪽으로 25킬로미터 떨어져 지역으로 인구는 7,242명이다. 2008년 시는 주민들과 함께 2030년까지 100% ‘에너지 자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먼저 시가 운영하는 지역 전기회사를 통해 공공건물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는 일을 시작했다. 현재 자벡시의 지붕에는 370여개의 태양광발전시설이 있으며, 2011년까지 설비용량 기준 6MW를 달성했다.
2009년 자벡시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NRW주)가 주최한 ‘미래의 기후보호 커뮤니티’ 공모전에 참여해 수상을 하였는데, 내용은 <원자력 없이 에너지를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과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한 것이었다. 프로젝트 공모에 당선된 후, 2년 전 마을 중앙에 자리한 마을회관에 펠릿보일러를 설치했다. 마을회관에서 온수를 생산해 학교 두 곳과 체육관, 유치원에 공급하는 것이다. 어떻게 마을회관의 절반을 뚝 잘라 에너지 생산 시설을 설치할 생각을 했을까! 시가 투자도 했지만 다행히 NRW주의 공모 사업 당선금으로 총 투자금 140만유로 중에서 120만유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사업으로 인해 연간 에너지비용을 40%(4만 5천유로)나 줄였다.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이 재생가능에너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마을회관은 에너지에 관한 정보 교환과 소통의 장이 되었다.
2009년 마을에 “에너지체험코스(energy experience trail)”를 설치했다. 마을 곳곳을 재생가능에너지 현장 교육장으로 만든 것이다. 예를 들면, 건물 여기저기에 붉은색으로 커다란 숫자를 표시했는데, 펠릿 보일러가 있는 마을회관에는 5.2kWh라는 숫자가 적혀있다. 이것은 목재 펠릿 1kg이 생산하는 열에너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펠릿보일러에서 생산한 온수가 이동하는 지하의 파이프도, 투명유리로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단열개선사업으로 에너지 효율이 좋아진 교회건물 벽에는 21460kWh라고 표시하고, 안내판을 전시해 두었다. 마을을 한바퀴 돌다보면 공부가 절로 된다.
자벡에서는 옛 독일군 기지를 ‘바이오에너지 파크’로 전환하는 일도 진행 중이다. 통일 이후 자벡시가 탄약고와 무기 저장소로 사용했던 기지 부지를 매입해 재생가능에너지를 설치하고 있다. 2011년 360명의 시민들이 태양광 조합을 만들어 74개의 벙커 남쪽 사면에 총 2,400개의 태양광패널을 설치했다. 5.8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은 약 1,5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이다. 1MW 규모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자벡 지역의 축산농부 17명이 출자해서 운영하고 있다. 축분과 옥수수대를 이용해 메탄을 생산하고, 이를 태워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 전력은 고정가격매입제도를 활용해 판매하고, 열은 벙커 내 곡물 건조에 사용한다. 자벡시는 바이오에너지테마파크에 2013년까지 3MW급 풍력발전기 7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자벡시가 이렇게 에너지 생산에 열심인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을 통한 수익이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라는 목표를 세웠고, 그 결과 지역의 경제가 활기를 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민참여 협동조합인 “자벡을 위한 에너지(Energy for Saerbeck)”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민들이 1,000~10,000유로씩 출자해 에너지 생산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전력을 판매한 수익금은 고스란히 출자자들에게 돌아간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자벡시는 2013년 에너지 자립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예정이다.
도르트문트 - “도심에서도 펠릿 난방 가능하다!”
루르 공업지대에 위치한 도르트문트시는 인구 60만 도시이다. 2011년 시영 주택공사인 도게보(DOGEWO)는 도심주거지에 난방을 펠릿보일러로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펠릿은 농촌에서 소형보일러용으로 주로 사용하고 있고, 도시는 대부분 도시가스로 난방을 한다. 그런데 도심에서 펠릿난방을 한다니, 지역주민은 반대하지 않는지, 연소 배기가스나 재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우려가 된다.
연립주택단지인 밤벨(Wambel) 지역에 설치된 펠릿보일러는 700kW급으로 158세대에 난방열을 공급하고 있다. 겉에서 보기에 보일러 시설이라는 생각이 안들 정도로 디자인이 예쁘다. 독일에서는 국가차원에서 엄격한 펠릿 품질인증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매우 질이 좋은 펠릿을 사용한다. 이렇게 제대로 만든 펠릿을 사용하면 재가 거의 남지 않고, 배기가스는 집진시설로 잡아낸다. 게다가 연료비가 유류에 비해 40%나 저렴하니, 지금까지 펠릿난방 도입은 성공적이다. 독일 목재에너지 전문가 이승재 씨에 따르면 이곳에서 사용하는 펠릿은 “약 120km 떨어진 자우어란트 펠릿공장에서 공급받는다”고 한다. 자우어란트의 숲에서 자란 나무를 목재로 활용하고, 목재 부산물로 펠릿을 만든다. 도심의 숲도 잘 가꾸고 활용하면 훌륭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독일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겨울을 나는 방법은 ‘단열’과 ‘펠릿’의 적극 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독일 정부가 재생열법을 도입해서 난방에서도 재생가능에너지의 활용을 적극 권장하기 때문이다. 2006년 50만 톤이던 독일의 연간 펠릿 생산량은 2012년 200만 톤으로 6년 만에 400% 성장했다(독일 펠릿연구소). 한국에서도 온실가스도 줄이고, 에너지 비용도 줄일 수 있는 펠릿 집단난방 한번 시도해보면 어떨까?
1) 100%재생가능에너지 지역 프로젝트 홈페이지 http://www.100-ee.de
글 : 이유진(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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