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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가락문화제 백일장 당선작
대학일반부 시부문 장원 --- 김아름 (서울 은평구 불광동)
〔 빨래 〕
펄럭이던 얼굴이 지워지지 않아
이불 위에 빈 그림자를 널어놓았다
놋대야 속
찌그러진 거품에 파묻힌
빨래더미를 꾹꾹 누를 때마다
발 끝에서 얼룩진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스물 네 송이의 얼룩꽃이
낡은 벽에 기대어
녹슨 선율을 옮겨 적었지만
내게로 기울던 시간이
빳빳한 햇살에 다려져
거품이 잔뜩 묻은 시를 털어내려 했지만
얼룩을 지운다는 건
지독한 더러움에 머무는 것
가늠할 수 없는 높이에서
방향을 잃은 물방울들이
다시 얼룩져
내 가슴에 맺힐 때까지
나는 출렁이는 얼룩꽃을
털어낼 수밖에 없다.
--- 【대학 일반부 시부문 심사평】
대학 일반부의 수준은 예상보다 높았다. 특히 장원과 차상작을 놓고 고민했다. 장원으로 뽑힌 작품은 시제인 ‘빨래’에 충실하게 접근하고, 형상화 시키는 진지성이 돋보였다. 특히 2연에서 보여준 ‘빨래더미를 누를 때마다/ 발끝에서 얼룩진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같은 구절은 빨래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의인화를 높이 살만했다. 무엇보다도 시적 기교에 얽매이기보다 시제에 진지하게 천착해가는 마음이 선자들에게 믿음을 주었다.
차상작은 부제에 ‘아버지’를 붙여 놓았는데 시를 밀고 가는 힘과 유장한 흐름을 견지하는 능력에 신뢰가 갔다. 그러나 문장이 산문적이고 불필요한 구절이 중복되는 점이 단점이었다. 또한 시제 ‘빨래’에게 접근했다기보다 아버지의 후줄그레한 생애에 더 시각을 주었고 그 빨아내고 싶은 생애를 원래의 시제에 더 밀착시키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그러나 분명 차상작으로 부제 ‘아버지’는 타고난 문창성이 있으므로 노력하면 좋은 문사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심사위원 : 이달균
대학일반부 산문부문 장원 --- 황주현 (김해시 어방동 동원아파트)
〔 빨래 〕
누가 내게, 가장 편하고 좋은 때가 언제냐고 물은 적이 있다. 나는 그 때 조용히 혼자서 세탁할 때라고 대답을 했다. 시끌벅적하게 식구들이 아침을 몰고 나간 후 세탁물을 정리할 때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걸 느끼곤 한다.
광주리에 담겨진 빨래더미를 눈여겨본다. 남편의 흐트러진 양말과 허리가 꺾인 딸의 옷이 먼저 눈에 띈다. 나는 그것을 볼 때마다 그들의 고된 일상을 보는 것 같아 숙연해진다. 양말의 뒤꿈치 오른쪽이 닳아 곧 마모될 것 같다. 남편의 직업은 자동차회사 영업사원이다. 발품으로 돈을 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직업이리라. 그는 세상을 평평하게 딛지 않고 왜 한 쪽으로 기울게 걸어다니는 걸까. 지친 그의 얼굴을 대하면 내가 먼저 한숨이 나온다. 인생은 아스팔트가 깔린 탄탄대로만 있는 것이 아니듯 때론 자갈길이나 비탈길을 만날 것이다. 그 길을 걷다보니 그의 양말은 고르지 못하고 때로는 기우뚱거렸을 것 같다. 신발 속의 양말인들 마음이 편했을까. 발을 보호하기 위해 양말은 닳고 마모되었을 것이다. 남편의 닳은 양말에서 한 남자의 고독한 그림자를 만난다.
딸아이의 체육복이 눈에 들어온다. 검청색 바탕에 하얀색의 줄무늬가 선명하다. 체육복에 코를 대고 습관처럼 킁킁거린다. 찌든 냄새가 코 안을 사납게 파고든다. 학원에 갈 때 딸아이는 유별나게도 꼭 체육복을 입고 간다. 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아 늘 12시가 되어서야 집에 온다. 나는 상가교차로까지 한참을 걸어 딸아이 마중을 간다. 중학교 2학년인 딸아이는 친구 보기가 민망하다며 마중 나오지 말라고 하지만 딸을 둔 엄마마음이 어디 그런가. 학원 미니버스에서 내리는 딸아이의 몸에서 확 풍기는 그 냄새를 나는 지금도 맡고 있다. 하루를 나름으로 열심히 산 댓가라 여기며 이 냄새를 즐긴다.
