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사 다연원 찻집풍경
잠을 설치고 일어난 신새벽 세상은 아직 미명(未明)이다. 어둑한 창밖에 가을비가 내리니 먼길 떠날 길손은 이런 저런 상념에 빠지게한다. 갈 채비를 다하고 나서니 비는 멎었고 여명(黎明)이 밝아오는 이른 아침은 상쾌함으로 가득하다.
백양사와 인연맺는 날 이렇다할 의미를 두지 않더라도 꼭 한번 가보고싶었던 사찰이기에 몇날을 설레임으로 기다려왔다. 이르게 마주한 법우님들의 맑은 기운은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늘 만나면 반가워 손맞잡고 눈 마주치고 시절인연이 꽃을 피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한다.
함안쯤에 도착하니 햇살도 길 동무삼아 함께해주고 들녁은 온통 누런빛으로 바라보는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여름을 성실히 가꾸어온 농부들의 수고로움이 있는 그대로 펼쳐져 열매를 거둬들이고 곡식을 수확하는 그분들의 몫마져 그져 바라보는 우리들도 더불어 풍성해진다.
가는 길마다 찻집이며 음식점이름들이 한글의 멋을 부려 바람꽃 찻집, 뜰앞의 잣나무, 농부와 시인, 풍경이 머무는곳, 등등 한번쯤 들어가 茶한잔 앞에 놓고
침묵해도 무방할 곳으로 기억되어지며 詩한수 읊어도 좋겠다는 어줍짢은 생각까지 이르게한다. 바라보며 느끼는 것이 詩요. 들려오는 것들이 音樂인데.....
곡성을 지나오는데 심청축제 현수막을 보며 이곳이 심청고을임을 알았고 내장산 아랫자락에 아늑하게 자리한 추령장승촌에서도 장승축제가 열리고있었는데 지방자치가 시작하면서 지역의 문화가 꽃피워지고있음을 또한 실감하며 지역을 알리는 좋은 일이라고 느껴진다.
내장산 단풍고갯길을 꾸불 꾸불 산중을 헤메이는 듯, 산새는 또 얼마나 아름답던지 탄성을 지르기에 충분했다. 길가의 단풍나무 몇그루는 이르게 붉게 물들어있었고 감나무에 주렁 주렁 매달린 홍시들은 수줍기만하여 가지마다 잎새마다 열매마다 온통 가을이다.
내장산 입구에서 도착해서 점심공양을 하고 준비해온 茶와 다구들을 펼쳐놓고 벗들과 함께 스님께 그리고 법우님들께 茶를 올리는 그 맛도 참 좋았고 茶를 좋아하지않으신 분들도 있었겠지만 마음 맞대고 공부한 처지라고 기꺼이 함께해주심에 감사와 너그러움을 느꼈다.
내장사는 몇번을 온덕분에 길눈이 훤하고 한바퀴를 돌아나와 단체사진을 찍어주시는 우리스님의 미소는 항상봐도 멋지고 맑으시다. 모두 즐거운 표정으로 풍경을 배경삼아 도반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는 모습들은 어린시절 소풍나온 그시절처럼 해맑아 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백양사로 가기위해 다시 단풍고갯길을 구비 구비 여유로운 마음으로 도착한 백암산의 백양사 그 첫느낌은 따뜻하고 포근하기만 하다. 고불총림 백양사 입구에 쌍계루란 누각, 맑은호수가 한폭의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지고 오르는 길목 나무들 수많은 세월을 살아낸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고있다.
고요한 산사의 한낮은 사방숲에서 건너오는 바람과 하늘의 맑음이 삶에 찌든 여행자를 맑혀주고 씻어주었고 대웅전 뒷편의 바위산, 백학봉이 절터를 아름다운 풍경이 되게 해주고 있어 한참을 눈을 뗄수가 없었다.
극락보전건물이 가장 오래되어서인지 묵은 향기가 느껴졌다. 아미타부처님을 모셔놓았고 우측에는 203년 12월에 원적에 드신 서옹대종사 큰스님의 영정이 인자한 모습으로 갈길바쁜 우리들을 그윽한 눈빛으로 맞아주시기에 우리들은 삼배로서 예를 올리고 큰스님의 맑은 눈빛에 한참을 머물렀다.
채 가을의 향기는 고스란히 느낄수는 없었지만 사람들이 붐비지 않고 한적한 절터 마당에 가득 부어놓은 햇살과 숲에서 내려온 바람 그리고 파아란 하늘
너무도 이쁘게 기억되는 곳이였다. 절입구의 다연원찻집의 분위기
그리고 차향기 다구들이 다른 곳과 다르게 참 많았다. 다연원의 스님께 양해를 구하며
다기셑트와 다구들 그리고 다포의 사진을 찍었다. 주중이라 절간도 찻집도 인적없는 깊은 산사의 정적 그것은 침묵의 향기같은 어쩌면 우리가 알지못하는 그런 묵언의 세계....
눈길 가는 곳마다 발길 닿는곳마다 아름다운 산중의 절터 그곳에서 내 하루는
온전히 내것이 아니였음에도 즐거웠고 행복했다.
불교대학에서 함께 공부한 도반들과 떠났던 순례길이였습니다. 일년에 서너번 함께 떠나는 길 무엇인가 거둘것보다 나눌것을 먼저 생각하게 하는 님들입니다.
몇해전 가람사 주지스님모시고
법우님들과 함께 떠났던 가을 순례길이입니다.
이곳에 오시는 모든 님들 항상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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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 다구들 중에서도 유독 내 눈으로 들어오는 저뒤의 비취빛 다기가 맘에 드네요 ^^
그런 색감을 좋아하시는 군요. 기억하겠습니다. ㅎㅎㅎ
아쉬운 듯 떠나 보내는 가을여행 참 좋으셨겠네여...부러움만이ㅎㅎㅎ
법연행님 잘 지내지요? 오늘은 가람사에서 담마수업이 었는 날이라 법우님들 만나서 즐거웠는데 님이 없아 쪼매 아쉬웠습니다. 보고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