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부터 비가 부슬거렸다
3.1절 독립만세를 외치다 왜놈들 총탄에 쓰러진
꽃다운 영혼들을 달래기위한 눈물인가 했다
우릴 태우고 출발한 버스뒤로 비는 가늘게 내리다 소리없이 멈추고,
그러다 꼬불거리는 해안길따라 버스는 휘청거리며 달렸다
안그래도 쓸데없이 버스와 헤딩을 한 두차례 한마당이라 더 한 듯,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 시키느라 아름다운 경치는 쳐다볼 생각도 못하고 다 놓쳤다
들머리 도착하여 체조와 인사 돌아가며 나눈뒤
열시 삼십분께 산행시작이다
카메라 목에 걸고 내가 오늘 만나기로한 아이들(?) 눈을 부릎뜨고 찾는다
제법 바닷바람이 쌀쌀하다 생각했는데,
몇발자국 걸었더니 땀이 맺힌다
하나 둘 윗옷을 벗기 시작하는 우리팀, 아예 맨팔이다
망산 꼭대기에 올라서서 아름다운 경치에 흠뻑 빠진다
햇살은 적당히 몸에 온기를 주고,
바람은 기분좋게 머리카락 흔들며 상쾌함을 불어넣고,
푸른 바다에 점점이바둑알처럼 박혀있는 섬들~
한발짝만 디디면 닿을것 같은 거리감
우리를 환영하듯 어디선가 나타난 배는 하얀거품을 일으키며,
코발트빛 종이에 힌물감으로 덧칠하듯 그림을 그린다
이곳 저곳 흩어져서 혹은 모여서
바다를 조망하는 님들의 뒷모습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요즘 내가 빠져있는 책 셰릴 스트레이드의"와일드"
미국의 PCT를 혼자서 트레킹하는 리얼스토리인 이 책에서 셰릴이 이런 말을했다
"훼손되지 않은 야생의 아름다움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는 아무 탈 없이
살아 갈 수 있다"
그 얼추 비슷한 느낌으로 산에 오르고,
도심보다 자연속이 더 안전하다고 모든면에서 느끼며
나 개인적으론 얼마전 시작한비박의 매력에 새삼 더 접근하는 계기도 더하는것 같다
산방에대한 실망 내지는
사람에 대한 실망이 더 큰 탓으로,.. 아니,
나에 대한 실망이지 은밀히 말하면,
나 자신이 못마땅하니 자꾸 남 탓을 하게되고
그런 구질구질한 마음을 정화해 주는게 "자연속에 머무는것",
마음 치유의 효과가 가장 이상적이고 부작용도 없다는 생각이 듦으로 산을 찾는다
여건이 된다면
산행이든 비박이든,
역시 체험은 경제적 가치를 떠나 그 무엇과도 바꿀수없는 귀중한 나의재산이라는 생각이다
내가 가진게 많다면 과연 비박을 할수 있을까?
바다를 보면서 한가지 생각을 정리하고 왔다
결코 사람따라 산행 않으리
나를 믿고 내 생각따라 주체적인 산행하리라~
의기차게,...
야무지게,...
재미있게,...
아름답게,...
자연스레,...
여유롭게,...
행복하게,...
일곱가지 구호를 외치며 박베낭을 짊어지고 대한민국 산을 누비리~ 오두막은,
산행 날머리에서 초창기 산행을 같이했던 "초이스"님을 만났다
반가웠다 먼저 닉을 기억해 주시니 고마운 일이고
이렇게 산에서 만나게 되는구나~ 정말~
가물거리는 기억으로 옛날을 더듬어 보게 된다
조금있음 이곳에도 꽃들이 만발하겠지
봄은 땅을 박차고 나오는데 기력을 다 쏟고 있는듯 하다
따뜻한 물줄기가 땅 속을 두더지처럼 헤집고,
가지끝에 봉긋이 움트는 꽃망울도 얼마의 시간이 필요치 않겠다
붉게 물드는 천하일경 망산을 상상하며
박베낭을 매고 다시 와 볼까 하네,
거제 망산 봄마중산행 여기까지 나의 기록,
밑에 글은 메리올리버가 한 말인데 셰릴이 인용한 것임,
"당신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인생으로
무엇을 할 작정인가요?"
첫댓글 두번 튕기고 겨우 작성했네~~~ 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