다른 옷가지도 주섬주섬 집어 세탁기에 넣는다. 전원 버튼을 누르고 시작을 누르자 세탁기는 윙윙 몸을 비틀며 내용물을 섞기 시작한다. 그럴 때면 내 마음은 도리어 어느 섬에 닿은 듯 편안해진다. 세탁기의 물섞는 소리는 엉킨 일상의 그물을 풀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삶에 찌든 이끼를 말끔히 씻어 내주는 것 같아 내 마음도 덩달아 깨끗이 세탁되는 기분이다.
탈수한 빨래를 빨랫줄에 널면 내 마음의 피로를 널어놓은 것 같다. 양말이며 셔츠며 내의를 탈탈 털어 줄에 내걸면, 가까운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 옹색하게 졸였던 속마음까지도 일시에 펴지는 느낌이다.
씻고 탈수를 한 것이 어디 옷가지와 양말뿐이랴. 몸과 마음은 물론 학문과 교양까지도 닦고 씻지 않으면 때가 끼고 먼지가 앉게 마련이다. 하루하루 세탁을 하듯이 먼지를 털고 때를 씻어내야 하는데도 제대로 깨끗이 씻어놓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쓸쓸함만 더해간다. 남편의 양말과 딸아이의 체육복을 씻는 것처럼 내 마음의 오물을 매일 씻어냈더라면 한결 성숙한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자책해본다.
모르긴 해도 남편과 딸도 그것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세속에서의 삶은 마음에 필연적으로 독을 만들고, 그것을 씻어내지 못하면 독이 혈관을 타고 흐르게 된다. 그러고 보면 내게 있어 빨래는 마음의 독을 지우는 지우개가 되기도 한다. 문득 어떤 일화가 떠오른다.
“아저씨, 구두를 닦게 해주세요.”
폴란드의 피아니스트인 파데스키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어떤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그에게 한 구두닦이 소년이 다가온다. 그 소년의 얼굴에는 구두약이 잔뜩 묻어있다.
“꼬마야, 내 구두는 닦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네 얼굴은 좀 닦아야겠다. 얼굴을 씻고 오면 그 값으로 은화 한 닢을 줄게.”
내 마음이 얼마나 깨끗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하는 대화의 한 토막이다.
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 하룻밤 사이에 산의 녹음이 훨씬 짙푸르게 변한다. 오늘 내가 씻어놓은 남편의 양말과 딸의 체육복이 새로운 날을 시작하는 삶의 밝은 빛이 되었으면 좋겠다.
---【대학 일반부 산문부문 심사평】
대학일반부 최종에 오른 3편은 대체적으로 우수한 작품이었다. 3편 모두 장원으로 밀 수 있는 작품이었으나 작품끼리의 변별력을 기준으로 차등을 둘 수밖에 없었다.
장원작(황수현)은 글제인 ‘빨래’를 객관적 시각을 견지하면서 그려낸 수작이었다. 가족간 일상적 삶이 손에 잡힐 듯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빨랫감이 때로는 한 구두닦이 소년을 끌어오기도 하고, 구두보다 씻어야 할 얼굴과 마음을 끌어오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기교를 배제한 것이 장원을 얻게 된 이유다.
차상작(김현주)은 장원작보다 차라리 신선한 소재를 끌고 왔으나 의식적으로 기교를 부린 듯한 문장의 장치에서 차상으로 밀렸다. 그러나 마흔에 바라보는 삶의 그릇은 충분히 진지하고 눈길을 끌만했다.
차하(이은주) 역시 하고 싶은 말을 끌어내는 점은 좋았으나 결론에 이르는 힘이 다소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빨래를 통해 나와 어머니, 외할머니를 따라가는 따뜻한 시선은 입상하기에 충분한 장점으로 읽혀졌다.
심사위원 : 이달균, 손영자
대학일반부 시조부문 장원 --- (김진희) 부산시 사하구 당리동
〔 그릇 〕
Ⅰ
만삭의 햇살따라
시리도록 야윈 하늘
청자빛 숨결 목을 빼어
산하를 굽어보면
역사의
빗장을 열고
머릴 푸는 갈바람
Ⅱ
흙바람 두께만큼
깎아 세운 나날 아래
살 저미듯 삶을 일어
침묵우로 정화되고
숨죽여
흐느껴 우는
상기된 문화민족
Ⅲ
발굽 여민 빈 가슴
목메인 사직의 한
이끼낀 도공의 혼
그리움으로 도배하고
하늘이
흔들릴 적마다
칼을 가는 생이여
【시조부문 총 심사평】
초등부에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다. 특히 신명초등학교 학생들은 시조를 잘 쓰고 있었다. 지도하시는 선생님의 덕분이 아닌가한다. 주촌초등학교 어린이들 작품도 좋았다. 대학, 일반부의 참여는 저조했고 중․고등학생들도 공부하느라고 바빠서인지 역시 저조했다. 자유시에 비하여 정형시에 응모한 학생이 적었지만 초등학교 학생들의 작품이 중․고등부나 일반부보다도 더 나은 것 같았다. 입상자들에게 축하드리며 더 정진하시길 바란다.
