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이 무슨 영어 강사를 한다고?" 오갑식 목사(봉조교회)가 영어캠프를 처음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다들 그랬다. 교회를 섬기는 평범한 목회자가 쟁쟁한 어학전문가들이나 원어민 강사들과 어깨를 겨루겠다는 게 조금 어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 사이, 오 목사는 열 번이 넘는 영어캠프를 통해 800명 가까운 훈련생들을 배출하며 실력 있는 강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주변에서도 더 이상 오 목사의 실력이나 캠프의 효용성에 대해서 토를 달지 않는다.
영어에는 문외한이나 다름 없던 그가 전문 강사로까지 나서게 된 데는 수년전의 성지순례 경험이 계기가 됐다. 같은 노회 목회자들과 처음 떠나본 해외여행에서 항공승무원과 가이드를 비롯한 외국인들에게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건네는 자신의 태도에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보통 어느 나라든지 목사라 하면 학식과 교양을 갖춘 지식인이나 지도자로 인정받는다더군요. 그런데 저를 비롯해 어떤 목사님도 자유로운 의사소통은커녕 간단한 대화 한 번 하기도 겁내하는 모습들을 보고 부끄러움을 적잖이 느꼈습니다."
대학생 시절 고향 마을에 혼자 힘으로 예배당을 지어 교회를 세우기도 하고, 말씀에 대한 갈망으로 성경을 한 번에 몇 십 구절씩 통째로 외워버리는 등 무슨 분야에든 한 번 집중하면 끝장을 보고 마는 그의 정열적인 성격은 여기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귀국하자마자 서점으로 달려가 영어 관련 책 수십 권을 사들여 공부를 시작했고, 이름난 회화강의들은 죄다 섭렵하며 실력을 키웠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스스로 '영어구구단'이라고 이름붙인 영어학습법을 개발해 다른 사람들에게 전수하는 일까지 벌이기 시작했다.
그의 강의에서는 특별한 '왕도'를 가르치지 않는다. 일주일 동안 하루 11시간씩 마치 구구단을 외우듯 큰 소리로 영어 구문을 반복하여 암송하며, 그것이 체질화되었을 때 응용에 들어가는 일종의 '군대식 훈련방식'이다.
예전에 성경암송캠프를 열 때도 이와 비슷한 방식을 활용해 큰 호응을 얻은 경험이 있다. 초등학생부터 목회자나 대학교수까지 그의 영어캠프를 찾아오는 이들은 나이도, 수준도, 영어를 배우는 이유도 천차만별이다.
그들에게 오 목사는 영어학습 기술 뿐 아니라 성경의 진리들, 성윤리, 효도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하며 그리스도 앞으로 인도하는 역할도 한다. 1월 8일부터 일주일간 광주적십자수련원에서는 열한 번째 영어캠프(cafe.daum.net/gugudanenglish)가 열릴 예정이다.
영어캠프는 오 목사 자신에게도 활력소가 되는 것 같았다. 20년간 펼쳐온 목회와는 다른,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사실이 그를 들뜨게 한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오 목사는 이 또한 하나의 사역으로 여기며, 자신에게 주신 은사를 통해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다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