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철 시인의 시집
'아닌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니고도 아니고'가 '사이펀현대시인선 22번'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출판사 서평
모더니즘 실험시를 추구하는 강준철 시인이 혼성모방 기법으로 쓴 시집 『아닌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니고도 아니고』(작가마을)를 ‘사이펀현대시인선 22번’으로 출간했다. 이번에 나온 강준철 시인의 시집은 시인 스스로 ‘혼성모방’임을 표현한다. ‘혼성모방’을 현대시 창작 기법의 한 방법임을 밝힌 그는 “시는 언제나 새로워야 한다. 기존의 딜레마에 답습하는 시는 재미가 없다. 하여 창작의 새로움을 얻는 방법 중 하나로 혼성모방을 선택해보았다”고 이번 시집의 의의를 말하고 있다.
현대시의 이미지즘을 얻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지만 강준철 시인은 기존의 고정불변을 버리고 싶은 욕망이 이번 시집 『아닌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니고도 아니고』를 탄생 시겼다. 시인은 우리 현대시의 범주를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도 지나 가버린 미지의 방향타를 맞추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의 현재를 내일은 또 다른 현재로 나아가야 하는 ‘새로움’에 길들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강준철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문학적 용어와 일상적인 언어 외에도 좌우의 배치의 낯설음을 주기도 하고 사진과 그림을 차용한 꼴라쥬 기법의 현대시들을 선보이는 한편 다양한 기표들만으로도 시를 만들기도 한다. 이상 이후, 미래시의 한 지형을 보는 듯한 시집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은 “시는 늘 새로워야 한다. 나무가 해마다 새싹을 내듯이, 그런 의미에서 시는 실험이다. 그래야 재미가 있다.”라며 평소의 창작지론을 펼치고 있다. 부산여자대학교 교수로 정년 퇴임한 강준철 시인은 1942년생으로 팔순을 넘긴 시인이다. 그럼에도 시는 늘 새로워야 한다고 설파한다. 시가 얼마나 젊어져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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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론
현대 한국시의 서정시 중심의 흐름은 근대 이후 계속되어 온 것으로 근 100년 가까이 거의 변화가 없다. 주지시나 주의시는 거의 없고, 서사시나 극시, 장시도 별로 없다. 한마디로 다양성이 없다. 한 세기가 지났는데도, 세상이 그렇게 빨리 많이도 변했는데도 문학, 특히 시가 변화가 없다는 것은 이상하다.
포스트모더니즘 논의도 80~90년대 질풍노도의 시대를 지나서 문화의 대격변시대인 지금은 문화 소강상태 아니 그보다는 문화 전 영역에서 내면화 과정을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 역사와 사회에 대한 문학의 예술적 책임은 어제나 문학을 현실에 알맞게 대응하게 하고 미래를 전망하게 만드는 것이다.(정정호, 「영미문학과 탈근대론」, 《월간문학》 596호, 2018, 참조) 필자는 이 시점에서 우리 시에 어떤 면으로든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에 변화가 없다는 것은 시론에 변화가 없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시대ㆍ사회에 맞는 보편적인 시학이 필요하다고 보아서 나름의 시학을 정립하고 미래의 시를 전망하고자 한다.
-시인의 詩論 「불이不二의 시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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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약력
시인 강준철은 2003년 《미네르바》 봄호로 등단했으며 부산여자대학교 교수로 정년퇴임 했다. 우리말글사랑행동본부, 수영구문인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부산한글학회 회원, 영축문학회, 미네르바문학회 이사, 계간 《문심》 공동발행인 겸 주간, ‘시와인식’ 동인회 회원, ‘뿔’ 동인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바다의 손』, 『푸조나무가 웃었다』, 『부처님, 안테나 위로 올라가다』 , 『나도 한번 뒤집어 볼까요?』, 『벽이 벽 너머에게』, 『외로운 새로움』이 있으며 저서로는 『꿈 서사문학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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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의 시
가난한 반원들
차가운 햇볕이 캔버스 위를 질주한다.
21인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정말 무섭다고 그리오.
기계로 제작된 직선들이 부딪혀 사망하자 많은 사각형이 탄생한다.많사각형이
크고 작은 수제품의 원들이 풍선처럼 둥둥 떠 다닌다.
삼각형들이 무시로 원들을 공격한다.
가난한 반원들이 숨어서 식빵을 뜯어 먹는다.
곡선들이 바람둥이처럼 싸다녔다.