♤심사위원: 손영자, 남승열
고등부 산문부문 장원 ---(양송이)경원 고 2학년
〔 오월 〕
광도는 내 소꿉친구이다. 어려서부터 함께 지내온 터라 광도가 전학 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오늘은 드디어 광도를 만나러 광주에 왔다. 매일 갈께 갈께! 해놓고 시간이 없어서 못가다가 여름방학을 맞아 놀러온 것이다. 우리의 약속장소는 광주의 중앙에 있는 민주항쟁운동 기념탑이다. 도시중앙에 불쑥 솟은 이 탑은 여러 사람들이 농기구를 들고 뛰어가는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무슨 그림일까? 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할 때 쯤 광도가 도착했다. “미안, 미안~ 내가 너무 늦었지” “아니, 나도 방금 왔어, 그런데 너 이 그림 어떤 내용인지 알어?”라고 내가 말하자 광도는 우습다는 듯이 말했다. “너 바보야? 어떻게 이 그림을 몰라?”… …. “어라? 광도가 어디 갔지?” 잠시 눈을 돌린 사이에 광도가 사라졌다. 기념탑도…혹씨 이거… 어? “광도야!” “어? 송이야 너 위험하게 왜 여기에 있어! 어서 들어가!” 위험하다니? 광도가 이상한 말을 내뱉는 동시에 큰 소음이 들렸다. ‘탕!!!’ 이건 총소리? 주변을 둘러보니 거리에 사람이라곤 광도와 나 뿐… 사람들은 어디로 갔지? 이런 의문도 잠시 나는 광도의 힘에 이끌려 한 가게의 지하실에 들어왔다. 이 가게는 옷가게 같은데 여러 옷들 사이에 무기들이 보인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광도에게 따지려고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하실은 꽤 넓은 편이었는데 그 중앙에 원 탁자가 있었고 그 위에 광주지도가 있었다. 주변의 비상침대에는 팔과 다리를 다친 시민들이 누워있었고 다들 바쁜 듯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긴! 광주민주항쟁이 시작된 시기, 나는 시간을 거슬러 이곳에 와 있는 것이었다. 시민들 중에서는 리더쉽이 있는 5~6명의 사람들이 원 탁자 주변을 둘러싸고 의논을 하는 듯 했고 그 중에는 광도도 있었다. “광도야! 무슨 일이야?” “큰일 났어, 보초 나갔던 10명이 돌아오질 않아, 아무래도 일이 생긴 것 같아.” 말이 끝나자마자 부상자를 제외한 남자들과 여자들이 밖으로 나갔다. 아까 들어왔던 통로가 아닌 또 다른 곳으로 나가자 그곳엔 광주시민이 다 모여 있는 듯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남자들은 무기고에서 무기를 들고 군인들이 막아서고 있는 접전지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무기라곤 잡아 본 적이 없는 농민과 일반장사꾼들 인 것 같았고 무척 어려보이는 15살 된 꼬마와 허리도 잘 못 펴시는 60세 되신 할아버지도 계셨다. 이 모두가 가족과 민주주의의 자유를 위하여 목숨을 내건 것이다. 여자들은 머리에 모두 흰 두건을 쓰고 나가려하는 남자들에게 잘 하라는 말과 함께 따뜻한 밥을 퍼주고 있었다. 이곳엔 자유란 없었지만 사랑과용기가 넘쳐났다. 사람들의 눈에 이미 희망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고 나는 무서워졌다. 이대로 나 여기서 못 나가면 다시 현실로 못 돌아가면 죽는 건가? 라는 두려움이 나를 에워쌌다. 그때, “송이야 너무 걱정 하지 마, 우리는 꼭 자유를 얻을 거야” 라는 광도의 말에 우리 모두를 위해 목숨을 걸고 용기를 내 싸우는 사람들에 비해 내 목숨 하나만 생각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아,, 이 한 몸 나 하나가 아닌 ‘우리’를 위해 희생하자! 라는 생각으로 나도 두건을 매고 아주머니들을 도와 밥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무기를 들고 싸울 순 없지만 남자들을 위해 따뜻한 격려와 힘을 낼 수 있는 밥을 주는 것이었다. 거의 다 밥을 먹었을 때쯤 남자들은 무기를 매고 일어서서 나갔다. 그 누구도 싸우러가는 그들을 보며 우는 이는 없었다. 그저 모두가 체념한 듯 웃으며 잘 다녀오란 말만 할 뿐이었다. 