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3회차
2009. 11. 08 (일) 비
개금역~산성고개
15.2Km 4시간 16분 소요
주룩주룩 내리는 빗 속을 뚫고 서울 탈출.
내려갈수록 비는 잦아 들었으나 하늘은 잔뜩 찌푸렸다.
칙칙한 가을색으로 2주 만에 변신했다. 온통!
화려함은 사라지고 쓸쓸함만 가득 남는다.
개금동 뒷산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동네 사람들이 보면 험악한 꼴이렷다.
중늙은이들이 중무장한 채 재빠르게 몰려들 가니…
갓봉→애진봉→삼각봉→백양산
오르고 또 오르면 뭐 나오려나.
금새라도 퍼부을 듯 비바람이 몰아친다.
봉 봉에 오르니 바람만큼 시원하다.
아직은 시야도 트여 산 아래 부산시가지를
간간히 조망하며 걷는다.
널찍한 백양산 정상에 서니 빗방울 떨어지고
자캣 꺼내 입는 새 젖어 든다.
넓어 좋고 바람만큼 비만큼 시원해서 좋다.
방화선인지 초원처럼 드넓다.
내리막도 널찍하고 비에 젖어 미끄럽지만
편하게 내려 설 수 있어 좋다.
남편도 앞서 나갔고 간간히 올올 회원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확보하고
비에 젖은 낙엽처럼 짝 달라붙은 표지기 찾으며 잘도 간다.
자캣 후드 위로 떨어지는 우악스런 빗방울 소리. ‘따다닥!’
본격적으로 비는 퍼붓고 빗물은 금새 골져 쏟아진다.
신발 속은 이미 젖어 들어 물 범벅이 되었고
비에 젖어 땀에 젖어 구질함의 극치인데
어디서 이런 신선함이 솟아나는 걸까?
그저 앞으로 걸어가는 동작 따라 빗줄기만큼
긴장감과 집중력이 더해져 더 통쾌하다.
판초 두른 회원들 뒷모습은 외로운 방랑자.
쓴 커피향에 중독되듯 시큼털털한 산내음에 중독되어
이 먼데까지 내려와 비 맞으며 외롭게 방랑하고 있구나.
앞선 회원들과 함께한 남편도 보이고 선두들과 잠시 휴식.
빠르기로 치면 올올회원들 따를 자 없다.
선두가 무색할 정도로 속속 몰려오고 또 꽁지 빠지게 달려간다잉~!
만덕고개 나무 계단을 뛰어 내려와 또 오른다.
비 맞고 걸으며 와작와작 씹어먹는 사과 맛은
치열한 전투 중에 잠시 맛보는 달콤함 이랄까?
다 먹고 난 꽁지를 승리의 화살을 당기듯 멋지게 던져버렸다.
잠시 지체한 새 남편 혼자 기다리고 섰다.
그 옛날 산성길 따라 지금은 부산 시민들 쉼터가 되었을 텐데
비 내리는 이 곳엔 쓸쓸함만 가득하다.
남문 이정표 따라가다가 남편은 잠깐 새 산등성이로 올려 놓는다.
바로 앞선 회원들도 보이지 않고 표지기도 없건만
산성 따라 호젓하게 걷는다. 비도 잦아들어 고요하다.
네 시간 이십 분, 오늘도 정맥줄기 따라 여기까지 왔네.
짠~! 하고 산성막걸리가 줄 서서 기다린다.
박사장 내외분이 줄 세웠답니다.
직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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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 4회차
2009. 11. 22 (일) 흐림
산성고개~금정산~남락고개
13.3km 3시간 43분 소요
가는 길 5시간 오는 길 6시간,
최대한 편한 자세를 취해봐도 허리 꼬부라지고 지루하긴 마찬가지.
심심하니까 또 옛날 고리짝에 놀던 얘기 나온다.
동네마다 나이 따라 달리 놀던 문화를 실감나게 전해 주는 전 사장님.
근데, 나~! 어렸을 적 일제강점기에 엄마랑
‘으찌니쌈’ 하고 놀았다면 분노하시려나?
