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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 시인의 시창작법 25
감각感覺과 감각感却
- 오래된 벚나무에 고인 물을 먹고 있는 저 동박새는 숲이 말하는 길을 따라
송 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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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二十五, 교화해도 한 것 없다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희들은 여래가 생각하기를 “내가 마땅히 중생을 제도하리라.” 한다고 말하지 말라. 수보리야, 이런 생각을 하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실로 여래에게는 제도할 중생이 없기 때문이니, 만약 여래에게 중생이 있고 또 여래가 제도함이 있다면 여래는 곧 <나라는 생각> ‧ <남이라는 생각> ‧ <중생이라는 생각> ‧ <오래 산다는 생각>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여래가 <나라는 생각>이 있다 함은 곧 <나라는 생각>이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하는 것인데 범부들이 <나라는 생각>이 있다고 말할 뿐이니라. 수보리야, 범부라는 말도 여래는 곧 범부가 아님을 가리키는 말이니 그 이름이 범부일 따름이니라.
- 금강반야바라밀경 /요진 삼장법사 구마라집 역 /선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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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을 각覺, 물리칠 각却은 각각 다른 몸이자 한 몸입니다. 자웅동체이자 동상이몽입니다. 시를 쓴다는 것은 정신이 깨어있는 것입니다. 정신이 깨어있다는 것은 우주가 나에게 비밀스럽게 전해준 언어가 안개(언어)임을 깨닫고 자연스럽게 받아 적는 일입니다. 받아 적으면(받아들이면) 받아 적지 않을 수도 있어야 하고(물리칠 줄도 알아야 하고) 물리치면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시의 오묘한 이치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뇌는 우주입니다. 심장은 우주를 움직이게 하는 따듯한 피입니다. 심장이 따듯해야 우주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뇌를 유연제나 윤활유에 담근다고 해서 뇌가 부드러워지고 말랑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심장이 따듯하면 피가 따듯해지고 피가 따듯해지면 뇌는 유연해지고 우주의 비밀을 받아 적을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자나 깨나 ‘나는 누구인가’ 화두를 들고 있어야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나는 누구인가’를 열심히 생각합니다. 상대방에게 두는 관심이나 간섭의 습기를 버리고 온 힘을 다해 ‘나에게 집중하기’를 합니다. 길을 걸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선도 버리고 악도 버리고 ‘본래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 날 좋은 시들이 검은 산 뒤편에서 노란 보름달이 쑥 올라오듯 경칩에 개구리 튀어나오듯 할 것입니다. 그러나 좋은 시를 쓴다는 생각(상相)도, 좋은 시를 썼다는 생각(상相)도 버립니다. 좋은 시라는 것은 그저 이름이 좋은 시일 뿐입니다.
<시>
오리는
꽥꽥
깊은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거위는
꾸욱꾸욱
깊은 굴삭기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오렌지 부리는 나뭇가지 옆구리에 걸렸습니다
하얀 날개는 천막의 오디근육 담즙 아래에 떨어졌습니다
귀여운 어금니는 학교종이 땡땡땡
사랑스러운 물갈퀴는 풀피리 닐리리
오리를 버리고 오이를 얻었습니다
거위를 버리고 가위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안개의 젖은 목덜미를 잠시 본 것일 뿐입니다
오이도 가고 가위도 가고
초복
강아지 혼자 마당 맴맴
잠자리 날개 뜯어먹고 있습니다
저절로 원래 본디 사물의 처음인 순간입니다
(악!)
번개가 내 허벅지를 베어 물고 물찬 제비처럼 지나갑니다
송 진 _ 「물안개 낀 날, 오리무중을 먹다」
한 단어 속에는 여러 가지 뜻이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한 문장 속에는 여러 가지 문장들이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시 속에 숨어있는 단어와 문장의 보물을 찾는 일은 즐거운 일입니다. 보물찾기 놀이는 즐거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찾지 못할 때는 허탈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곳의 보물을 찾지 말고 내 안에 보물이 있음을 알고 내 안의 보물을 찾는데 진실과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생각하고 쓰고 읽고 산책하고 사색하고 생각을 버리고 생각을 물리치고 생각을 깨닫고 생각을 버리는 연습을 늘 해야겠습니다.
⁍<보기>
- 나에게 ‘사슴’ 이란 어떤 의미인가.
