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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몇 해 전에 무슨 단체인가, 노동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친구한테서 들은 얘기입니다만, 노동복지환경 재점검 프로젝트를 맡아서 공기업 소속 저임금 ‘노무자’들과 상담을 진행하면서 “현재 실시하고 있는 회사 복지 프로그램 중에서 꼭 유지했으면 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노무자들이 “휴가철에 콘도 쓰는 건 없애지 말고 꼭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의외의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여름휴가 때 아이들을 콘도에 데려가 주는 것이 이 분들이 아이들한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아빠노릇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설사 내일은 굶더라도 수수팥떡 먹을 날에는 수수팥떡을 해 먹어야 하는 법입니다.
흙살림에 전화해서 “좋은 잡곡 종자를 구하려면 누구한테 연락하면 됩니까?”라고 물으면, 괴산에 사는 경종호씨를 찾으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습니다. 수수농사와 관련해서, 이번에 저희는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평리에 사시는 경종호님을 찾았습니다. 경종호님은 괴산잡곡영농조합 군자농산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엄청 바쁘신 중에 귀한 시간을 내주셨습니다.
군자농산에서 취급하는 잡곡은 늘보리․찰보리․쌀보리․서리태․흑태․서목태(약콩 혹은 쥐눈이콩)․백태(메주콩)․유태(콩나물콩)․붉은팥․검정팥․녹두․차조․수수․기장․참깨․들깨․검정깨 등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보리차․옥수수차․찹쌀가루․들깨가루․콩가루․엿기름 등 가공식품을 공급하고 계십니다. 군자농산을 거친 물품은 전량 한살림과 생협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귀농하신 분들이 잡곡을 생산해 놓고 판로를 찾지 못 할 경우나 좋은 종자를 얻고 싶을 때 연락하시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계약재배도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연락처 011-483-5772, 043-832-5772)
문: 수수는 여기서 수매하시는 가격이 얼마나 됩니까? 가마당 얼마씩 그렇게 하나요? 그리고 결재방식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궁금한데요?
답: 수수는 보통 산지에서 35키로나 40키로 포장을 하지만, 가격은 그냥 kg 단가로 합니다. 그게 편해요. 작년 2003년 수매가는 유기재배 수수가 키로 당 5천4백 원, 일반재배 수수는 4천5백 원 했습니다. 2002년에는 유기 계약재배 농가의 경우 1천8백 원, 시중가는 1천5백 원 했구요. 올해는 일반재배 수수 하한가를 2천 원으로 정해 놓았습니다. 결재는 수매 다음 날 입금이 원칙이고 그대로 실행하고 있습니다. 일년 동안 애쓴 결과물인데 바로바로 결재를 해 드려야 농사짓는 분들도 농사짓는 보람이 있지 않겠어요?
‘하한가 제도’는 적어도 농산물 매매에 있어서는 굉장한 파격이다. 밭떼기의 경우 보통 총매매가의 10% 정도를 계약금으로 건다. 계약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상인들은 계약금을 포기해 버린다. 피해를 고스란히 농가가 떠안아야 한다.
한살림이나 생협이 하고 있는 계약재배의 경우는 날씨나 병충해 등의 영향으로 소출량이 줄어들거나 혹은 농사가 아주 잘 돼서 계약 물량 이상으로 산물이 생산될 때, 소비자보다는 농민이 곤란을 겪는다. 가령 감자농사가 잘 되면 시장에 감자가 넘쳐난다. 거저 줘도 마지못해 받는다. 가격도 당연히 떨어진다.
농산물 가격이 이렇게 싸면 소비자들이 일반 시장을 찾는다. 일반농산물 가격이 비싸지면 한살림이나 생협의 물품가격이 오히려 시장가격보다 더 낮아지기도 하는데,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물품을 집중적으로 구매해 버린다. 그래서 계약재배는 생산자보다는 소비자 중심의 계약형태로 볼 수 있다.
