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이 꺼져도 모든 정보가 복원, 작동되는 비휘발성 컴퓨터 최초 개발
<KISTI의 과학향기> 제3747호 2022년 05월 02일
국내 연구팀이 전원이 꺼져도 모든 정보가 복원, 작동되는 컴퓨터를 개발했다.
정명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컴퓨터의 시간을 멈추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인 ‘경량화된 비휘발성 컴퓨팅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컴퓨터에서는 시간이 멈춰진 순간의 모든 정보가 전원 공급 여부와 관계없이 유지되며, 유지된 모든 정보는 사용자가 원할 때 언제든 바로 복원, 작동될 수 있다.
기존의 컴퓨터는 휘발성 메모리인 D램을 메인 메모리로 사용하기 때문에 전원이 사라지면 메모리가 저장하고 있는 데이터를 잃어버린다. 반면 비휘발성 메모리는 D램보다 전력 소모가 적고, 용량이 크며 영구적으로 데이터를 기억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복잡한 내부 구조 설계로 성능이 느려 메인 메모리로 사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현재 비휘발성 메모리는 D램과 함께 사용되며 일부 데이터만을 선택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설령 비휘발성 메모리의 성능이 향상돼 단독으로 메인 메모리로 사용되더라도, 갑자기 전원 공급이 차단됐을 때 컴퓨터의 모든 정보를 유지하지 못한다. 비휘발성 메모리 내부에 존재하는 휘발성 구성요소와 프로세서 자체가 가지고 있는 레지스터나 캐시 메모리 같은 임시 저장 공간의 데이터는 전원 공급이 없다면 계속 보존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데이터센터나 고성능 컴퓨터에서는 기존의 컴퓨터에서 실행상태와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해 프로세서가 가지고 있는 휘발성 상태의 데이터들을 비휘발성 메모리나 저장장치인 SSD 등으로 옮기는 체크포인팅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체크포인팅 방식은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이동하는 데 추가적인 시간과 전력을 소모하며, 정전 후 전원이 들어오면 시스템 전체를 재부팅하는 데이터 복구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정 교수 연구팀은 모든 프로그램 실행상태와 데이터들을 전원이 없어도 비휘발성으로 유지할 수 있는 프로세서와 메모리 컨트롤러, 운영체제 기술들을 개발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지속성 메모리만을 활용해 시스템을 구성했고, 전원이 끊긴 직후 전원 공급장치의 신호에 따라 프로세서에 남아 있는 비지속성 상태들을 비휘발성으로 변환하는 장치를 통해 정전 시에도 컴퓨터의 시간을 멈출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연구팀은 프로세서의 하드웨어 데이터 경로상의 휘발성 구성요소를 최소화하고, 복잡한 내부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한 뒤, 데이터 처리의 병렬성을 극대화해 사용자가 일반적인 응용실행에서 D램만 사용하는 고성능 시스템과 큰 성능 차이를 느끼지 못하도록 성능을 개선했다. 이뿐만 아니라 컴퓨터의 시간을 멈추는 동안 임의의 상태/데이터 변경을 막고 다양한 형태의 지속성 기능이 추가된 운영체제를 구축했다. 다시 전원이 들어오면 컴퓨터는 부팅 과정 없이 멈춘 시간부터 다시 실행된다.
연구팀은 개발한 컴퓨터의 실효성을 검증했다. 응용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도중 무작위 시간에 전원을 끊은 뒤, 다시 전원을 켰을 때 전원이 사라지기 직전의 상태로 모든 프로그램 실행과 데이터가 일관성 있게 복구됐다. 이와 더불어 연구팀이 개발한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 대비 최대 8배 큰 메모리와 4.3배 빠른 응용실행 및 73%의 전력 소모 절감을 보였다.
정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비휘발성 컴퓨터는 대용량 메모리 제공과 동시에 높은 신뢰성 및 서비스의 안전성을 제공할 수 있어 데이터센터나 고성능 컴퓨팅의 저전력 운영으로 인한 탄소중립에너지 효율화에 극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련된 연구 핵심기술은 차량, 핸드폰 모바일, 사물인터넷 장치 등의 배터리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초연결사회를 이루는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ˮ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오는 6월 미국 뉴욕시에서 열릴 컴퓨터 구조분야 최우수 학술대회인 ‘이스카 2022’에서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