나도 광도의 손을 잡으며 웃어주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서로를 굳게 믿으면 자유가 올 것이라고… 그리곤 모두 함성을 지르며 물이 흐르듯이 밖으로 나갔다. 여자들에겐 적막감만이 존재했고 곧 총격전이 시작 된 듯 여기저기서 울음소리와 총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리고 여자들이 있던 곳으로 독재정부가 보낸 특공대부원들이 무차별 공격을 시작했다. 그 끔찍한 광경을 차마 볼 수 없어서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눈을 감았다. 그리곤 주변에 다시 차 소리가 들렸고 광도의 외침도 들렸다. “야! 양송이! 뭐하는 거야? 내 말은 들었어? 1분 동안 너 혼자 멍하게 있었던 거 알어?” 광도의 말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1980년 8월 15일에 다녀온 곳이 고작 1분이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곤 다시 올려다보았다. 탑에 새겨진 그림을…
… …
“야! 우광도! 너 진짜 멋져! 넌 평생 내 친구야! 과거에도 현재에도!”
“뭔 소리하냐?”
“그런 게 있어!!”
광도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나는 생각했다. 5․18항쟁 당시 독재 정부 타도를 위해 용기를 갖고 싸운 그 용맹한 시민들의 기상을… 한국 역사의 오점인 동시에 자랑스러운 사건임을… 지금의 민주가 있기의 시발점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다.
고등부 산문 심사평】
가락 문화재의 백일장에 참여하는 학생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음을 볼 때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특히 초등부 일색으로 진행되었던 옛날에 비해 고등학생들의 참여도가 많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고등학생은 자신의 생각과 주관을 뚜렷이 글로 표현 할 수 있어야 한다. 글제로 내어준 춤과 오월은 흔하게 접하고 생각할 소재가 풍부한 주제다. 그럼에도 왠지 이상주의적인 글과 아무런 생각 없이 억지로 꾸며 쓴 글 같이 부자연스러운 느낌의 글들을 접할 때 아쉬움이 많았다. 평소 생각하고 느낀 감정을 자연스럽게 옮겨 놓는 작업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사고의 깊이가 너무나 얕고 건성으로 쓴 글들이 눈에 뛰게 많은 것은 이번 백일장에서 가장 지적하고 싶은 사항이다.
그 중에서 장원으로 뽑힌 경원고의 양송이양의 글은 광주에서의 친구와의 짧은 만남 속에서도 청소년의 의식이 분명히 살아있고 글의 짜임새가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음을 본다. 과거 속으로 빠져 드는가 했더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마무리되는 이야기의 전개가 나무랄 것 하나 없는 빼어난 글이다. 앞으로 노력한다면 훌륭한 소질이 엿보인다. 차상으로 뽑힌 한일여고 2학년 김혜민양의 자신의 이야기를 대화체로 엮어낸 솜씨가 보통이 넘는다. 글로서 감동을 준 우수작품이 아닐 수 없다. 김해여고의
2학년 전임정양의 춤 이야기도 현시대의 보통가정에서 겪는 이야기임에도 내용 속에 할머니에 대한 깊은 정이 글로서 잘 나타나있다. 할머니와 손녀와의 깊은 정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할머니와 춤으로 연관된 깊은 사랑을 느끼게 하는 글이었다. 짧고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하면서도 내면의 깊은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온 할머니의 사랑이 잘 나타나 있다. 계속 정진하여 좋은 글을 쓰는 훈련을 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그 외에도 박난아양의 ‘닥터 댄서김’ 이라는 제목으로 대화체문장으로 주목을 끈 김해여고의 박난아의 글도 칭찬하고 싶다.