농민들은 많이 생산되면 처치곤란이고 생산량이 줄어들면 계약을 지키지 못하는 심리적 부담과 함께 소득이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한살림이나 생협의 물품가격이 일반 시장의 물품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유는 농민들의 이런 위험부담에 대한 일정한 보상의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계약재배 농가와 달리 일반재배 농가는 시장가격의 변화에 더욱 민감하다. ‘군자농산’에서 안정적으로 일정한 물량의 ‘국산’ 잡곡 확보를 위해서는 수배가에 시장가격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실질소득이 생산원가 이하로 떨어져버리면 아무도 생산을 안 할 것이고, ‘군자농산’에서 제시하는 가격이 시장가보다 낮으면 모두 일반시장으로 도망쳐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입한 수매제도가 하한가제도라고 한다. 농민들이 일정한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최저가격만 정해놓고 시장가격이 그 이상으로 오를 경우에는 시장 가격으로 수매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안 하는 이런 방식으로 회사를 해도 운영이 되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군자농산은 부산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수매 다음 날 결재하는 방식 역시, ‘돈’보다는 ‘이념’을 앞세우는, 운동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농산물유통 단체들이 실현하지 못 하고 있는 결재방식이다.
문: 작년과 올해의 가격 차이가 엄청나네요. 왜 그렇게 갑자기 가격이 올랐습니까?
답: 작년에 날씨가 안 좋아서 농사가 안 됐어요. 벌써 작년에 생산한 수수는 다 먹고 없어요.
문: 수매하실 때 무게는 도정하기 전 무게로 하는 건가요? 아니면 도정 후 무게로 하는 건가요? 그리고 평당 소출량은 대략 얼마나 되죠?
답: 예, 수매해서 저희가 도정을 합니다. 도정 전 무게로 수매합니다. 도정을 마치면 25% 정도 무게가 줄어요. 수확량은 대략 단보(300평)당 300kg~500kg 정도 보시면 됩니다.
문: 그러면 평당 조수익(총생산 개념이다. 기업회계에서는 판매를 기준으로 매출액 개념을 사용하고, 농업회계에서는 이미 판매해서 현금화한 금액과 아직 판매되지 않은 생산물을 판매할 경우 받을 수 있는 금액을 합해서 조수익이란 개념을 사용한다)이 대략 3천5백 원에서 4천 원 보면 되겠는데요, 쌀이 3천5백 원 정도인 걸 생각하면, 밭작물로서는 소득이 현격히 떨어지는 것 아닌가 싶은데요, 어떻습니까?
답: 수수는 다른 밭작물에 비해서 품이 훨씬 적게 들어갑니다. 소득이 높은 작물은 그만큼 품이 많이 들어가니까 계산해 보면, 최종 소득은 비슷합니다.
문: 수수 파종 적기는 언제쯤이죠?
답: 여기서는 5월 말이나 6월 초를 적기로 보면 됩니다만 지역적으로 약간씩 차이가 있겠죠. 동네 할머니들한테 물어보는 게 제일 정확할 겁니다.
문: 거름은 어떻게들 쓰시나요?
답: 수수는 다비성입니다. 많이 넣어야 돼요. 밑거름으로 퇴비 넣는데, 옥수수에 준해서 넣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뜻밖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수수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아니다. 옥수수나 수수나 마찬가진데, 키가 크게 쭉 자라서 끝에 열매 조금 달고 끝이다. 대가 굵고 실하게 커 올라가려면 많은 양분이 필요하다. 사실, 콩 말고 다른 작물 중에 다비성이 아닌 작물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많이 수확하려면 많이 넣는 수밖에 없다. 콩조차도 ‘많이 수확하려면’ 적당한 거름이 필요하다. 거름 안 줘도 잘 된다는 옛말은 옛말에 불과한 듯 하다. 잘 된다는 기준량도 달라졌고 기대치도 달라졌다.
문: 잡곡 농사는 씨앗 넣어 놓으면 새들이 다 먹어버려서 골치든데요, 혹시 무슨 좋은 해결책이 있습니까?
