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마는 단종된 렌즈를 제외하고 컨버터 포함 무려 54개에 이르는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렌즈 공급 업체다.
캐논이나 니콘 같은 메이저 렌즈 메이커가 아닌 써드파티(Third Party)로 분류되지만, 4.5mm F2.8 EX DC CIRCULAR FISHEYE HSM부터
APO 200-500mm F2.8/400-1000mm EX DG까지 접사와 인물 그리고 올림픽 경기까지 웬만한 사진은 다 찍을 수 있는 알찬 구성과 캐논이나
니콘에 버금가는 성능,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1 바디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니콘이나 소니의 24-70mm 렌즈의 가격이 부담이라면 시그마 24-70mm F2.8 IF EX DG HSM로 가격 대 성능비를
누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수많은 시그마 렌즈 중 불특정 다수 렌즈가 새로 출시된 DSLR에서 먹통이라면?
사건의 발단은 니콘 D3100과 D7000이 출시된 지난 2010년 8월과 10월에 출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그마 렌즈가 해당 DSLR에서 인식되지 않거나 AF 등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핫픽셀 문제로 홍역을 치루다 제조사 측에서 펌웨어를 내놓기로 한 니콘 D7000의 또 다른 문제점은 아니다.
단순히 시그마 렌즈 자체의 문제다.
사용자들은 과거에도 종종 시그마 렌즈 펌웨어 문제를 겪었기에 이내 렌즈 펌웨어가 공개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4개월이 넘도록 렌즈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 렌즈가 무려 54개라 펌웨어 업데이트가 늦는건가?
시그마 렌즈 펌웨어 업데이트 문제에 대해 한국 내 판매를 책임지고 있는 세기P&C는 제대로 된 답변은 물론 펌웨어 업데이트 여부를 알 수 있는
전체 리스트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펌웨어 업데이트가 그렇게 어려운 과정일까? 실제 개발을 담당하는 연구/개발자들에 따르면 하루에 1개씩 아무리 늦어도 2개월이면
해결될 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시그마 같은 기업에서 기술이나 인력이 모자란 것은 아닐 터.
도대체 왜?
■ 렌즈 펌웨어 업데이트란?
디지털카메라용 렌즈 역시 새롭게 출시된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관련 정보가 없을 경우 원활한 동작을 위해 펌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메모리에 펌웨어 파일을 저장하고 카메라 메뉴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작업이지만, 바디 펌웨어와 마찬가지로 진행 중 전원이 꺼지거나
에러가 발생할 경우 서비스센터에서 유상 수리를 받아야 할 수 있으니, 자신이 없는 사람은 가까운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업데이트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 세기P&C와 직접 통화해보니..
니콘 디지털카메라와 대응하는 시그마 렌즈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이 제대로 전달받지 못 하고 있는 정보를 직접 확인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지난 2월 9일,
시그마 한국 공식 대리점 세기P&C(http://www.saeki.co.kr)에 관련된 내용을 문의했다.
이에 대해 세기P&C는 이미 펌웨어가 공개되었거나 정상 작동하는 AF 17-70mm F/2.8-4 DC MACRO OS HSM F/NIKON, AF 30mm F/1.4 EX DC HSM F/NIKON 외에
어떤 렌즈들이 펌웨어 공급이 완료되었는지, 또 언제 완료되는지에 정보를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알고 있는 부분도 대외비라 공개할 수 없다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시그마 고객들을 위해 펌웨어 업데이트가 완료된 주력 렌즈 리스트라도 알려줄 수 없냐?"는 질문에 내부 상의 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리고 펌웨어 업데이트가 이뤄진 렌즈 리스트는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
시그마 한국 공식 대리점 세기P&C는 시그마 렌즈가 너무 많아 테스트할 시간이 없어서 정보를 취합하지 못 한 것인가?
아니면 니콘 D7000 바디를 구하지 못해서 테스트를 못 한 것인가?
일본 측에서 구형 렌즈나 판매가 많이 되지 않는 렌즈의 펌웨어 업데이트 포기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일본 시그마에서의 펌웨어 업데이트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조차 모르는 것인가?
기업 내부 사정이니 시그마 고객은 어떤 것이 정답인지 알 수 없다.
이같은 시그마 렌즈 펌웨어 업데이트 지연으로 니콘 D7000에서 인식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 니콘이미징코리아는 고객들의 문의는 많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정도 고생은 해 줘야 시그마 렌즈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건지..
■ 시그마 렌즈 고객을 기만하지 말라
그렇다면, 시그마 렌즈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들은 새로운 DSLR을 구입하기 전 세기P&C에 사전 작동 여부 확인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번에 출시된 니콘 Dxxxx에서 시그마 30mm F1.4 EX DC HSM 정상 작동하나요?"
모른다고 말하면 제품을 먼저 구입한 누군가가 사실을 알려줄 때까지 그저 기다려야만 하는 건가?
이것은 고객이 아닌 기업이 알려야하는 부분이고 책임이자 몫이다.
물론, 새로운 제품에 대한 대응이 조금 늦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자사의 제품을 구매한 사용자가 불편을 겪고 있다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알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추후 니콘이나 캐논 등 시그마 렌즈를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바디가 출시되었을 때도 지금처럼 수개월을 하늘만 바라보며 기다리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책임있는 답변이 필요하다.
■ 기업 마인드까지 써드 파티면 곤란하다
시그마 렌즈는 써드 파티로 분류된다.
써드 파티라고 성능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가격 대 성능비는 오히려 최고라고 해도 무방하며, 실제로 많은 사용자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저 캐논이나 니콘이 바디와 렌즈를 동시에 만들고 내놓기에 그저 써드 파티로 분류된 것뿐이다.
하지만, 기업 마인드까지 써드 파티면 곤란한다.
지금도 수 많은 시그마 렌즈 고객들은 언제 업데이트가 되는지도 모르는 시그마 렌즈를 보관함에 고이 모셔놓고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시그마 렌즈를 믿고 구입하여 준 고객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시그마도 없었을 것이다.
시그마 렌즈 사용자들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먼저 공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문제가 발생한 후 4개월 이상 고객들을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것은 좋은 기업 마인드가 아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책임 있는 모습으로 상활에 대처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