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를 보면서 또 그 전 회들을 보면서... 간혹 등장하는 치수들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잠시 사전을 들추면서 찾아봤는데, 다들 아시는 내용이겠지만...
혹시나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제가 정리한 것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 세치의 혀 三寸之舌 : 사자성어에 있는 말로 보아 중국에서 건너온 말인 것 같은데, 삼국지에도 나온다는군요...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표달능력"이란 뜻이 있구요.
제가 여기서 궁금했던 건 "세 치"란 말에서 "치"란 단위였습니다. 세치가 혀의 길이를 뜻하는 것 같았거든요. 한자를 보아하니 그런 짐작은 맞았던 것 같고...그렇다면 세 치란 어느 정도의 길이를 뜻하는 걸까요?
그걸 확인하려면 척관법이란 걸 먼저 살펴 봐야 할 듯 합니다.
* 척관법이란...
고대 중국에서 시작되어 전해져 내려온 도량형(度量衡) 단위계를 일컫습니다.
도량형 단위계에는 척관법 이외에 미터법이나 야드-파운드법 등이 있습니다.
척관법에는 길이의 기본단위로 자 또는 척(尺), 무게의 기본단위로 관(貫)이 있으며,
유도단위인 면적의 단위는 평(坪) 또는 보(步), 부피의 단위는 되 또는 승(升)이 있습니다.
척관법은 옛날 중국 문명의 영향을 받아온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널리 사용하였으며,
한국에서도 옛날부터 일상생활에 사용되었고,
1875년에 국제미터협약이 체결되어 전세계적으로 미터법만을 사용하게 됨에 따라
1902년 도량형 규칙이 제정되고 국내에 평식원(平式院)이 설치되었으며,
1905년 조선 고종 때 대한제국 법률 제1호로 도량형 규칙을 제정 공포하여
척관법을 미터법과 서양에서 사용하는 야드-파운드법과 혼용하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이 때 비로소 척관법의 기본단위가 되는 길이의 단위인 척은 0.303m로, (우리는 주로 "자"로 말하죠.)
무게의 단위인 관은 3.75㎏으로 정의하였구요.(이건 "근"으로 많이 사용하죠.)
그 후 1961년 5월 10일 구(舊)도량형 관계법이 폐지되고 새로운 형태의 계량법이 제정되었으며,
또한 미터법 통일사업이 추진됨에 따라 국제적인 추세에 맞추어 한국도 미터법만을 사용하도록
법이 제정되고, 이에 따라 1964년 1월 1일부터는 토지 건물이나 수출입, 무기·항공·선박 및 연구분야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척관법이나 야드-파운드법은 거래상 또는 증명상의 계량에서 그 사용이
금지되었고, 1983년 1월 1일부터는 토지 건물에 사용되는 평도 사용이 금지되었다고 합니다만...
이 모든 단위들이 우리 실생활에도 사용되고 있잖아요... "평"이란 단위도 최근까지 사용해 왔습니다.
부동산이나 모델하우스 카달로그, 우리도 실생활에서 "몇 평 아파트" 이런 식으로 얘길하죠...
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이것 역시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부동산 앞에서도 평이란 단위 대신 "m2"로 면적을 표기하고 있죠...
(덕분에 집이 더 넓게 느껴집니다만...^^)
오늘은 그 척관법에서 사용하는 길이와 면적 단위를 정리합니다.
1) 치 : 한자로는 촌(寸)이라고 하는데, "치"가 순우리말인 듯 합니다.
이건 손가락 하나의 굵기의 폭을 기준으로 정해진 단위입니다.
옛날에는 길이나 저울눈 등을 사람의 몸을 기준으로 정한 것이 많았다고 하죠.
1 자의 1/10에 해당하며, 계량법에 따르면 1.1930inch, 3.0303cm이라고 합니다.
평소에는 3cm로 대략 계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손목에서 맥박이 뛰는 곳까지를 가리켜서 한 '치'의 '마디'를 뜻하는 말로도 쓰이다고 하네요.
(손목의 맥을 짚는 자리→손목에서 맥 짚는 곳까지의 길이로 생각하게 되었음.)
척관법에서 사용하는 가장 작은 길이 다뉘다 보니 "아주 적거나 짦음의 비유"를 뜻하는 말로도
사용되는데 "한 치의 오차도 없다."란 말 많이 들어보셨죠?
잠시 여기서 서양의 단위를 살펴보면
"인치(inch)"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인치는 "야드-파운드법의 길이 단위"인데,
1야드의 1/36, 1피트의 1/12을 1in로 정합니다.
영국과 미국은 법령상의 야드 값이 약간 다르므로 인치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실용상 양국이 1in를 2.5399cm로 정하고 있고 간단히 2.54cm로 많이 계산됩니다.
인치 역시 사람의 몸을 기준으로 정한 것인데
엄지손가락의 나비와 같은 크기의 양으로 잡은 데 기원한 것이랍니다.
기원이 같은 것으로 볼 때 예전에는 우리가 더 컸던건가?는 의문이 생기네요... 같은 기준인데,
우리의 치수가 더 크니까요...^^
우리가 인치 단위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TV나 컴퓨터 모니터에서죠...
15인치 모니터는 모니터의 대각선 길이를 인치로 바꾼 것!
(그러니까 대략 대각선 길이가 38.1cm 모니터가 되겠네요.)
2) 자 : 척(尺)이라고도 한다. 역시 척은 한자어고 자가 순우리말인 듯!
