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떠나간 그분을 그리워하며...
살아있는 것조차, 밥을 먹는 것조차, 숨을 쉬는 것조차 참 힘든 삶이었습니다.
깡마른 가냘픈 몸으로 산소호흡기를 끼고 계시던 백효순 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받으실 때나 손님을 맞이할 때는 항상 밝은 목소리,
웃는 얼굴이셨습니다.
<한국원폭2세환우회>가 설립된 후, 먼저 말을 건내오셨던 백효순 님,
서로가 너무 아픈 몸이라 끝내 만날 수는 없었지만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마음으로 고 김형률 회장의 아픔을 이해했던 분이었습니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가사키 탄광 어디론가 끌려갔다가 원자폭탄의 피해를 입고
귀국하였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뿐, 아버지는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은 채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홀로 온 가족의 살림을 꾸려오셨고 형제들의 삶도 아픔이 많았다고,
딸의 미래만이 걱정이라고, 말씀하셨던 백효순 님.
2009년 5월 3일, 가쁜 숨을 그만 거두고 말았습니다.
세월이 하염없이 흐르는 사이,
이렇게 한국인 원폭피해자 1세대도, 2-3세대도 육체적 고통과 차별과 소외 가운데
소리없이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이분들의 삶과 인권, 건강하고 인간답게 떳떳한 삶을 영위할
권리를 회복시켜 드려야만 합니다.
한국원폭2세환우들에게 정의와 명예와 인권을! 생명․생존권의 회복을!!
삶은 계속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