지루해도 ‘오늘의 산행’을 기대 하며 갈 때 까지는 참고 간다.
산성고개에 풀어놓자마자 올올맨들 들고 뛴다.
5시간을 겨우 참고 왔노라는 듯.
얌전히 오르는 부산 등산객들 사이를 쏜살같이 누비며 달려 간다.
쯪! 쯪! 쯪!… (그 들이 보면서 그랬을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의상봉이다.
너른 고스락이 구릉처럼 목초지처럼 평온함으로 이어진다
이제서야 들떠 뛰어왔던 뒤를 돌아본다.
올올맨들은 여전히 바삐 이어 오르고…
한 템포 늦추며 가는 길 둘러 본다.
뒤따르기 명수 미연 씨랑 동행하며 고당봉 계단을 훌쩍 넘는다.
드넓은 금정산이 부산의 명산답게 편안함과 포근함으로 맞아 주는구나.
억새 일렁일 때는 눈부셨겠다.
‘친절한 금자씨’가 구석구석 표지기 깔아 놓았으니 안심하고 뒤따라 달려간다.
모타 달고 달리는 옛 도올팀은 장군봉 마저 오르고
우린 누런 억새밭을 즈려 밟는다
“나의 죽음을 적들에게 알리지 말라”며 달려왔건만
그새 남편도 나타나니 오늘 게임은 여기서 끝///
계명봉 오름을 리드미컬하게 오르는데 왕년 실력 나온다.
‘돌콕전법’으로 “돌콕돌콕”.
오를수록 가슴이 후련하다.
기분좋게 오르니 선두대장님들 휴식 중.
함께 계명암을 그냥 두고 가기 아까워 잠시 알바하며
내려갔다 다시 빽 하는 사이에 바쁜 올올 한 무리 또 앞섰단다.
미끄러져 내려와 고속도로 건너 지경고개 능선을 또 한번 오른다.
맘껏 오르고 맘껏 달려가도 오늘 구간은 순하디 순하다.
능선 깎아 다듬어진 골프장에서 누구는 ‘굿~샷’을 날리는데,
이거~이거~ 누군 모냥 빠지게 발바닥 땀띠 나도록 달려간다.
쇠똥 밟으며 우사 옆을 돌아나오니 반가운 올올버스가 반겨준다.
산행시간보다 돌아갈 귀경시간에 쫓겨 회원들 모두 분발 했는지
아직도 남는 기운을 감추고 속속 들어선다.
아무데나 자리잡고 앉으면 다 올올 파티장이 된다.
쇠똥냄새 풍기는 도로 옆 작은 공간이지만 풀썩 앉아 먹는
오징어국 한 그릇에 쌓인 피로가 확 풀린다.
굿샷 날리고 송이덮밥 먹는 너나,
발바닥 땀띠 나게 달리고 오징어국 먹는 나나,
‘니은’과 ‘디귿’ 차이다.
전철 막차시간 맞추려 영호씨가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와
11시30분 양재역 도착.
직녀 올림
첫댓글 오랫만에 기다리던 후기 올려주시니 감사합니다. 그저 정신없이 바쁘게 다녀온 산행이건만 어쩌면 이렇게도 구수한 이야기를 담아 오시는지 부럽습니다.
우중산행 겨울 나그네치곤 너무 씩씩하세요.
대신 비에젖은 빵을 드셨으면 처연하게 느껴졌을텐데입니다
하얀 장갑끼고 폼잡는 사람보다
땀흘려 걸어가시는 직녀님이 더 아름답습니다 .
제 길따라 함께 하는 성산지기님! 언제나 오시려나?
흰눈 내리면 한번 오세요~~
눈물 젖은 빵 뜯어 먹으며 달려 봅시다------
금정산 꼭가보고 싶었는데 10월부터 마라톤에 지리산종주에 너무무리하고 또토요일 산행하고나니 하필 몸살에 피로가겹쳐서 못갔네요 사진으로 대신하고 다음기회에 한번 가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