답: 인근에 사시는 농민 한 분이 좋은 방법을 찾아냈다고 자기는 그렇게 한다고 하는데요, 애들 슈퍼에서 사먹는 과자 껍데기들 예를 들면 양파링 껍데기같이 바스락거리는 비닐 종이가 있답니다. 색깔은 반드시 하얀 색이어야 한대요. 이걸 군데군데 걸어놓는답니다. 그러면 낮에 주로 씨알곡 주워 먹는 비둘기나 까치가 잘 안 오고, 밤에 와서 씨알 파먹는 너구리도 뽀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니까 신경이 거슬려서 잘 안 온대요.
허수아비는 밤에는 잘 보이지도 않고 아무 소리도 못 내니까 효과가 덜 한데, 이 비닐 종이는 계속 소리를 내니까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짐승들이 먹는데 집중을 못하는 거지요.
이 장치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반드시 하얀색일 것. 바람에 날리면서 뽀스락거리는 소리가 날 것. 제가 직접 해 본 것은 아니지만 그 분은 이렇게 해서 확실히 효과를 본다고 자신 있게 얘기했으니까 한 번 해볼만 합니다.
문: 수수도 골 타서 심습니까?
답: 그렇죠. 결국 이게 유기농을 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편하게 지을 건가? 품을 조금이라도 적게 들일 것인가? 품이 곧 돈이니까, 그런 문젠데, 이 지역 농민들이 지금까지 찾아낸 방법 중에서 가장 쉽게 하는 방법은 비닐을 밭 전면에 다 깔아버리는 겁니다. 물론 비닐을 많이 쓰면 환경에 부담이 되겠지만, 이게 젤루 쉽습니다.
헛골을 타서 고랑을 쭉 만들어 놓고 비닐을 포개가면서 덮는 거죠. 이랑(대문자)과 고랑(소문자)을 왼쪽서부터 A-a-B-b-C-c라고 하면, 비닐로 A 이랑 덮고 B덮을 것을 고랑 a에서 겹칩니다. 그리고 b 고랑에서 흙을 퍼서 덮는 식으로 쭉 덮어 가는 겁니다.
이렇게 덮어 뒀다가 수수가 40~50cm쯤 자라면 비닐을 전부 걷어냅니다. 수수가 저정도 자라면 이제 풀한테 치이질 않아요. 그러니까 걷어내도 되는 거고요, 비닐을 그냥 계속 덮어두면 나중에 벗겨낼 수가 없거든요. 줄기에서 뿌리가 나와서 땅을 쥐니까 비닐을 꽉 쥐고 있어서 아주 골칫거리예요. 그러니까 미리 벗겨 내는 겁니다. 수숫대와 수숫대 사이를 칼로 죽죽 그어 준 다음에 밭 끝에서 쭉 잡아당기면 돼요. 이렇게 밭 전면에 비닐을 깔았다가 걷어내는 게 제일 쉬운 방법입니다. 문제는 비닐이죠. 풀은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지만 비닐을 쓰는 게 좀 마음에 걸려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지금도 전통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역시 이랑과 고랑을 만들어 놓고, 이랑이 아니라 고랑에 씨앗을 뿌리는 겁니다. 싹이 나서 자라면 이랑을 반쯤 깎아서 고랑을 덮습니다. 조금 더 자라면 한 번 더 해줍니다. 이렇게 두 번만 하면 풀을 잡을 수 있습니다.관리기로 할 수 있어요.
수확시기는 파종시기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진다. 9월말에서 10월 초에 수확한다. 파종에서 수확까지 보통 100일에서 120일 정도. 수확은 손으로 할 수밖에 없다. 망태기를 짊어지고 수수 알곡이 달린 모가지 부분을 똑똑 끊어서 망태기에 넣어가면서 하기도 하고, 손에 잡히는 만큼 모아서 군데군데 쌓아뒀다가 나오면서 한꺼번에 들고 나오기도 한다.
