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리포트 pt.8
[Beijing Report, 2008년 10월 10일 금요일]
아침에 일어났더니, 속이 안 좋았다. 어제 너무 많은 돼지고기와 돼지비계를 먹었던 것이 결국 문제를 일으켰다. 옛 말에 돼지고기 먹고 채하면 약도 없다는 말이 있는데 적잖게 겁이 났다. 그래서 아침과 점심을 굶고 비상약으로 가져간 훼스탈을 두 알 먹었는데 전혀 차도가 없었다. 특히 오후 대국을 모니터할 때는 구토 증세까지 나서 아비터 노릇을 하기 불가능한 상태까지 갔다.
결국 이 날의 마지막 라운드를 간신히 끝마치고 화장실로 달려가서 토해볼까 했는데 이미 어제저녁에 먹은 것은 위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토할 수 없었다. 다만 속이 메슥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최후의 수단으로 센터 2층에 있는 클리닉 센터에 가서 증세를 말하고 두 알의 흰 약을 받아먹었다. 내일 아침에도 구토기운이 있으면 당장 병원으로 후송되어야 한다는 무서운 경고를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체스대국실로 돌아가서 심판장에게 내일 있을지도 모를 만약의 사태에 대해서 말하는 일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약을 먹고 나서는 약간의 차도가 있는 듯 했지만 저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숙소로 돌아가 따뜻한 물에 쟈스민 차를 타 먹고는 그냥 뻗어버리고 말았다. 하루 한 끼도 안 먹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맡은 일들은 마지막 날까지 모두 소화해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는 차도가 있든 없든 무조건 대국실로 가서 토요일의 모든 업무를 소화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다짐했다.
역시 만용을 부리거나 무리를 하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잘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