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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지막으로 실전 문제 풀이 요령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이 대목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요령이니 노하우니... 그런 거 너무 믿지 마셔요. 대개의 경우 경험으로 터득한 자신만의 요령이 최고의 것이거든요.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보편타당한 요령이란 몇 안 됩니다. 그런데 그 몇 안 되는 요령을 제가 얘기하겠습니다. 1. 2003년 11월 5일, 08시 37분 듣기 평가 안내 방송 시작.“ 준비령이 울리고 감독관이 언어 영역 시험지를 나눠준다. 미리 들춰보지 못 하게 해서 나는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벌어 볼 요량으로 눈에 보이는 맨 뒤면 지문을 읽어두고 있다. 몇 분이 지나자 듣기 평가가 시작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언어 듣기 평가쯤이야, 뭐. 영어도 아닌데....그런데 웬 대본이 이렇게 기냐? 예상을 뒤엎고 문제가 좀 아리송하다. 결국 난 고민 끝에 3번 문제의 답을 대충 찍어버렸다. 찜찜하다....이건 또 뭔가? 대담을 들려주고 남자의 말하기 방식을 묻는 것까진 좋았는데, 곧 이어 여자가 언급하지 않은 내용까지 묻다니! 방송을 듣다가 내용을 요약해서 적어두지 않은 것이 실수다! 큰일 났다. 듣기 평가에서 2개는 틀린 것 같다. 초반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좀 힘들어 집니다. 듣기는 일회적입니다. 들을 때 뿐, 시간과 함께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리지요. 따라서 되돌아가서 답을 고민할 여지조차 없습니다. 그 쉬운 듣기 평가에서 조차 한 두어 개는 틀렸다는 부담감은 나머지 독해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듣기 평가 때문에 내내 찜찜한 상태에서 문제를 푼 데다 왜 이리도 교과서 외 지문이 많은 건지, 게다가 길기도 엄청 기네. 이건 한 면 전체가 다 지문이잖아? 시간은 30분밖에 안 남았는데 이제 33번을 풀고 있다니……. 어라? 아직 두 세트나 손도 못 댔는데 벌써 답안지를 작성하라네? 마음이 급하니 손도 떨리고 도저히 표시를 빨리 할 수가 없다.......“ 도중에 짐 싸서 나오는 학생의 대부분은 바로 이처럼 1교시 시간 배분에 실패한 케이스입니다. 그 결과 마지막 두 세트 정도는 읽지도 못 하고 찍은 거죠. (참고로 10문제를 찍어서 두 문제가 맞을 확률은 0.067108864 입니다)이렇게 되면, 중도 포기를 하지 않더라도 엄청난 의지력의 소유자가 아닌 이상, 그 분위기를 반전시켜 2교시 이후의 시험에서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최소한 찍지는 않도록 시간 안에 풀어내야만 합니다. 1. 듣기 평가가 시작되기 전 요령껏(?) 답지를 읽어두세요. 특히, 5,6번 문제는 한 대본에 두 문제가 딸려 나오는 세트 문항이니, 방송을 들으면서 답지 선택의 기준이 될 만한 내용은 들으면서 꼭 메모하세요. 2. 자신이 평소 문학 지문은 빨리, 수월하게 풀었고 득점률도 높은데, 비문학적 지문 특히 설명문에 약했다면, 문학 지문부터 푸세요. 설명문은 나중에 푸시고요. 쉬운 것, 자신 있는 것부터 풀면 심리적으로도, 실제적으로도 이득입니다. 3. 20일 남은 기간 동안 암기 과목만 하다가 언어 문제 풀이의 감을 잃어버리면 큰일입니다! 하루에 한 회, 적어도 이틀에 한 회 정도의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보세요. 물론 듣기 평가까지 포함해서! 2. 2003년 11월 5일, 10시 40분 “1번부터 부리나케 풀었다. 근과 계수와의 관계 문제…….20초 만에 풀었다. 원래 한 10번까지는 쉬운 문제만 있으니 최단 시간 내에 풀어버려야 한다.........그런데, 6번 문제가 좀 생소해 보인다. 역시 답이 잘 안 나오지만 그래도 초반부터 한 문제를 건너뛸 수는 없다. 죽어도 풀어야 한다.......15분 만에 답이 나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내가 푼 답이 답지 중에 없다…….시간은 30분이나 흘렀는데, 난 고작 5번까지 풀었다니, 큰일이다!” 수학을 망치는 시나리오의 전형입니다. 15분 걸려서 한 문제를 풀었다고 해도 사실 시험 전체를 놓고 보면 오히려 ‘마이너스 네 문제’ 인 겁니다. (한 문제당 평균 풀이 시간은 3분이니까요) 하물며 그렇게 푼 답이 답지 중에 없다면? 바로 그 순간, 여러분의 컨디션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그 이후에는 쉬운 문제도 잘 안 풀리게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건 제가 만든 수학 문제 풀이 관련 표어입니다. “무심코 손 댄 문제, 30점을 좌우한다.” 이런 문제, 선뜻 손대기가 두려운 문제가 대략 10문제는 있을 겁니다. 이런 문제는 전혀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는 건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손대는 시기가 시험 초반이냐, 후반이냐에 따라 우리의 심적 충격의 강도는 현저하게 달라질 겁니다. 즐거운 시나리오는 이렇답니다. “시작종이 울렸다. 문제지를 넘겨가며 대충 어떤 문제가 나왔는지 훑어본다. 역시 좀 까다로워 보이는 문제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그 문제들에 체크를 해 둔다. 