♤심사위원: 송인필, 이창안
고등부 시부문 장원 ---(박영란)서울 도봉고 3학년
〔 춤 〕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퍼부을 것만 같다
여자는 사뿐히 작두를 탄다
부채 하나로 아슬아슬하게
생의 중심을 잡고 있는 여자
여자가 지금 서있는 곳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선쯤 될까
여자는 흰 저고리 사이에 아이를 얼르듯이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다
한때는 그녀도 저 사람들처럼
이 굿을 구경했을 것이다
아마 그녀도 다른 여자들처럼
포대기에 아이를 싸서 품에 안고 있었으리
그러나 지금, 여자의 생은
구겨진 저고리처럼 자글자글한 주름뿐
얼마나 오랫동안 그 생을 입고 있었던 것일까
세월의 때가 여기저기 묻은
저 낡은 저고리는 온통 꼬깃꼬깃 접혀져 있다
다시 방울소리가 커지고
여자의 저고리가 너풀거린다
저 방울소리는 누구를 위한 진혼곡인가
여자는 신명나게 작두를 탄다
저렇게 춤을 추면
여자의 가슴에 씌인 멍에가 벗겨질려나
저고리 안, 옷고름으로 꼭 꼭 여민 아이를
떠나보낼 수 있으려나
여자가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허공에선 매캐한 기억들이 퍼진다
기우뚱, 여자의 몸이 기운다
여자의 화려한 춤사위가 끝났다.
【고등부 시 심사평】
꽃잎이 살아 춤추는 것을 보았습니다. 때로는 삶을 노래하고 때로는 꽃을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장원으로 뽑힌 시는 삶의 모습을 무게 있게 잘 형상화하였습니다. 따라서 긴 글임에도 쉽게 읽히며 많이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무궁한 발전을 기대합니다.
♤심사위원: 최경화, 안성호, 우영옥, 송규호
고등부 시조부문 장원 --- (오승주)경기 용호고등학교
〔 오월 〕
하르르 벚꽃 지는 시장 골목길에서
누군가 취하도록 마신 빈병과 전단지를
다 낡은 토대에 꽉 담아야 허리 펴시는 아버지
실직한지 칠년동안 잔주름만 세고 있다
명문대 간판을 잊고 거리로 나서더니
가난을 지워가시느라 피멍쯤은 외면하시고
수척한 눈빛으로 울음인지 웃음인지
돌풍이 부는 날도 예외 없이 나가서
비명도 호사스럽다고 속으로 삼키신다
잔인한 사월이 지나 오월이 오면
꽃 이파리 떼낸 자리마다 돋아난 새순처럼
아버지 가슴 속에도 신록이 번질거다
중등부 시부문 장원 ---(조주령)장유중학교 2학년
〔 새벽 〕
- 어느 포장마차 아주머니
한 문방구 앞, 그 많은 코흘리개들 앞에서
오늘도 그 아주머니는 장사를 합니다.
“하나에 100원이요.”1인분에 천원을 외치며
찰고추장 통에 100원 200원 넣어 가시던 아주머니.
제가 유치원 때부터 중학생이 된 지금까지
뽀글뽀글 라면땅 머리를 아주머니는 한 번도 바꿔 본 적이 없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학교를 가게 된 어느 날,
뽀글머리 아주머니는 전을 펴고 계셨습니다.
힘든 기색하나 없이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던 아주머니.
오늘 방과 후에는
떡볶이 한 접시에 어묵 한 꼬지를
꼭 사먹어야겠습니다.
【중등 시 심사평】
시의 소재를 생활 가운데 절박하게 와 닿는 곳에서 건져내어 형상화 한 점이 긍정적으로 생각되어 기쁘다. 여러 작품을 심사하면서 학생들이 ‘시는 삶이다’라는 기본적인 바탕을 깔고 시를 쓴다는 점이 든든하게 생각되어진다. 본 심사위원들이 시를 뽑을 때도 이런 점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고민했다. 그러나 제목과 내용이 동떨어진 작품이 많아 아쉬웠다.
♤ 심사위원 : 문봉규. 정행두
중등부 시조부문 장원 ---(민아름솔)김해여자 중학교 3학년
〔 발자국 〕
영원한 나의 반쪽 영혼의 속삭임
차디찬 흙바닥의 유일한 내 자취여
내 영혼 하얀 그림자 내게 오는 발자국
중등부 산문부문 장원 ---(조영이)월산중학교 3학년
〔 엄마의 발자국 소리 〕
오늘도 들립니다. 우리 엄마의 힘없고 축 처진 발자국 소리. 오늘도 장사수완이 별로였나 봅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겁고 힘겨운 발자국 소리가 초인종을 때리네요.
“엄마, 오늘 많이 힘들었지?”
걱정 반, 위로 반, 살며시 건넨 인사에 어김없이 그대는 미소를 보냅니다.
“그럼, 우리 딸 맛있는 것 사주고, 좋은 대학 보내려면 엄마가 열심히 일해야지요.”
