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중반 일본과 서양 국가와 첫 접촉을 있었던 역사적인 도시이자 과거 종교 탄압의 흔적이 남아있는 순교자의 땅, 나가사키 대륙과의 교통 요충지이자 포르투갈, 네덜란드와의 무역항으로 발전… 가톨릭 선교의 성지(聖地)로 역사적, 문화적, 상징적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들이 많이 남아 있다.
16세기 일본에 전파된 천주교는 짧은 시간에 큰 세력을 형성했다. 그러나 당시 일본의 지배 계급은 이를 용인하지 않았다. 천주교의 교세는 잠재워지지 않았고 결국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이를 이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천주교의 뿌리를 뽑기 위해 천주교도들에게 설득과 회유, 끔찍한 고문을 자행했다. 탄압에 저항한 신자들은 늘어갔고 관군과 맞서 싸우다 몰살되기도 했는데 그 수는 3만7000명에 달했다. 부모 앞에서 자식이 온천구덩이에 던져지고, 사람의 몸에 불로 고문을 가해 타 죽이기도 했다. 당시의 극심한 박해로 현재 일본의 기독교 신자는 인구의 0.4%에 그친다.
"절망하고 싶은 유혹이 듭니다. 두렵습니다. 당신 침묵의 무게가 두렵습니다. 기도하지만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허공에 기도하는 것입니까?"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遠藤周作·1923~1996)의 소설 '침묵'을 원작으로 한 영화 '사일런스'는 이처럼 끊임없는 천주교 탄압에 고통받는 한 포르투갈인 신부의 모습을 통해 종교만큼이나 숭고한 인간적 고뇌의 과정을 유려하게 묘사한다. 할리우드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앤드류 가필드, 리암 리슨 등 화려한 캐스팅과 더불어 빼어난 영상미로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 오르는 등 화제작으로 꼽히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의 주요 무대는 일본의 맨 서쪽에 자리한 항구도시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한다. 규슈 북서부에 위치한 나가사키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중국, 우리나라와 마주하고 있어 일찍이 대륙과의 교통 요충지이자 포르투갈, 네덜란드와의 무역항으로 발전했다. 16세기 중반 서양 국가와 첫 접촉을 가졌던 역사적인 도시이자 과거 종교 탄압의 흔적이 남아있는 순교자의 땅으로서 역사적 의미를 가지는 곳이기도 하다. 천주교 선교의 성지(聖地)로 역사적, 문화적, 상징적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들이 많이 남아 있다.
◇ 일본 26 성인순교지(日本二十六聖人殉教地)
이곳은 나가사키 니시자카 공원에 있는 천주교 성지다. 1597년 2월 5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천주교도 추방령'에 의해 케이한 지역(京阪地方)에서 전도하던 선교사 6인과 일본인 신도 20명이 처형된 곳이다. 성경 속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혔던 골고다 언덕 모양과 닮아있어 당시 신자들이 이곳을 처형 장소로 원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순교 이후에도 많은 사람이 화형과 물고문으로 처형된 곳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원폭 피해가 있었지만 재건을 통해 나가사키는 순교지였던 이곳을 공원으로 바꾸고 1956년 사적(史蹟)으로 지정했다. 또한, 같은 해 26명 성인의 등신대 동상으로 만들어진 기념비와 기념관이 있는 니시자카 공원이 완성됐다. 1950년에는 로마교황 피오 12세가 이곳을 천주교 교도의 공식 순례지로 공표하기도 했다.
1865년에 건립된 천주교 성당으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천주교 건축물이다. 1597년 일본 최초로 순교한 '26성인'을 위해 만들어진 건물로 순교의 땅인 니시자카(西坂)를 향해 세워져 있다. 정식명은 '일본이십육성순교자당(日本二十六聖殉教者堂)'이며 1953년에 국보로 지정됐다.
건물 외관은 고딕과 바로크 양식이 혼합돼 있으며 당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지어졌다고 한다. 천주교 금교(禁敎)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지켜온 천주교도들이 250년간의 세월을 뛰어넘어 프랑스인 신부와 만났던 '신도발견'의 무대가 된 곳이기도 하다. 건물 안에는 약 100년 전에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되어 있어 햇빛이 스며드는 시간에는 엄숙하면서도 신비로운 내부를 연출한다. 성당 앞의 마리아상은 1865년 프랑스에서 직접 가져와 경건함을 더했다.
시마바라반도 운젠시의 온천을 대표하는 이곳은 운젠의 오래된 온천수와 새로운 온천수 사이에 있는 하얀 땅에 둘러싸인 곳이다. 지옥이란 원래 불교의 가르침으로 전생에 지은 악업의 고통을 받는 곳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지옥 온천은 전 국토가 화산지대인 일본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지표면을 뚫고 솟구쳐나오는 온천지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끓어오르는 땅, 산불이라도 난 듯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욱한 수증기,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가 말 그대로 '지옥'을 만들어낸다. 산책로 바닥 곳곳에 깔아놓은 돌을 만져보면 온돌처럼 뜨끈뜨끈하다. 350년 전 실제로 개종을 거부한 천주교 신자 수십 명이 펄펄 끓는 늪지대에서 고문을 당한 끝에 순교했다고 한다.
온천의 최고 온도는 98℃이며 온천수의 주성분인 철이온, 알루미늄이온, 황산이온은 관절염, 당뇨병, 피부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소리를 내며 분출하는 분기의 최고 온도는 120℃로 '운젠 지옥 공방'에서는 운젠 지옥에서 갓 쪄낸 뜨거운 달걀을 맛볼 수 있다. 이 달걀을 한 개 먹으면 1년 장수, 두 개 먹으면 2년 장수, 세 개 먹으면 죽을 때까지 장수한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가을 성수기에는 하루에 2,000개 이상 판매되는 인기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