◉ 연상 단어 쓰기: 부드러운 물티슈, 딱딱한 성기, 물푸레나무, 잉크, 실내화
◉ 문장 연습하기:
1) 대구 평강동물원의 꽃사슴은 흘러내리는 물티슈처럼 앉아 있다
2) 너를 부를 때는 딱딱한 막대기 같은 남자친구의 성기가 떠올라
3) 물푸레나무 속에는 수 천마리의 꽃사슴이 살고 있다는데
4) 잉크는 사슴뿔처럼 강력한 힘으로 나의 정신을 빨아들이고
5) 아기사슴 한 마리 털이 보송보송한 실내화를 신고 배흘림기둥 옆을 지나고 있다
⁍<단어를 문장으로 문장을 산문시로 연결하기>
대구 평강동물원의 꽃사슴은 흘러내리는 물티슈처럼 앉아 있다 너를 부를 때는 딱딱한 막대기 같은 남자친구의 성기가 떠올라 물푸레나무 속에는 수 천마리의 꽃사슴이 살고 있다는데 잉크는 사슴뿔처럼 강력한 힘으로 나의 정신을 빨아들이고 아기사슴 한 마리 털이 보송보송한 실내화를 신고 배흘림기둥 옆을 지나고 있다
<글쓰기 연습>
- 나에게 ‘ ’ 이란 어떤 의미인가.
◉ 연상 단어 쓰기:
◉ 문장 연습하기:
1)
2)
3)
4)
5)
⁍<단어를 문장으로 문장을 산문시로 연결하기>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한 무사가 있었습니다. 용이 나타나면 용을 죽이고 물이 나타나면 물을 죽였습니다. 때로는 비가 내리고 홍수가 번져 무사가 물에 빠져 죽기도 하고 번개가 날카로운 창을 날려 무사를 죽이기도 했습니다. 보이지 않던 시간들이 하얗게 흐르고 흘러 산이 아파트가 되고 바다가 오피스텔이 된 요즘도 무수한 무사들이 하늘, 산, 숲, 동굴, 지하 거리를 걸어 다니거나 날아다닙니다. 가끔 이슬이 별로 변하고 별이 귀뚜라미로 변합니다. 무사의 칼을 본 이는 없지만 무사의 빈 칼집에는 늘 날 선 칼이 번쩍거렸고 무사의 밥 먹는 모습을 본 이는 없지만 무사의 빈 밥공기에는 늘 향기로운 쌀이 흘러넘쳤습니다. 쌀 속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데 아무도 살지 않는 쌀의 텅 빈 허공을 확인하려는 둘, 셋, 넷, 다섯……무수한 무사안일의 무사들의 무딘 칼들이 돌아가거나 멈춰있는 있는 그대로의 맷돌을 내리칩니다. 맷돌은 맷돌 이전이나 맷돌 이후나 맷돌입니다. 맷돌은 콩을 갈고 허공의 프라이팬은 올리브유를 두르고 고소한 두부를 부쳐냅니다. 덮개 없는 대소쿠리에 허공의 새들이 모여듭니다. 새, 올리브유, 맷돌, 허공. 두부, 고소한…… 이름이 이름일 뿐입니다.
<시>
하늘에 오렌지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오렌지강아, 네 이름과 성이 오렌지강이니
세 살 된 어른이 묻습니다
바다에 블루레인코트 산맥이 흐릅니다
블루레인코트 산맥아, 네 이름과 성이 블루레인코트 산맥이니
여섯 살 된 청소년이 묻습니다
강가에 빨강 오두막집이 흐릅니다
빨강 오두막집아. 네 이름과 성이 빨강 오두막집이니
아홉 살 된 정형화된 자막의 동생이 묻습니다
산장에 까마귀까치 좀비들이 흐르고 있습니다
까마귀까치좀비야 네 이름과 성이 까마귀까치 좀비니
열 두 살 된 신생아가 묻습니다
분별해서 분별해서 별 분이 되어버린
비유해서 비유해서 유비가 되어버린
검객과 검과 객의 여인숙들
어디서 자니
어디서 자지
어디서 보니
어디서 보지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붓다, 혼자만의 여행
이제 지치지 않아
어른이 된 아이가 청소년이 된 어른이 국제영화자막의 서툰 자유로움이 노란 언어의 방어벽이 미끈거리는 미역의 속살을 향해 달려가는 검은 비 내리는 일월의 좌불안석이 열세 개인 화이트 메리크리스마스의 귀가 당나귀 귀가 된 밤의 계단 아래 쓰러져 흐느끼는 흰 거위여! 히이힝!
송 진 _ 「북극곰의 공개적 죽음의 민낯의 축제」
“무의식은 원圓이다. 원圓은 원圓라는 이름일 뿐”
- 금강경(금강반야바라밀)과 시詩와 무의식과 공空의 관계에 대하여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
- 무의식의 흐름은 원이다.