엄마의 가벼운 가방을 받아든 나는 슬며시 싱크대를 눈으로 흘겨봅니다. 제가 숙제를 끝내놓고 TV볼 시간에 설거지를 해놓았거든요. 그래도 우리 엄마 표정 하나 안변합니다. 딸의 애교도, 설거지도 다 눈에 안 찰 만큼 오늘은 엄마에게 있어서 힘든 날이었나 봅니다. 한참을 위로해 줄 방법을 찾다 안마가 생각났습니다. 근육들이 뭉쳐 있는 우리 엄마는 피곤할 때면 제 안마가 가장 그립다고 하셨습니다.
“엄마, 내가 안마 해 줄까?”
애살맞은 목소리로 내가 물었습니다.
“어이구, 우리 공주님이 어인 일로 제게 안마를 다 하시려고, 호호.”
엄마는 안마를 원하시는 눈치였습니다.
엄마의 좁고 가냘픈 어깨에 통통하고 큼지막한 내 손을 올려놓았습니다. 잔뜩 뭉친 어깨를 만져보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앞에서 보니 퉁퉁 부은 두 발도 눈에 띄네요. 아까 그 힘없고 초라한 소리를 내던 두 발이었습니다. 저는 안마 부위를 어깨에서 발로 돌렸습니다. 제가 발을 조금 주무르기라도 하면 엄마의 두 발이 더 힘차고 활기찬 발자국 소리를 낼까 해서였습니다. 굳은살에 묻힌 우리 엄마의 예쁜 발…. 제가 크면 클수록 우리 엄마의 발은 더 퉁퉁해지고 우리 엄마의 발자국 소리는 더 초라해지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집니다. 제가 얼른 커서 우리 엄마 호강시켜 줘야 할 텐데요.
그래도 저는 열심히 공부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요. 엄마가 힘들 때면 제 가슴이 미어지는 것처럼 제가 힘들어하면 분명 엄마도 가슴 아플 겁니다. 그 짐을 제 것까지 보탤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앞으로 다 잘 될 겁니다.
엄마의 발자국 소리도 더 씩씩해 질 거예요. 앞으로 집에 올 때 들리는 엄마의 발자국 소리는 무겁고 힘겨웠던 시절을 지나 활기차고 밝고 가벼운 소리를 낼 거예요.
내일 밤을 기대하고 또 하루가 지나갑니다.
【중등부 산문부문 심사평】
중등부 산문 부문 장원에 (조영이)의 발자국을 뽑았다. 비교적 담담히 ‘발자국’소리에 접근하려는 자세가 모범적이었다. 애써 꾸미지 않았고 체험을 드러내는 문장에 신뢰가 갔다. 특히 단문으로 처리한 솜씨가 문장력 훈련이 잘 되었음을 보여주는 보기라 하겠다. 엄마의 힘겨운 일상에도 불구하고 시각이 밝고 활기차서 좋았다.
차상 (이상현)은 글제인 ‘새벽’의 적막과 새벽의 부지런함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점에 초점을 맞춘 글이다. 가야문화 역시 역사의 새벽으로 비유한 장면은 좋은 발상이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너무 작위적인 흔적을 보인점이 흠이었다.
차상 (김보람)은 축구선수 박지성의 성장을 ‘황금 발자국’으로 치환하여 보여준 점이 장점이었으나 너무 낯익은 글이라 차상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전체적으로 좋은 작품들은 많았으나 인터넷의 모방 작품이 있었으며, 감동을 자아내려 억지를 부린 작품들도 더러 있었다. 또한 기교에 치중한 나머지 오히려 핵심을 놓쳐버린 아쉬운 작품도 있었으며 문장의 흐름과 띄어쓰기가 맞지 않은 경우를 대부분이어서 글쓰기의 기초교육이 강화되어야 하겠다는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봄날 같지 않은 추운 일기에 최선을 다해 노력한 모습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 강평원, 류현옥, 유행두
초등부 시조부문 장원 --- (강지구)신명초등 5학년
〔 그림자 〕
-요술쟁이-
빛 먹고 살아가는
신기한 요술쟁이
빼빼로 뚱뚱이
난쟁이 키다리
신기한 마법부리는
요술쟁이 내 친구
나 따라 움직이는
나만의 꼭두각시
귀여운 흉내쟁이
거울보다 더 잘 한다
언제나 한 가지 표정
속마음이 궁금해
초등저학년 산문부문 장원 --- 박혜빈(장유신안초등학교 3학년)
---〔어깨동무〕
나의 옛 동무 이야기이다. 지금은 이곳으로 이사를 왔지만 그 동무들은 나의 하나인 추억이다.