보이지 않은 손이 도형들을 채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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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異同
임신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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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삶은 죽음 위에 핀 꽃이다. 그럼 죽음은 뭣이냐? 죽음은 삶의 변이형이지. 장난치지 말어, 그럼 변이형은 뭐냐? 변이형은 기본형을 전제로 형태가 바뀐 것이지. 죽음은 삶이 형태를 바꾸었을 뿐 그 근본이 바뀐 것은 아니란 말이야. 그래? 그러니까 삶과 죽음은 같은 것인데 모양만 살짝 바뀐 거란 말이지? 그래, 그렇다니까. 그럼 기본형은 뭐냐? 기본형은 변하기 전의 형태지. 그럼 삶이 기본형이고 그게 여러 가지로 변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죽음이란 말이지? 그래에. 살고, 살지, 살면, 살아, 살더라도, 살수록, 살지라도, 살았어도, 사는 … 아. 아무리 바꾸어 봐도 죽고는 안 되는데? 어떻게 된 거야? 사실은 나도 잘 몰라. 그럼 그건 그렇고 형태란 또 뭐야? 그건 한자말로 모양이란 말이지. 아, 그래? 한자는 뜻글자인데도 뜻이 빨리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아. 그리고 전제란 또 무슨 말이야? 앞에 내세우는 조건이지. 그럼 조건은 또 뭐야? 아, 그렇게 성가시게 따지지 말어. 이유와 같은 말이야. 이유? 이유가 뭐야? 까닭이지 뭐야? 까닭? 무슨 닭? 아, 닭이 아니고 말이야. 말? 타고 다니는 말이 아니고, 사람이 입으로 하는 말이야.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우리말로 까닭이라고 해. 그게 뭐 그래? 이유가 뭐냐 하니 까닭, 까닭이 뭐냐 하니, 이유. 그게 말이 되냐? 왜 말이 안 되냐? 그렇게 자꾸 꼬리를 물고 늘어지면 끝이 없어. 대충 알고 넘어가. 알았어? 말이란 게 원래 그런 거여. 꼬리에 꼬리를 물지.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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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적 논리 ½
½슬픔 = ½기쁨
½기쁨 = ½슬픔
½사랑 = ½미움
½미움 = ½사랑
½남자 = ½여자
½여자 = ½남자
½노인 = ½어린이
½어린이 = ½노인
½삶 = ½죽음
½죽음 = ½삶
이런 이치를 안다면 우리는 열반에 들어간 걸까?
½열반 = ½지옥
이런 이치가 우리를 더욱 절망케 한다. 슬프게 한다.
그러나
½절망 = ½희망
희망은 절망에서 오고 기쁨은 슬픔에서 오나니
슬픔이 없다면 어찌 기쁨이 있으며
절망하지 않고 어찌 희망이 있으리오
하나는 둘을 포함하나니, 그 둘은 대립하나니,
모든 것은 둘이면서 하나이니라. 다만 변할 뿐.
∴ 삶 =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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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철 시집
아닌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니고도 아니고
시인의 말
|차례|
1. 하늘 아래 새로운 문학은 없다
보나마나믿으나마나
‘그 꽃’ 패러디
풍류도
한 번만 더
가난한 반원들
신경기체가 1
신경기체가 7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이동異同
2. 진리는 그 역도 진리다
역설 2(병)
역설 11(포기)
역설 15(세상은 즐거움의 바다다)
역설 16(기우)
역설 19(칼을 먹는다)
3. 언어는 놀이를 좋아한다
보다
방망이
마침표 2
열반 3
13월의 8요일
웃기는 애기
시뮬라크르 2
노마드
현대인
거래 1
4. 단시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2어절시
1행시
2행시
3행시
4행시
5행시
5. 연작시
나무설화 9
해탈 연작시
나무설화 13
잠언시 2
잠언시 3
6. 극시
적과의 동침
목련의 낙화
뚱딴지
7. 이야기 시
숲의 영혼 2
토끼와 거북이는 경주한 일이 없다
8. 산문시
안개 2
치자꽃 필 무렵
9. 언어는 기호의 특수한 체계일 뿐이다
수학적 논리 1/2
202106161945
춤과 노래
왕벚꽃 2
어머니
안개1
찬 가을
산 3
10.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다
시간의 풍경 2
11. 왜 한 쪽만을 강요하는가?
민중
왕벚꽃
이중섭
12. 세상에 처음부터 고정된 것은 없다
아닌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니고도 아니고
아왜나무
좌파 : 우파
이름을 몰라야
이것도아니고저것도아니다
포옹
장미 축제
13. 시는 작자의 것이 아니다
시 창작 2
시 창작 3
14. 사진과 시의 만남
테트라포트의 저항
눈
매화
왜가리
15. 우리는 서로 만진다
대화 4
앞만 보지 말고 뒤도 보자
살
*시론 – 不二의 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