- 원에서 원으로
- 원을 따라가고 원을 생성하고 원을 갈아치우고 원을 살해하고 원을 교사하다
- 원을 버리다 (인과를 버리다)
- 무아無我
- 공空
• <무의식을 이미지로 나타내는 언어 연상법>-원이 되거나 원이 되어가는 원이 되는 원래 원이었던 그 자리마저 텅 비어 원이 없는 원이 없는 것조차 없는 원을 욕망하는 원의 원
⁍ <꽃사슴>
꽃사슴
소 눈동자 (크고 동그랗고 슬픔. 늘 젖어 있다)
푸른 미역을 뜯다
소 울음소리
하얀 꽃무늬
구름의 흩어짐
포말 하얀 한복
파도 풀린 옷고름
해운대 흔들구름다리 구름다리
흔들구름다리
⁍ <한약>
한약
밀감껍질 고약
검은 구두
호박이라는 보석
썩은 폐
굴러가는 동전
폐타이어
⁍ <자비로움>
자비로움
보살핌 나무
천수천안 책
마애불 소설(小雪)
군밤 도서관
따듯한 호빵 도시락
집
밤의 숲이 주는 향기를 듬뿍 들여 마셔봅니다. 밤 속에는 어둔 밤이 있고 고소한 밤이 있습니다. 어두운 밤은 어두운 대로 언어의 물결을 온몸에 새기고 있고 고소한 밤은 고소한 대로 언어의 물결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신세계가 열리고 있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은 시를 쓰는 혹은 시를 쓰고자 하는 이들의 굴레이자 형벌이자 운명이자 숙명입니다. 저는 오래전 이런 말을 한 줄 노트에 적어보았습니다.
시詩의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절실하다. 이 길은 오직 혼자 가는, 외로움에 사무치는 길이다.
시와 나는 각자이지만 함께 가는 길입니다. 시와 나는 높낮이 없이 평등한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시와 나는 서로의 몸을 뜯어먹으며 피 묻은 언어를 토해내며 함께 한 방향으로 걸어가는 둥근 원입니다. 시 속에 어떤 문장을 쓰든 어떤 언어를 쓰든 시 속에는 평등과 지혜와 자비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이 시인의 마음이라고 한 번 더 다짐해봅니다. 오늘 밤에는 지구로 떨어지는 페르세우스 별똥별 속에 새겨진 문장의 속살을 떨리는 마음으로 만나 볼 수 있을까요?
<시>
몸속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받아 적었다.
아야가거겨 오교오거겨
내 몸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 이미 말을 시작했다.
가갸거거겨 오교교고교
몸의 말
막을 수 없는 말
오도됴됴됴 노됴도됴뇨
어젯밤에는 숲 속에서 흘러나오는
기이한 말들이 귀로 흘러 들어왔다.
신음하는 자들의 목소리였다.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은근하고 끈기 있게 읊조리듯이
내밀하고 밀착 있게
귀 속의 심장소리를 파고들었다.
8월의 풀 향기 속에 이불을 펴고 반듯하게 누웠다.
17일의 밤 향기 속에 베개를 베고 옆으로 누웠다.
숲속을 돌고도는 말들의 영혼들이
초록의 물결들이
온 몸을 휘감았다.
광복절 대한독립만세 태극기 물결처럼
온 몸에 송사리버섯이 돋아난 눈과 혀와 귀의 세월호 아이들 수신호 같기도 한
자박자박자박자박자박
새벽 세 시의 발자국 소리
한 마리 갈색 새가 안경을 물고 부드럽게 아이라인을 그리며 허공을 나는데
꼬항, 식탁이 물컵 소리를 불러들인다.
각자 존귀한 소리의 몸이다.
송 진 _ 「내 몸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시를 쓰고 싶은 사람은 사물이 말하는 것을 받아 적는 습관을 들이면 큰 도움이 됩니다. 내 앞에 있는 물컵이 무슨 말을 하는지,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지하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비 오는 날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빨주노초파남보 우산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사물과 나의) 온몸이 말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적는 습관을 들이면 내가 갖고 있는 감각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린 혹은 잊고 있던 감각 (태어났을 때부터 원래 갖고 있던)을 되살려놓는 것, 그리고 사물에 의미를 부여해 보는 것, 그리고 의미를 탈피해보는 것, 이런 저런 실험적 정신들이 여러분들의 시각과 청각과 혀와 피부에 새겨진 문자들을 흔들어 깨울 것입니다. 하루에 사물시 한 편과 시작노트를 쓰는 습관을 들이면 긴 시간이 흘렀을 때 생각지도 않은(자연스러운) 자신의 (크고 작은)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 평등하다고 느끼는 사물이 있나요?
- 조약돌, 가로수, 전봇대
‣ 왜 그렇게 느끼나요?
- 마주보고 있으면 나 자신과 이야기 나누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 자비롭다고 느끼는 사물이 있나요?
- 유골함, 동물원에 박제 동물,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물바가지
‣ 왜 그렇게 느끼나요?
- 죽음의 세계를 평온하게 보듬고 있고 또 보러 온 사람들에게 널리 베푸는 것 같아서
⁍ 지혜롭다고 느끼는 사물이 있나요?
- 지우개, 똥, 오줌, 물, 바람
‣ 왜 그렇게 느끼나요?
- 자신의 할 일을 잘 알고 성실하게 행한 후에는 한 점 구름처럼 사라지니까
⁋ <직접 쓰는 시간입니다>
⁍ 평등하다고 느끼는 사물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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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렇게 느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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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비롭다고 느끼는 사물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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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렇게 느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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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혜롭다고 느끼는 사물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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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렇게 느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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