늘 함께 다니고 늘 같이 다녔었다. 그리고 우리들만의 단 하나인 아지트가 있었다. 바로 놀이터 뒤 잔디밭이었다. 봄이면 개나리, 진달래, 벚꽃을 따서 보물 상자에 넣고 화환을 만들고, 여름이면 나무타고 곤충채집을 하고, 가을이면 낙엽으로 소꿉놀이를 하고 버찌를 몰래 따먹고, 겨울이면 눈덩이를 굴려 아지트에서 눈싸움을 하고 동백 따며 신나게 놀았었다.
어느 날 재준이라는 남자아이가 수은이라는 우리 삼총사 중 한명을 놀렸다.
“야, 수은아 너 벙어리지? ㅋㅋㅋ.”
“뭐라고? 너무해.”
그때 남은 나와 다연이란 친구가
“야, 재준, 이리와! 어디서 우리 허락 없이 괴롭혀! 당장 이리로 와!”
‘끙’
재준이는 결국 혹을 달고 도망갔었다.
집에 돌아가다가 ‘으르릉 컹컹!’ 쇠사슬로 묶여는 있었지만 엄청난 덩치개가 짖고 있었다.
“으악! 엄마야~ 나살려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도망갔다.
휴, 쫒아오는 줄 알았네 다시 지름길로 가다가 ‘번쩍’하고 어떤 눈이 우리를 째려보고 있었다.
“으악! 상아 고양이다. 으악! 살려주세요!”
큰소리치며 뛰어갔다. 상아 고양이란 그 동네에서 아이들이 공포에 떨고 있었던 도둑고양이인데 눈이 상애색이라서 상아고양이가 되었다.
친구야! 오늘따라 너희들이 보고 싶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니?
동무동무 나의 동무 학교 갈 때 놀이할 때,
슬프고 기쁠 때, 언제나 같이하는 동무.
네가 울면 내가 달래주고 내가 울면 네가 달래주고
동무동무 어깨동무 어디든지 같이 가고
저 무지개 다리건너 여행도 같이 가자
마음씨 착한 우리 반 친구들을 보면 꼭 너희가 생각난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어떻게 변했니? 우리 아지트는 또 어떻게 변했니? 늘 가지 흔들며 인사하는 나무는 어떻게 되었을까?
오늘은 너희들에게 꼭 전화할게. 꼭 만나고 싶다. 나의 친구야….
---【초등저학년 산문부문 심사평】
글제인 ‘어깨동무’를 잘 형상화시킨 작품이다. 특히 옛 친구와의 추억들을 단정한 문장으로 담담히 꾸밈없이 그려낸 점이 돋보인다. 저학년이지만 우정과 우정을 나누던 곳에 대한 느낌을 어른스럽게 바라보려고 한 점은 이 학생의 시각이 성숙해있다는 증거다.
쓰인 단어나 소재도 신선하고, 잊혀져가는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다정한 어깨동무와 잘 병치되고 있다.
차상작 (한주연)은 순수한 마음을 드러낸 수작이었다. 등산하면서 따라오는 그림자의 변화를 시차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고 있는데 ‘짜증을 부린’ 나의 모습에서 ‘짜증을 보인’ 그림자로 변화시킨 부분이 솔직하고 새로워보여서 뽑았다. 전체적으로 너무 비슷한 표현이 많고 참여한 어린이들끼리 영향을 주고받은 듯한 흔적이 있어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심사위원 : 금동건, 정미자
초등고학년 산문부문 장원 --- 노은경(김해구산초등학교 6학년)
---〔그림자〕
봄이는 오늘도 혼자서 씩씩거리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왜냐하면 이틀 전부터 단짝친구 진아와 싸웠기 때문입니다.
‘나빠, 혼자만 좋은 거 다 차지하고….’
투덜거리며 걸어가는데 어디서 조그마하게 봄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봄이야, 봄이야 여기 좀 봐. 여기 있어~”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세상에- 봄이 그림자와 다른 그림자가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놀란 봄이가 토끼눈을 하고 뛰어갔지만 그림자들은 계속해서 쫒아왔습니다. 한참을 달려 놀이터 그네에 주저앉아서야 술래잡기는 끝이 났습니다.
“넌 누군데 자꾸 쫓아오니? 그리고 그림자도 말을 할 줄 알아?”
그림자는 봄이와 봄이의 그림자를 번갈아보며 퉁명스레 대답했습니다.
“난 진아의 그림자야. 우리는 늘 붙어 다니는데 너희가 떼어놨잖아!”
