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정기산행
이른 시간
주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편치 않은 아침을 맞는다
창밖 멀리 수락산 위로 보이는 가을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퍼부을 듯하다
높고 푸른 하늘아래 향우님들과 가을을 즐기려했던 나의 작은 소망은
한줄기 가을바람에 실려 창밖으로 사라진다
“그래도 다행이야 아직까지는 비가 오지 않으니...”
어쩌면 벌써부터 집을 나설 향우님들을 생각하며 서둘러 집을 나선다
촉촉하다 못해 묵직하게 느껴지는 아침공기와 옅은 안개는
발길을 더더욱 무겁게 한다
휴일아침 버스는 막힘없이 시원스레 달리다가 인적이 드문 정류장은 관심 없이
지나치기도 하고 어쩌다 뛰어오는 승객을 보면 급브레이크를 밟아 댄다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청하는 단잠이야말로 최고의 보약이 아닐까?
스르르 단잠에 빠져 든다
한참을 지나 깨어보니 양재역까지는 아직 서너정거장이 남았고 차창밖으로
하늘을 보니 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늘이 많이 밝아져 있었다
양재역에 내려 환승장소로 가던 중 멀리 김중열선배 얼굴이 눈에 들어 온다
반가운 인사를 하며 길거리 다방으로 발길을 옮겨 커피 한잔을 나누는데
송재운 전 향우회장님도 지하철역에서 나오신다
반갑게 달려가 인사를 드리면서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했다
정류장은 청계산을 찾는 등산객들로 장사진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우린 다음버스를 타기로 하고
정류장 빈의자에 걸터 앉았다
버스는 자주 있는 편이어서 다음차가 들어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등산객들로 버스문를 열기가 무섭게 가득 찼다
어쨌든 버스는 청계산을 향해 떠났다
옛골 종점에 도착하니 콩나물시루 같던 버스안에서 순간이동을 하는 듯
사라진 승객들사이로 떠밀려 내려선 종점에는 먼저 온 등산객들이
동료들을 기다리며 입가에 미소를 띤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향우님들을 기다린다
이곳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옛골에는 안병율 고향선배가 운영하는 보신음식전문점인
토박이 식당이 있어 고향향우들이 청계산 산행 후 찾는 곳이기도 하다
향우산악회가 청계산을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른 시간 한걸음에 달려와 준 안병율선배께 감사드린다
한분 두분 반가운 얼굴들이 보이고 모이는 동안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양영기 선배를 끝으로 9월 정기산행에 참석할 인원은 17명이다
안병율 선배의 배웅을 받으며 우리 일행은 가을답지 않게 푸르른 청계산으로 향했다
오늘산행은 산악대장이 불참한 관계로 이광호 선배님께서 일일산악대장을 맡기로 했다
청계산은 해발 618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조망이 좋은 산으로
산을 좋아하는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과 경기도 과천, 의왕, 성남시에 걸치고 있으며
서울 주변에서 숲과 계곡, 절, 공원 등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청계산은 청룡이 승천했던 곳이라 과거에는 청룡산으로도 불렸다.
남북으로 흐르는 능선을 중심으로 펼쳐진 산세가 수려하며
숲 또한 울창하고 계곡이 깊고 아늑하다.
청계산을 남북으로 종주하면 6시간은 족히 걸린다고 하니 비록 낮은 산이지만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만경대로 오르는 길에 만난 나무계단에는 어린이집에서 보내온 희망의 메시지와
시민들의 작은 소망이 담긴 글이 빼곡하고 하나하나 읽으면서 오르니
힘든 줄도 모르게 망경대에 다다랐다
시민들의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만경대를 배경으로 추억에 남길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점심 먹을 장소로 이동했다
능선을 따라 좌우로 펼쳐진 나무숲들은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나무들로 울창하고 특히 소나무 군락을 지나칠 때면
낮은 기류를 타고 흘러오는 솔 향을 느낄 수 있었다
가파른 오르막에서 만난 작은 계곡은 올 여름 폭우 때문이었을까
아름드리나무들이 쓰러져 있고, 흙과 암반들이 물길을 따라 쓸려내려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등산로도 일부가 유실되었었는지 여기저기 복구 잔해들이 남아있었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헬기장에 자리를 잡고
각자 싸온 맛있는 음식들을 늘어놓으니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았다
특히 인기 있었던 것은 김행만 차기완도군향우회장님께서 풀어놓은
여러 종류의 김밥 셋트와 각종재료로 맛있게 부쳐놓은 전셋트 였다
얼마나 애 쓰셨을까
아마 새벽잠 못 주무시고 음식준비 했으리라 생각 된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으니 일잔이 빠질 수 없겠지...
양광용 산악회장님의 인사말씀과 건배제의로 약산인의 함성을
청계산 가을바람에 실려 보낸다
“약산 약산 그라제”
알콜기운이 목 줄기를 타고 몸 깊숙이 파고드는 동안 향우산악회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창단이 엇그제 같은데 벌써 2주년이라...
아무쪼록 향우님들의 건강과 돈독한 향우애가 넘치는 산악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배가 부른 탓일까
모두들 발걸음이 무거워 보인다
하산하는 길은 등산로를 따라 밤나무가 줄지어 늘어섰다
알갱이는 작았지만 따뜻한 햇볕을 듬뿍 받고 자란 밤알들은 토실토실 여물었다
올가을 다람쥐와 청솔모는 어느 해 보다 여유 있는 겨울이 될 듯 싶다
가을을 수확하는 농가들의 바쁜 일손이 내일인 듯 도와주고 싶은데
토박이에서 기다릴 맛있는 한방오리를 생각하니 걸음이 빨라 진다
구불구불 이어진 논드렁 사이로 서있는 감나무에는
반쯤 익은 감들이 힘겹게 매달고 있는 가지를 조롱하는 듯 가을바람을 타고 살랑인다
탐스런 감을 카메라에 몇 장 담으며 돌아서니 토박이가 코앞이다
뒷풀이 비용을 김행만 선배님께서 계산해 주신 덕에 회비가 고스란히 통장으로 들어갔다
선배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함께해주신 향우님 감사드립니다
- 총무올림 -
첫댓글 창단기념 연합산행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