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가 있어 춥지 않은 겨울의 전방부대-조선일보 강원판(손옥자 시인 기사 발췌)-2010년 10월 29일자

[손옥자]

chosun.com 뉴스입니다.

조 선 일 보  (2010년 10월 29일)

[강원] "詩가 있어 춥지 않은 겨울의 전방부대"

'하늘지기 장병 문예대학' 발표회
'겨울이 온다' 등 18편 발표… 병사 부대생활 적응에 기여

'겨울이 온다 순백의 순결을 입은 신부가 온다 세월의 벨벳뒤에서 눈물흘린 그 신부가 온다. (…) 온다 아름다운 신부 앞에 무릎꿇은 신랑에게 하얀 숨결로 사랑을 맹세할 그 신부가 세상에 순수를 내릴 그 신부가 마침내 왔다.'

◆2009년부터 詩수업

'겨울이 온다'란 제목의 시(詩)로, 유재우 상병의 작품이다. 겨울이 오면 강원도는 스키장, 그리고 영하 20도 이하의 살 베는 전방이 연상된다. 그 살벌하고 차가운 겨울의 전방부대를 문화와 시가 녹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장병들의 부모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작품 발표회도 열렸다. '하늘지기 장병 문예대학'이 마련한 발표회였다.

▲ 초겨울의 10월 말 강원도의 전방부대에서 열린‘하늘지기 장병 문예대학’발표회에서 한 장병이 시를 낭독하고 있다. /하늘지기 장병문예대학 제공

장병 문예대학은 국방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후원하고 육군 제5227부대와 시 창작강사인 허전 시인, 손옥자 시인, 이단비 가수가 손을 잡고 2009년 5월 20일 첫 수업을 시작했다. 매주 2시간씩 시창작과 시낭송 등 문예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도 5월 13일 개강해 장병 문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장병 문예대학 발족은 장병들의 감수성과 정서함양을 위해서다. 밝은 병영문화를 창출하고 자기 표현력과 자신감을 배양해 부적응 병사의 조기적응에 기여해왔다.

문예대학의 허전 시인은 춘천의 문학단체인 강물시문학예술원 원장도 맡고 있으며, 3년째 교도소와 군부대, 소외계층에 대한 시 창작 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 (왼쪽 사진)발표회에서 어머니의 편지가 낭독되는 모습.

지난주 열린 작품 발표회에서는 5227부대장 정규모 중령의 시도 발표됐다.

'호미'란 제목의 작품으로 '무심한 아침 햇살아래, 한 방울 이슬의 운명처럼 등 굽은 호미는 어머니와 텃밭에 산다'로 시작해 '나 하나 애타게 기다리다 눈곱이 낀 호미 나는 어머니를 와락 껴안는다'로 맺는다.

◆감동 준 어머니의 편지

정 중령은 작품발표회 인사말에서 "장병문예활동 및 작품발표회는 장병 정서함양과 심성순화로 부대관리에 기여하는 바가 분명하고 선진 병영시설 견학과 안보교육을 병행함으로써 안보의식을 함양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발표회에서는 18편의 작품이 발표됐다. 최우수상의 영예는 겨울의 흰 눈을 하얀 신부로 표현한 유재우 상병의 '겨울이 온다'가 차지했다.

발표회에서는 또 어머님의 편지, 국악공연, 클라리넷 연주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잔잔한 감동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