진아의 그림자의 말에 봄이 그림자도 화가 난 듯 돌멩이 그림자를 걷어찼습니다. 봄이는 그림자들을 멍하게 쳐다보았습니다. 동화책에서도 교과서에서도 그림자들이 말을 하고 친구를 사귄다는 건 안 나왔으니까요.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데?”
한참 만에 입을 연 봄이에게 진아의 그림자가 그네 그림자에 올라타며 말했습니다.
“사과해야지. 네가 그러니까 진아도 사과를 안 하잖아! 이번에도 사과 안하면 혼내줄꺼야!”
진아가 그네에서 내릴 때마다 하는 그네뛰기를 하고는 놀이터 입구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곧 진아가 올 거야.”
봄이의 그림자가 가만히 속삭였습니다.
‘어쩌지…. 사과를 할까…말까…“
어느새 곁에 진아가 다가와 있었습니다. 서로 말을 하려고 입술을 움찔움찔 움직였습니다.
“빨리해!”
진아의 그림자의 속삭임과 동시에 둘은 서로 사과를 했습니다.
“미안해…. 질투해서.”
“나도 미안해…. 혼자만 좋은 거 차지하려고 해서…”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며 어깨동무를 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 뒤로 그림자들이 웃으며 따라갑니다.
---【초등고학년 산문부문 심사평】
장원작품은 그림자에 대해 의인화하여 재미있게 구성된 글을 썼다. 평소에 글을 많이 써 본 것으로 보인다. 글이 간결하면서도 다감한 감성이 돋보인다.
차상2. 작품은 소년다운 솔직한 감성에 따라 그림자와 어머니를 비교해서 어머니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 마음에 다가왔다.
차상1. 어느 작품보다 감정표현이 진솔하여 마음에 들었다. 평소 글을 써 본 것 같지는 않지만 노력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가능성을 보였다.
심사위원 : 안종복, 최종철
초등저학년 시부문 장원 --- 권 민 (신명초등학교 2학년)
---〔그림자〕
그림자는 고무줄인가봐
KTX처럼 쭈욱 늘어났다가
장난감 기차처럼 쏘옥 줄어드는
변덕쟁이 그림자
그림자는 거울인가봐
푸하하 웃는 내 모습
그림자도 따라하네
<그림자야, 네 눈, 코, 입은 어디로 갔니?>
그림자는 내 친구인가봐
검은 망토를 걸치고
나와 놀아주는
나의 오래된 옛 친구.
---【초등저학년 시부문 심사평】
햇살이 찰방거리는 초등부, 그것도 저학년 아이들의 동심을 들여다보면서 내내 즐거웠다.
기교보다는 진솔함과 더러는 개구쟁이 모습이 녹아있는 맑고 고운 얼굴들이다. 모두 열심히 하였지만 제한된 학생들만 뽑아야 하는 점이 아쉽고 미안하다.
장원과 차상, 차하 모두 글쓰기 솜씨가 뛰어났지만 우열을 가린 끝에 그림자를 상상력 있게 잘 묘사한 신명초등학교 2학년 권 민 학생을 장원으로 뽑았다. 특히 그림자를 검은 망토를 걸친 오래된 친구로 묘사함은 어린이만이 표현할 수 있는 기발한 착상이라 여긴다.
더욱 정진하길 바란다.
심사위원 : 김우정
초등고학년 시부문 장원 ---고소영(구산초등학교 6학년)
---〔그림자〕
나를 따라 다니는
검은 친구는 누굴까?
따라오라 하지도 않았는데
단짝도 아닌데
내 뒤만 살금살금
오래된 단짝처럼 나를 따라 온다
아! 이제 알겠다
무서운 귀신?
아니야 아니야
나를 지켜주는 보디가드?
아니, 아니
그 검은 친구는
나를 따라다니고
내 행동을 따라하는 따라쟁이
내 마음에 따라
키가 커지고 작아지는
내 마음의 온도계.
---【초등고학년 시부문 심사평】
전체적으로 동시쓰기의 기본자세가 부족했음을 볼 수 있었다. 공통적으로 머리를 쓴 글이 너무나 많았고 체험할 수 있는 글제인데도 불구하고 머리로 쓴 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감동을 주지 못했다.
남들이 느낄 수 없는 자기만의 소리가 있어야겠다. 생명이 있는 글이 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으며 함축미 또한 부족한 글이 많았음을 지적한다.
장원으로 결정된 구산초등 (고소영)의 그림자의 내용 중, 그림자에도 체온이 있다는 생각이 심사위원으로부터 점수를 받은 점이라 하겠다.
심사위원 : 김용웅. 이한다