"자" 단위는 여전히 생활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장농 길이를 표현할 때 많이 사용되죠?
당연 1치[寸]의 10배이고, 10/33m에 해당합니다.
자는 손을 폈을 때의 엄지손가락 끝에서 가운뎃손가락 끝까지의 길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자의 한자인 ‘尺’은 손을 펼쳐서 물건을 재는 형상에서 온 상형문자(象形文字)이며,
처음에는 18cm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것이 차차 길어져 한(漢)나라 때는 23cm 정도, 당(唐)나라 때는 24.5cm 정도로 되었으며,
이보다 5cm 정도 긴 것도 사용되었다고 합다.
한국에서는 고려 및 조선시대 초기까지는 32.21cm를 1자로 했으나,
세종 12년의 개혁 시에 31.22cm로 바꾸어 사용해 오다가
한말(1902년)에 일제의 곡척(曲尺)으로 바뀌면서 30.303 cm로 통용되었습니다.
1963년 계량법이 제정되어, 현재는 거래 ·증명 등의 계산단위로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고,
사전에서는 설명하지만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보통 30cm정도로 생각하죠.
"자로 재는 길이의 표준, 측정하거나 평가하는 기준"을 뜻하는 척도(尺度)란 말과
"퍽 좁은 논밭, 촌토(寸土) 라고도 함"를 뜻하는 척토(尺土)도 이 단위에서 온 말이겠죠...
여기서 "자"와 비교할 서양의 단위는 "피트(feet)"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원은 다르지만 그 길이가 비슷한대요. 1피트는 1 야드의 1/3, 12 inch(인치)=0.30479 m입니다.
단어에서 짐작하시겠지만 사람이 걷는 한 발자국(foot)의 폭의 길이에서 유래하였다고 합니다.
복수일 때는 피트(feet)라고 하죠^^!
3) 마(碼) : "영국 척도의 단위 야드-파운드법에 의한 길이의 계량단위인 1야드"를 뜻한다는
사전적 의미를 볼 때, 이 단위는 서양의 단위가 들어온 후 우리말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
아닌가 추정됩니다만...(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옷감에 대해 야드 대신 마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1마, 즉 1야드는 0.9144m입니다. 실제로는 "마"모다는 야드를 약간 더 긴 단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마"는 90cm로 환산합니다.
역시 "마는 비법정 계량단위로서 1964년 1월 1일부터 상거래 또는 증명에서는
그 사용이 금지되었다."고 사전에서는 설명하지만,
동대문 시장 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말이 아닌지...
야드(yard)는 3피트, 36인치에 해당합니다.
[ 영국에서는 상무부에 보관되어 있는 국제표준야드의 62℉에서의 값으로 규정하고,
미국에서는 미터원기를 기준으로 하여 3,600/3,937m로 환산되고 있다.
양자에는 다소의 차이(영국에서는 0.9144m, 미국에서는 0.9144018m)가 있으나,
현재는 0.9144m로 협정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0.9144m를 채택하고 있다. ]고 하네요~
4) 평(坪) : 척관법에서 넓이를 측정하는 계량단위입니다.
한 변이 1간(間), 약 1.818m인 정사각형의 넓이를 뜻하는데,
이 단위는 법률상 사용이 금지되어 있으며, 법정 계량단위로 약 3.3m2에 해당합니다.
보(步)라고도 한다고 하네요.
1평은 400/121m2, 약 3.3m2입니다. 주로 토지 및 건물의 넓이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데,
유리나 타일 등의 넓이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평은
한 변이 6자가 아닌 1자, 약 30cm인 정사각형의 넓이를 말했습니다.
(요즘에는 타일도 그냥 평 단위를 사용합니다. 유리는 "자평"단위를 사용하죠.)
이렇게 땅 한 평은 3.3m2이지만 유리나 타일 한 평은 0.09m2이라는 비합리적인 문제 때문에
1983년 1월 1일부터 법률상 사용이 금지되었다고 하네요.
"자·근·돈 등의 단위와 함께 계속 사용하다가
2006년 10월 산업자원부가 '법정 계량단위 사용 정착 방안'을 발표하면서
점차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 생활 속에 묻혀진 단위들이 그리 쉽게 사라질 수는 없겠죠...
영국, 미국에서도 역시나 야드나 피트란 단위를 실생활에서는 더 많이 사용하잖아요...
평을 찾아보다가 "보"란 단어가 눈에 띄었습니다. 척관법과는 좀 다르겠지만, 역시나 거리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보(步)" 는 한 걸음 정도의 거리를 기준으로 합니다. 1보는 주척(周尺)으로 여섯 자 되는 거리라니까 180cm 정도가 되겠네요...웅~ 굉장히 긴 다리의 소유자인가 봅니다. 이 당시의 길이 기준으로 생각하면 우리 나라 사람들 정말 컸던 모양이에요...
얼마 전 공홈에 제작진이 올린 글이 떠오릅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였던가? ^^
아! "자"와 비슷한 의미로 "뼘"이란 말도 있겠네요...뼘은 "엄지손가락과 다른 손가락을 완전히 펴서 벌렸을 때에 두 끝 사이의 거리"인데, 이건 정확한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는 아니죠...하지만 길이의 단위나 비교적 짧은 길이를 잴 때 사용되곤 합니다. 제 한 뼘은 20cm가 조금 못 미치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그러니까 "세 치"는 약 9cm 정도가 되겠네요... 10cm도 안 되는 혀가 사람에게 가장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인터넷이 보급된 지금은 한 치의 손가락이 더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