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많은 본당에서 냉담교우 회두를 위해 고민을 하지만 정작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하는 경우가 많다. 안락본당의 모실 분 찾기 운동은 냉담교우 회두 운동을 준비하는 본당이라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사례다.
3개월 만에 703명 모셔와
안락본당이 약 3개월의 짧은 기간에 이 만큼 성과를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발상의 전환이다.
안락본당은 백화점식 '고객만족 경영'에 주목했다. 백화점은 고객 만족에 생사를 건다. 제품 질이 떨어지는데 값이 비싸고, 종업원이 불친절하고, 애프터서비스도 잘 안 해준다면 고객은 발길을 끊기 마련이다.
▲ 모실 분 찾기 운동 구역별 활동 현황판
교회의 고객은 신자들이다. 아직 믿음이 깊지 않고 신앙이 뭔지도 모르는데 돈 낼 일은 많고, 본당에서 자신에게 별로 관심도 보이지 않는데다 불친절하기까지 하면 어떤 신자가 성당에 열심히 다닐까?
즉, 안락본당은 '냉담교우'가 아니라 '교회에 등을 돌린 고객'이라고 생각했다. 부드러운 미소와 말투, 친절한 응대, 적극적 관심과 서비스, 신속한 대응, 늘 깨어 기도하는 모습이야말로 고객을 사로잡는 비결임에도 교회의 수준과 서비스가 그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떠났다는 것이다.
"옆 신자들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고 잘 모르는 교우에게 무관심하거나 형식적으로 인사합니다. 어렵고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고, 잘 안다고 함부로 대하며 신자다운 표양을 보여주지도 못했습니다. 전례는 재미없고 강론은 지루합니다."
김창대 주임신부는 "그들이 왜 교회를 떠났을까 따져보면 결국 '내 탓'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떤 냉담교우는 이사 온 지 3년이 넘었는데 반장님 얼굴 한 번 못 봤다고 하더군요.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 그렇게 많은데 가정방문 한 번 오지 않았다고 하고요. 또 어떤 가정을 방문했는데 '평소 성당에서는 아는 척도 안하더니, 활동보고 때문에 오셨군요. 속 들여다보이네요'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정태영(베네딕토) 홍보분과장은 "신앙공동체인 교회에서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데 거부감이 들 수 있으나 '신자가 있어야 교회가 존재한다'는 인식으로 교회 역시 고객(신자) 중심의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안락본당은 주변 개신교회를 찾아가 그들의 신자 만족 서비스 방식을 면밀히 분석해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냉담 원인을 살펴보면 공동체 구성원인 우리 자신의 잘못과 교회 문제점이 더 크다"는 것이 김 신부 지적이다. 그런데도 냉담하는 이들을 무조건 비난하거나 죄인 취급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런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기에 냉담교우를 만나면 나무라는 태도를 보인다. 그런 태도는 그들의 마음을 열기는커녕 더욱 닫히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안락본당은 이런 차원에서 미사강론 등 기회 있을 때마다 본당 신자들 마음 속에 '내 탓이오' 영성을 심어주기 위한 의식교육에 힘썼다. 김 신부는 특히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9),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요한 13,14)는 말씀을 강조했다.
그래서 냉담교우 회두가 아니라 '모실 분 찾기 운동'이라는 명칭을 채택했고, 냉담자ㆍ쉬는 교우ㆍ비 열심 신자ㆍ잃은 양 등의 표현은 절대 사용하지 않도록 강조했다.
'냉담교우'가 아니라 '모실 분'
안락본당 관할구역 인구는 약 10만 명. 교적상 신자 수 6200여 명 가운데 3년 이상 판공성사를 보지 않은 냉담교우가 1220명이었다. 안락본당은 이들을 제1차 모실 분 찾기 운동 목표로 잡았다.
▲ 모실 분 찾기 운동 활동계획표
김 신부가 '내 탓이오' 영성을 통한 의식변화와 함께 중점을 둔 것은 냉담교우를 회두시킬 역량을 키우는 교육훈련과 체계적 시스템 구축이었다.
2009년 9월 모실 분 찾기에 돌입하면서 12월 11일 '고해성사의 날'까지 약 3개월 동안 실행할 구체적 활동계획을 수립하고, 구역ㆍ반장과 레지오 단원 교육을 위한 지침서를 만들었다.
매일 미사 전 묵주기도와 모실 분을 위한 기도를 봉헌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화살기도, 주모경을 바치는 것으로 기도운동을 먼저 일으켰다. 그리고 우선 구역ㆍ반장을 대상으로 열정 가득한 선교일꾼으로 만들기 위한 교육훈련을 실시했다. 구역ㆍ반장들이 교육받은 것을 소공동체 반모임에서 신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부분의 활동은 같은 구역ㆍ반의 이웃 신자들이 2인 1조로 짝을 이뤄 대상자 가정을 몇 차례씩 반복해서 방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전에 방문활동 요령을 익히고 주의사항을 숙지하도록 교육했다. 특히 냉담교우가 끌려 나온다는 심적 부담을 갖지 않고 마음 편하게 성당에 나올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방문할 때는 예쁘게 포장한 선물용 도서와 「소중한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자체 제작 선교 리플릿과 본당 신부 초대편지를 전달하도록 했다.
결국 끊임없는 기도와 전 신자의 자발적 참여의지가 빛을 발하며 모실 분 찾기 운동이 조금씩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모실 분 찾기 운동 추진 과정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무엇일까?
김 신부는 △ 본당의 인적ㆍ물적 자원을 동원해 총력을 기울일 것 △ 조직적ㆍ체계적 준비 △냉담교우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배려 △ 본당 신부의 적극적 의지 등을 강조했다.
전 신자의 자발적 참여없이 몇몇 신자들 노력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따라서 소공동체의 조직적 활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과를 얻기 어렵다.
또 냉담교우에게 전달할 선물, 캠페인 홍보물 제작, 신자들 동기부여를 위한 시상 등 재정적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결국 성패는 본당 사목자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신부는 "모실 분 찾기 운동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신자들 스스로 회개, 각성하고 본당 공동체를 쇄신하는 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며 "앞서 언급한 발상의 전환이 뒷받침돼야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락본당의 모실 분 찾기 운동 추진계획(5단계)을 보면 미래사목연구소(소장 차동엽 신부)가 교육ㆍ보급하고 있는 '냉담교우 모시기 5단계'와 일맥상통한다. 모실 분 찾기 운동의 단계별 진행과정은 지난 호에 이어 앞으로 소개될 본당 차원의 냉담교우 모시기 5단계를 통해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평화신문, 2010년 9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