문: 콤바인으로는 안 되나요?
답: 콤바인으로도 합니다. 앞에 날을 쑥 들어올려서 해요.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이삭줍기를 해야 돼요. (웃음) 손실이 너무 많아요.
수확을 하면 말려서 탈곡기로 턴다. 그냥 널어서 말리기도 하고 엮어서 매달아 놓기도 한다. 15~16% 정도로 말리면 되는데, 눈으로는 확인이 안 되고 깨물어 보면 알 수 있다. 아직 안 마른 것은 속 안이 투명하고 맑은데, 마르면 뽀얗게 하얀 색이 된다. 그러니 하얘질 때까지 말리면 된다.
문: 대략 며칠이나 말려야 되죠?
답: 다 다릅니다. 9월 햇볕 다르고 10월 햇볕 달라요. 또 10월이라도 10월 초 햇볕 다르고 10월 말 햇볕이 다르거든요. 다 다릅니다.
문: 털 때는 주로 콤바인으로들 하시나요?
답: 예. 콤바인으로 해요. 그런데 하여튼 뭔가로 우다다다 때려주면 되는 거니까, 트렉터 로타리로 터는 것도 봤습니다. (웃음) 조 같은 경우는 잘 말려서 두툼하게 쌓아요. 꼭 두툼하게 쌓아야 됩니다. 그래놓고는 경운기나 트럭으로 왔다~갔다 하면 털어져요. 그러면 싹 모아서 풍구 돌리면 끝이죠. 그렇게 터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수확한 수수는 그 해에 다 먹는 게 좋다. 묵으면 맛이 떨어진다. 그런데 수매자 입장에서는 어떨까? 묵은 농산물을 알아볼 수 있을까? 혹시라도 농민들이 수입 수수를 섞어버리면?
답: 딱 보면 압니다. “절대로 섞은 건 안 삽니다.”라고 말씀드리고 돌려보냅니다. 소비자들한테 맞춰야 돼요. 콩 같은 경우도 너무 크기가 큰 콩은 소비자들이 싫어합니다. 맛도 떨어지고요. 그런 품종은 심지 마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종자갱신 작업을 병행한다.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 종자는 심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수매 들어오는 물품 중에 눈에 띄는 좋은 물건이 있으면 따로 종자로 확보한다. 재배 현장을 둘러보고 좋은 물품은 별도로 수확해 주실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농민들 중에도 이런 방식으로 선별하시는 분들이 있다. 종자 선별을 해 나가는 것이다. 좋은 것들을 따로 모아서 심고, 수확물 중에 다시 좋은 것을 모아서 심는 방식으로 종자갱신을 해 나간다. 이렇게 해서 좋은 종자가 확보되면 퍼뜨린다. 잡곡은 농가에서 직접 채종해서 농사지을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농사 영역이다.
올해는 수수 종자가 많이 나갔으니 심지 마시라고 해도 농사짓는 분들은 듣지 않는다. 어쩌면 과잉생산으로 값이 폭락할지 모른다. 그러면 닭고기 먹기 운동처럼 수수팥떡 해먹기 운동이 일어날까? 밥에 수수 놓아 먹기 운동이 일어날까? 아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수수농사 짓는 사람 얼마나 된다고 정부가 나서겠는가? 우리들끼리라도 많이 먹자.
수수는 “성질이 따뜻해서 위와 장을 보하여 설사를 멈추게 한다. 또 몸이 차서 생기는 천식, 요즘 말로 하면 냉방병으로 생긴 기침에도 좋으며, 입맛이 없을 때에 수수로 빚은 술이 제격이다.” 그리고 “양기가 떨어질 때도 수수밥을 먹으면 좋다” 스테미너식이란 소리다. (황인태, 생태건강법-밥과 양념1, 귀농통문 10호,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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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수수심는데 종자는 모르고 그냥 찰수수를 심는데 키가작은 수수도 있는데 찰수수인지 몰라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