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글은 고려대학교 한국학연구 제61집에 실린 본인 논문의 일부이다. *
정혈의 현대적 재해석-
공간계획으로서의 정혈 2. 주거 및 상업지역
‘주거지역’은 거주의 안녕과 건전한 생활환경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지역으로 전용주거지역, 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으로 세분된다. 상업지역은 상업이나 그 밖의 업무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역으로 중심상업지역, 일반상업지역, 근린상업지역, 유통상업지역으로 세분된다.
전술한 바와 같이, 현대 도시의 용도지역지구제는 풍수적 토지이용의 공간적 분화와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용도지역지구제와 달리 풍수는 자연환경에 따른 토지의 특성과 조화된 공간적 분화 양상을 보인다는 차이점도 있다. 영역 내부의 토지들은 그 위치에 따라 특성을 달리하는데, 내부로 들어갈수록 바람이 적고 둘러싸인감과 온화한 느낌을 제공한다.
이에 전통마을의 주요 주택들이 영역의 후면이나 중앙에 입지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그림 7>과 같이 영역의 후면은 주거지역으로 가장 적절하다. 그리고 주거지역들이 도시 내부로 뻗어 내린 산줄기들에 의해 소영역으로 구별되어 있어, 각자의 독특한 특성을 갖춘 근린으로 조성될 수도 있다.
반면, 영역의 입구인 수구는 바람이 많이 불어 여름철 마을사람들의 휴식장소로 기능하였으며, 교통 및 동선체계상 영역의 출입구로서 유동인구가 많았다. 그리고 지역 일대의 중심 마을에 형성되었던 장시 또한 그 마을의 입구에 자리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맥락에서, 수구의 장소적 특성은 활동적이고 공적이며, 이는 용도지역지구제의 상업지역에 어울린다. 그리고 전통마을 영역의 입구에 장승이나 솟대를 설치했던 것처럼, 도시 영역의 입구에 그 도시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설치할 수 있다.
또한 영역 중앙의 경우, 전통마을에서는 주요 주택들이 입지해 있었으나, 현대 도시에서는 상업지역에 어울린다. 도시 영역의 중앙은 교통 및 동선 체계의 중심부이다. 이곳은 영역의 외부에서 주거지역으로 진출입하기 위한 중간지점으로, 유동인구가 많아 경제적 측면에서 중심업무지구로 개발될 필요가 있다.
한편 용도지역지구제에서 토지이용에 관한 구체적인 행위제한은 주로 건축물의 건폐율과 용적률로 이루어진다. 건폐율은 건축물의 평면적 밀도를 규제하는 사항이며, 용적률은 건축물의 입체적 밀도를 규제하는 사항이다. 특히 용적률은 건축물의 높이 규제와 관련된 사항으로, 일반적으로 상업지역의 용적률이 주거지역의 그것보다 높아 상업지역에는 고층건물이 밀집하게 된다.
따라서 <그림 7>의 풍수적 용도지역지구제를 입체적으로 보면 <그림 8>과 같이 도심부가 높고 주변부다 낮은 ‘볼록형’ 도시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토지의 특성을 고려한 볼록형 도시구조는 도시 경관 및 바람통로 측면과 부합되는 이점을 가진다. 도시의 주변부가 도심부보다 더 높은 ‘오목형’ 스카이라인은 도시 주변부의 산들이 시각적 전망을 잃게 되지만, ‘볼록형’ 스카이라인은 지형상 산이 많은 한국 도시에서 산과 조화된 스카이라인을 형성할 수 있다.
또한 볼록형 도시구조는 주변 산림으로부터 도시 내부까지 차고 신선한 공기가 유입될 수 있는 구조로서, 21세기 도시가 지향하는 녹색도시의 이념에도 부합된다. 마지막으로, 각 지역의 완전한 분리보다 주거․상업 지역의 교차점, 또는 지형․경제적으로 효율성이 높은 지역을 준주거지역, 근린상업지역 등으로 지정하여 토지의 복합용도개발을 도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