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일산 푸르메마을전원 목조주택 황철호, 임난주씨집

[오규성]

▲ 황철호, 임난주씨 부부와 연년생 두 딸이 터를 잡은 일산 푸르메마을의 전원집 전경.

속이 튼튼한 ‘겨울 소나무’같은 집

푸르메마을 서쪽 기슭에 터 잡은 황철호씨 집은 여느 전원주택과 다를 바 없는 외양을 갖고 있다. 그
러나 모양이 같다고 해서 다 같은 집은 아니다. 이 집은 준전문가 솜씨를 가진 집주인 황씨 내외의
정성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 경사 천장을 모두 노출시킨 거실. 벽난로는 장식적인 요소임과 동시에 겨울 난방의 필수품이다.

바람이 하나 남은 잎새마저 앗아가 버린 겨울 산은 을씨년스럽다. 북쪽 산자락을 타고 넘어온 겨울
바람은 채 자라지 못한 단풍나무 한 그루를 혹독하게 할퀴고 앞집 굴뚝을 휘감고 돌고 돌고는 이내
꽁무니를 감춘다. 지난 밤 흩뿌린 겨울비는 마당에 늘어놓은 장난감이며 야외 탁자며 강아지 집을 얼
음집으로 만들어 놓았다.

맨발로 언 땅을 헤집고 다니는 아이는 꽁꽁 얼어버린 경울도 마냥 즐겁다는 표정이다. 아빠는 겨울
살림 준비에 바쁘다. 여린 나뭇가지에 옷도 입히고 벽난로 땔감도 갈무리해 둬야 한다.

보일러가 그렁그렁 돌아가고 완벽한 단열을 자랑하는 집도 겨울이 되면 춥다. 그러나 아이들 웃음이
있고 부부간의 두터운 정이 있는 한 매서운 겨울 추위도 전원 생활의 감칠맛을 내야 하는 하나의
‘장치’일 뿐이다.

▶ 아기자기한 공간 구성이 돋
보이는 주방. 부엌은 좁지만 그
밖의 보조공간들이 넉넉해 살림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지난 봄 황씨는 에버랜드에서
조성한 일산 푸르메마을에 막차
로 합류했다. 터를 매입한 지 1
년, 집짓기 공사에 들어간 지 6
개월만에 꿈꾸던 집을 마련한
것이다.

이 집을 짓는 데 들어간 비용
은 3억원 남짓. 공유 면적을 포
함해 220평을 구입하는 데 1억
3000만원이 들었고 집을 짓는
데 1억6000만원이 들었다.

푸르메마을은 에버랜드에서 건
축 기준을 통일해 놓았기 때문
에 황씨 집은 이 틀을 벗어나
지는 못했지만 내부 설계는 황
씨 부부의 취향대로 했다.

“집 모양에 변화를 주고 싶었
는데 못내 아쉽습니다. 내부 설계는 목조학교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서 취향을 살렸습니다. 부엌공간
을 아기자기하게 구성하고 서재를 침실 옆에 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것 같아요.”

▶ 밖으로 노출시킨 거실과 부엌 사이 공간. 야외 식당 겸 다용도실로 사용하는 전천후 공간이다.


황씨 집은 우드사이딩으로 마감해 약간 무거운 느낌을 주지만 내부는 거실 천장을 박공 모양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시원하다.

1층은 거실을 가운데 두고 현관
쪽에 주방을 배치하고 반대편에
마스터베드룸을 두었다.

주방은 부엌, 식당, 다용도실, 야
외 테라스 등 4개의 크고 작은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어 아기자
기하면서도 활용도가 높다.

‘ᄃ’자 부엌에는 개수대 앞에 커
다란 창문을 달아 마당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볼 수 있게 했다.
식당과 다용도실 사이 벽에는 매
입형 장식장을 설치해 깔끔하게
단장했다.

주방에서 재미난 공간은 야외 테
라스. 이 공간은 야외 식당 겸
다용도실로 사용할 수 있는 전천
후 공간이다.

마스터베드룸은 여느 집과는 달
리 집주인의 스임에 맞춰 공간을
나누었다. 침실 옆에 서재를 만
든 것. 서재는 침실보다 1m정도 뒤로 물러나 있어 한결 아늑하다. 서재에는 전면창을 달아 마당에서
도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 침실 안쪽에 설치한 서재. 일반적인 마스터베드룸의 구성을 따르지 않고 집주인의 취향에 맞춰 침
실 옆에 서재를 두었다. 서재에서는 마당으로 곧장 나갈 수 있다.(왼쪽 사진) 2층 아이 방은 브리지
를 사이에 두고 양 끝에 있다.(오른쪽 사진)


2층은 계단실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아이 방을 배치했다. 아이 바은 계단에서 연결된 브리지를 통해
들어간다. 브리지에 올라서면 경사 천장의 전모가 드러난다. 커다란 천창이 뚫린 천장은 삿갓처럼 거
실을 덮고 있다. 삿갓의 중간치에는 앞뒤 경사면을 잡아주기 위해 설치한 목재가 보처럼 걸려 있어
색다른 조형미를 보여준다.

집마당엔 황씨가 정성스레 꾸민 작은 정원과 야외용 탁자 등이 손님을 맞는다. 참나무 토막으로 울을
만든 작은 정원에는 야새오하가 동면에 들어간 듯 고요하다. 내년 봄, 야생화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
면 황씨네 전원일기에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담길 것이다

◀ 황씨 집은 4베
이 구조로 서재,
침실, 거실, 부엌
이 모두 마당쪽을
향하고 있다.


배워서 지은 집, ‘아는 만큼 짓는다’

황철호, 임난주씨
부부와 연년생 두
딸은 신나는 겨울
을 맞고 있다. 전
에 살던 서울 신
길동 아파트보다
훨씬 추운 곳이지
만 체감 온도는
언제나 영상이다. 황씨네 가족은 전원행을 결정하면서 준비를 단단히 했다.

부부가 함께 터를 보러 다니고 집짓는 일에 팔을 걷어부쳤다. 황씨는 터를 구입한 다음 6개월 과정의
목조학교에 등록을 해 자칭 우수한 성적으로 집짓기 공부를 끝냈다. 황씨가 집짓는 일에 열성을 보
일 수 있었던 것은 남보다 조금은 넉넉한 시간적인 여유와 어린시절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기 때
문이다. 항공사 부기장으로 일하는 황씨는 비행이 없는 짬을 이용해 집짓기 공사에 나섰다.

“외국에 자주 가다 보니까 목조주택이 끌리더군요. 목조주택에 사는 친구네 집에 가면 이것저것 물
어봤습니다. 기대했던 대로 장점이 많았습니다. 더욱 확신을 하게 된 것은 목조학교에서죠. 학교에
서 집짓는 과정이나 방법도 배웠지만 무엇보다 나무의 장점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