우선 쉬운 문제부터 풀고 남는 시간에 이상해 보이는 거 풀면 되는 거니까……. 객관식 20번 대 문제들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다. 웬만하면 넘어가는데 그래도 한 문제는 쉬워 보이고 과연 수월하게 답이 나왔다. 이제 주관식이다. 주관식은 최악의 경우라도 찍을 수조차 없고 또 답지를 통해 내가 푼 답이 있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 반면에 난이도는 별 거 아니다. 그러니 계산도 신중을 기하고, 시간도 좀 더 들여서 제대로 풀자. 역시 별 것 아니군. 다 풀었다! 이제 아까 넘어간 객관식 문제들을 풀자. 남은 시간 35분, 남은 문제 8문제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이제부터 풀어서 맞히는 건 보너스로 생각하자.” 3. 2003년 11월 5일, 12시 20분 이제 벌써 시험의 반이 지나갔고 점심시간입니다. 지나간 문제를 놓고 친구들과(특히 공부 잘 하는 친구와) 답을 맞춰보는 일은 절대 금물입니다! 맞아봤자 기본이고 틀린 걸 알 경우에는 그 찜찜함이 시험 내내 지속되기 때문이죠. 그냥 조용히 식사하고 다음 시간 시험을 대비해서 사회나 과학 책을 펴놓고 가볍게 읽어두세요. 쉬는 시간 끝나기 10분전에(13시) 화장실 다녀오는 거 잊지 마시고. 4. 2003년 11월 5일, 13시 20분 사회 탐구나 과학 탐구는 뭐 그리 까다롭지 않을 겁니다. 간혹 시사 문제나 신 유형의 문제와 마주칠 순 있겠지요. 그래도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수능 문제는 여러분들이 이미 교과서에서 공부한 특정 개념을 묻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혀 접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유형인 듯 하고, 또 그 내용 자체도 상당히 낯설어 보인다면, 잠시 문제로부터 빠져나와서 이렇게 생각해 보셔요. ‘대체 이 문제는 어떤 단원의 어떤 내용을 테스트하려는 문제일까?’ 설마 이게 과학인지, 사회인지, 또 과학이라면 물리, 화학, 생물, 지학 중 어떤 과목의 내용인지 조차 모르는 학생은 없겠지요? 거기서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이 문제는 어느 단원의 내용을 묻기 위해 출제한 것일까 라고 생각해 보시라는 겁니다. 교과 내용과 관련 있는 시사적 소재에서 문제를 출제할 뿐, 시사 쟁점을 잘 알고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사 문제를 내는 건 아니랍니다. (간혹 교과 내용과 상관없이 자료 해석 능력 자체를 확인하려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합니다만, 그건 드문 경우이니 예외로 치지요.) 5. 2003년 11월 5일, 15시 47분 듣기 평가 안내 방송 시작 이제 마지막 시간이군요. 여러분들의 두되는 긴장과 갑작스런 과부하로 지칠 때로 지쳐 있습니다. 교실 밖으로 빠져 나와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와야 할 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집중력 저하로 평범한 독해도 잘 안 될 수 있고, 평상시라면 대번에 눈에 들어올 어법 틀린 문장이 잘 안 보일 수도 있거든요. 이 때, 휴대용 카세트로 듣기 평가 테이프를 듣는 게 좋을 겁니다. 일단 영어의 억양과 발음에 우리의 귀가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언어 영역 듣기 평가가 중요한 것과 같은 이유에서, 외국어 영역의 듣기 평가 역시 아주 중요합니다. 시험지를 받으면 요령껏(?) 답지를 훑어보세요. 특히, 12~3번부터 연달아 4~5문제 출제되는 ‘말하기’ 답지는 모두 영어로 되어 있는데다 길이도 긴 편이라 대화를 듣기 전에 꼭 한 번 읽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어 영역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문제 풀이의 시간을 단축할수록 고득점에 가까워지지요. 그러려면 이런 방법이 좋을 겁니다. 1. 국문이든 영문이든, 답지부터 읽으세요. 2. 지문에 밑줄 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대충이라도 읽으세요. 3. 첫 문장의 뜻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정확히 알아내셔요. 왜냐하면 외국어 영역 지문의 패턴은 크게 다음의 두 가지 유형이기 때문이지요. 첫 번째는 필자의 주장을 첫 문장에서 말해버리는 두괄식, 다른 하나는 필자의 주장과 상반되는 일반의 통념을 문두에서 소개하고 이를 반박해나가는 통념 비판형 이지요. 전자이든, 후자이든 첫 문장은 지문 전체의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 지를 예고해 주는 기능을 한답니다. (물론, 소설이나 전기, 일기, 수필 종류의 지문은 딱히 주제문이랄 게 없기 때문에 전체를 다 읽어야 스토리와 분위기 등을 파악할 수 있지요.) 4. 지문 독해 중간에 답이 나왔다면 지문을 끝까지 읽지 말고 과감히 다음 문제로 넘어가세요. 외국어 영역 지문에 함정이란 없으니까요. 이제 시험이 끝났습니다. 오늘 하루 100% 쉬세요. 얼마 있으면 또 내신 시험을 치러야 하지요? 어쩌면 수시 구술 면접이나 논술이 남아있을 지도 모르고요. 또 정시 대비 논술, 면접 공부도 조만간 시작해야 할 거예요. 예체능 계열이라면 각종 실기 시험에 전념해야 하겠고요. 그래도 오늘만큼은 그딴 거 다 잊어버리고 쉬세요.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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